도봉 기적의 도서관 마연정 관장
도봉 기적의 도서관 마연정 관장
[짬] 도봉 기적의 도서관 마연정 관장
“이 나라의 모든 어린이는 밝게, 바르게, 자유롭게 자랄 권리를 갖습니다. 어린이들은 차별과 불평등에 시달리지 않을 권리, 뒤처지지 않을 권리, 부당하게 억눌리지 않을 권리를 갖습니다. 아이들을 잘 키워내는 일은 사회의 책임이고 의무입니다. ‘기적의 도서관’ 프로젝트는 비영리 민간단체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책읽는사회문화재단)이 2003년부터 시작한 어린이 전용 도서관 건립 사업입니다. 이 사업은 민간단체와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민관협력 방식으로 진행돼오고 있습니다.”

지난 7월30일 개관한 ‘도봉 기적의 도서관’은 그렇게 해서 지어진 열두 번째 어린이 전용 도서관이다. 2003년 11월 순천을 시작으로 제천, 진해, 서귀포, 제주, 청주, 울산 북구, 금산, 부평, 정읍, 김해에 지어졌고, 도봉 도서관은 서울지역 첫 기적의 도서관이기도 하다.

서울 도봉구가 땅과 건립비를 대고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이 설계, 감리를 한 도봉 기적의 도서관을 찾는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내뱉는 첫마디가 대개는 “너무 좋다!”라는 감탄사란다.

북한산계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모여드는 중랑천과 수락산 등이 바라다보이는 서울 도봉구 마들로 주택가 자투리땅에 들어선 도봉 기적의 도서관. 기획 단계부터 치면 4년여의 작업 끝에 문을 연 이 도서관의 마연정(34·사진) 관장은 하루하루가 보람찬 듯 생기가 넘쳤다. “재미있어요. 재미없으면 못 하죠.”

1500㎡ 부지에 자리잡은 이 도서관은 1·2층 실내 바닥 전체가 온돌로 돼 있다. 아이들은 서가와 열람실과 놀이터와 안마당 같은 정원이 하나로 융합된 이곳에서 맨발로 어디서든 앉거나 누워 뒹굴며 책을 읽거나 놀 수 있다. 일반 도서관들엔 기피 대상이기 십상인 1~3살 아기들도 환영이다. 아이들과 함께 온 어버이들이 쉬면서 담소를 나눌 공간도 따로 있다. 동아리활동방, 책 읽어주는 방, 청소년·어른 열람 공간이 따로 있다. 아이들 수면실·수유실도 있고 대학로 소극장 못지않은 어린이·청소년 전용 극장까지 있다.

실내바닥 전체를 온돌로
아이들 수면실·수유실도

“중남미 파나마대 자료실 경험
도서관 운영에 큰 도움돼”

“우리나라 도서관 환경 개선되고
사서들 대우와 인식도 나아지길”

“편안하게 책을 읽고 생각할 수 있는 걸 기준으로 잡는다면, 이 도서관 수용능력은 100~150명 정도죠. 그런데 지금은 구경 삼아 오시는 분들까지 포함해 하루 200~300명이나 돼요. 아파트 모델하우스 보는 것 같다는 얘기들도 해요.” 마 관장은 개관 초기라 그럴 거라며, 조만간 제 모습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사람들이 신기해하고 좋아하는 이유 중에는 “보통사람들이 살아온, 네모로 정형화된 구조의 딱딱한 생활환경과는 다른 다양한 형태의 다채로운 공간 덕”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시민단체나 출판사 등이 후원하거나 협력·지원하는 아기자기하고 소박한 기획전들도 열린다.

장서는 1만4천여권. “어린이 도서들이 전체의 90%, 청소년·성인 도서가 10% 정도를 차지해요.” 책들은 앞으로도 계속 구입해서 보완해갈 예정이다. 월~금요일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주말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인데, 화요일은 휴관한다.

마 관장은 도봉구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다. “이 도서관 짓는 걸 보고, 나도 나중에 저기서 일해야지 하는 생각을 했어요.” 2000년에 도서관학과(당시 명칭은 문헌정보학과)에 들어가 13년 만에 대학원까지 졸업했는데 그 기간의 절반 이상을 인근 도봉1동의 조그마한 어린이도서관 관장,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지원하는 해외 파견 근무 등 도서관 일 실체험을 하며 보냈단다. “2007~2009년 3년간 중남미 파나마에 파견돼 그곳 중심대학인 파나마대학 인문대 자료실 전산화와 리모델링 작업을 했는데, 만족스런 체험이었고, 제 인생의 전환점이었어요.” 만만찮은 경쟁을 뚫고 혈혈단신으로 간 20대의 그가 본 그곳은 너무나 다른 세상이었다. “깜짝 놀랐던 게, 그곳 3억~5억쯤 되는 중남미 인구가 같은 언어(스페인어)를 쓰고, 파나마에서 멕시코로, 스페인으로 마치 국내를 다니듯 자유롭게 여행하고 유학을 가고 일을 하는 상상도 못 했던 현실이었습니다. 그 광대한 지역엔 사실상 국경이 없었어요. 그걸 체험하면서, 우리가 너무 고립돼 있었구나, 세계가 이렇게 서로 연결돼 있구나 하는 걸 그때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공모 과정을 거쳐 소원을 이룬 딸 삼형제 집 막내딸인 마 관장은, 모든 걸 혼자 겪고 이겨낸 파나마 파견 경험들이 지금 도서관 운영에도 큰 힘이 돼준다고 했다. “우리나라 도서관의 일반적 수준은 매우 낙후돼 있어요. 여기뿐만 아니라 지역 전체 도서관들의 환경이 개선되기를 바랍니다. 특히 사서들 대우와 그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더 나아졌으면 좋겠습니다.”

40여억원의 도서관 건립비를 댄 도봉구청이 운영자금 대부분도 대는데, 운영은 도봉구 시설관리공단이 맡고 있다.

도봉구에는 기적의 도서관을 포함해 어린이도서관이 3개나 있다. 마 관장은 비교적 자연환경이 좋고 상대적으로 물가도 싼 도봉구에 은퇴자를 비롯한 노년층 인구 유입이 많아지고 있다면서 “그분들이 집안에 갇혀 여생을 쓸쓸하게 보낼 것이 아니라 나와서 아이들에게 책도 읽어주고 서로 이야기도 나누면서 자신들의 삶을 사회와 연결시킬 수 있도록 도서관의 역할을 확장해 나가겠다”고 했다.

글·사진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 위 내용은 2015년 8월 23일자 인터넷한겨레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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