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가 만든 ‘인사이드 아웃’
기쁨·슬픔·버럭·까칠·소심 의인화
감정이 살아움직이는 상상력 기발

점토 애니 ‘숀더쉽’
대사없이 표정·몸짓·웅얼거림
눈 편하고 맘 편안한 착한 영화

잘 만든 애니메이션 영화 두 편이 관객을 찾아온다. 여름방학을 맞아 아이들과 같이 봐도 좋고, 어른들끼리 봐도 손색이 없다. 한 편은 놀라운 상상력에 나름 반전까지 갖췄고, 다른 한 편은 즐겁고 평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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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기쁨’이가 이겼나보군

픽사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감독 피트 닥터)은 기발한 발상에서 출발한다. 사람의 머릿속에는 기분과 감정을 조정하는 본부가 있고, 그곳엔 불철주야 다섯 감정이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섯 감정이 각각 의인화되는데, 이들이 서로 티격태격하면서 시시각각 감정과 기분의 변화를 만들어 낸다.

11살의 명랑 소녀 ‘라일리’는 아빠의 직장 때문에 정든 시골 고향을 떠나 낯선 대도시 샌프란시스코로 이사를 온다. 집과 학교가 바뀌고 친한 친구와도 멀어져 너무도 당황스럽다. 라일리의 머릿속에서 ‘기쁨’은 라일리의 기분을 달래려 노력하지만, ‘슬픔’이 불쑥불쑥 라일리의 기분을 우울하게 만든다.

영화의 성공은 이들 다섯 감정의 의인화가 전혀 억지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라일리는 본래 부모의 사랑을 한껏 받고 자란 행복한 아이인 만큼, 다섯 감정의 대장은 ‘기쁨’이다. 기쁨은 폭죽 이미지에 항상 빛을 뿜어낸다. ‘버럭’은 빨간색으로 머리에서 불을 뿜어내고, ‘까칠’은 패션감각이 뛰어나고, ‘소심’은 가늘고 긴 외모를 가졌지만 라일리의 안전을 책임진다.

다섯 감정이 함께 활약하는 감정 콘트롤 본부와 함께, 머릿속에는 ‘장기 기억 저장소’, ‘꿈 제작소’, ‘잠재의식’, ‘성격의 섬’, ‘기억 쓰레기장’ 등이 등장한다. 머릿속 세상을 구체적인 장소로 구분해 표현해낸 것이다. 이를테면 라일리가 무슨 일을 겪으면 기억의 동그란 구슬이 만들어져 장기 기억 저장소로 보내지는데,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기억 처리반이 일부 구슬을 기억 쓰레기장으로 내다버린다는 식이다. 수많은 기억의 구슬 가운데 성격 형성에 결정으로 영향을 미치는 ‘핵심 기억’이라는 구슬이 있어, 가끔 머릿속에 그 광경을 떠올리게 한다는 설정도 재미있다. 현대 뇌과학의 재미있는 은유인 셈이다.

영화는 진짜 반전은 커다란 안경을 쓰고 시도때도 없이 눈물을 흘리는 파란색의 ‘슬픔’에서 비롯된다. ‘기쁨’이 라일리의 행복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에서 슬픔은 항상 방해만 된다. 그러나 라일리가 커다란 고통을 겪는 결정적인 순간에 슬픔은 기쁨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해 라일리를 구한다. 삶에는 기쁨뿐 아니라 슬픔도 큰 역할을 한다는 메시지일 것이다.

이밖에 라일리가 성장해 사춘기에 접어들면 감정 콘트롤 본부가 훨씬 복잡해진다는 막바지 은유는 손뼉을 치게 한다. 고양이의 머릿속 감정 콘트롤 본부에 대한 묘사는 고양이를 키우는 관객들을 위한 덤이다. 작품은 창립 30주년을 맞이하는 픽사스튜디오의 15번째 작품으로, 그 명성을 이어갈 듯하다. 9일 개봉, 전체 관람가. 상영시간 9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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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찾아 ‘양고생’

<숀더쉽>(감독 마크 버튼, 리처드 스타잭)은 진흙 애니메이션이 표현할 수 있는 정겨움이 가득하다. <월레스와 그로밋>, <치킨 런>을 내놨던 아드만 스튜디오 작품으로, 이번에는 일체의 대사가 없다. 등장인물과 동물의 표정과 몸짓, 배경음악과 등장인물의 웅얼거림만으로도 충분히 의사전달이 된다.

‘숀’을 비롯한 여러 양은 시골의 목장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다. 양떼는 어느 날 농장주인 ‘아빠’와 주인에게 충성스런 양치기 개 ‘비쳐’를 멋지게 속여넘기는 장난을 친다. 그런데 뜻밖에 아빠가 도시로 떠나버리고, 양떼는 사진 한 장만 갖고 무작정 아빠를 찾아 도시로 ‘잠입’한다. 양들은 도시에선 수많은 사람과 차량으로 ‘개고생’이 아니라 ‘양고생’을 하는데, 거리의 동물을 잡아가는 동물 사냥꾼 ‘트럼퍼’가 추적해온다.

등장하는 동물 각각의 외모와 성격이 분명해 영화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양떼의 리더인 숀은 작은 체구지만 꾀가 많다. 뚱보 ‘셜리’는 먹방 선수지만 힘을 써야할 때 큰 도움이 된다. 곰인형을 안고 다니는 새끼양 ‘티미’는 사랑스럽다. 이들이 영화 장면마다 각자의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낸다.

영화가 어린이 관객에 맞게 지나친 자극이 없다는 게 큰 장점이다. 폭력적이지도 않고, 위험해 보이는 장면도 없다. 아이들은 도시의 떠돌이 개 ‘슬립’과 함께 아빠를 찾아다니는 양들의 귀엽고 때로 엉뚱한 모습에 감정이입을 할 것 같다. 어른 관객들은 화려한 컴퓨터그래픽(CG)이 넘쳐나는 세상에 잠시 쉬어가는 편안함을 느낄 것 같다. 진흙 애니메이션은 한 사람이 하루에 2~3초 분량밖에 찍지 못할 만큼 사람 손이 많이 간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화려하고 복잡한 화면 전개가 줄 수 없는 ‘담백한 재미’가 있다. 유럽에선 올해 초 크게 흥행했다고 한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23일 개봉, 전체 관람가. 상영시간 85분.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드림웨스트픽쳐스 제공


(*위 내용은 2015년 7월 7일 인터넷한겨레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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