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알고 떠나는 서원·향교 여행
아는 만큼 더 잘 보이는 서원·향교 여행…이야깃거리 풍부한 열 곳 테마별 투어도 진행 예정

병산서원 만대루.
향교와 서원은 모두 조선시대 서당공부를 마친 유생들을 가르치던 중등 과정의 학교이자, 선현들을 받들어 모시는 제사 공간이었다. 둘은 어떻게 다를까. 우선 향교(鄕校)는 지방 공립학교이고, 서원은 사립학교란 점이 다르다. 우리나라 도심지 지명 중엔 교동이란 곳이 흔하다. 향교가 있던 동네가 교동이다. 향교는 공자와 존경받는 선현들의 위패를 모신 문묘이자, 정부의 지원을 받아 지방 수령이 관할하던 공교육기관이다. 지방 유생이 중앙 진출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중등교육 과정이었다.

사립 서원 득세하자 공립 향교 살리기 정책도

향교가 도심에 있었던 데 비해 서원은 번잡한 도심을 피해 경치 좋고 조용한 곳에 자리잡았다. 존경받는 인물의 제자들이나 문중 후손들이 세운 사당 겸 강학당이다. 사당만을 갖추고 서원으로 불렸던 것은 조선 초에도 있었지만 제사와 강학 기능을 함께 하는 서원이자 사액서원(임금이 편액을 하사한 서원)으로는 안향 등을 모신 영주 소수서원(옛 백운동서원)이 처음이다.

사교육의 폐단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였나 보다. 향교는 조선 후기 들어 사립학교인 서원이 득세하며 쇠퇴기를 맞는다. 서원이 위세를 떨치며 공교육기관인 향교가 시들해지자, 효종 때는 향교에 적을 두지 않은 지방 유생에게 과거 응시 자격을 주지 않는 등 ‘공교육 살리기’ 정책을 썼다고 한다.

안동 병산서원 입교당 내부.
조선 후기 급속히 늘어나며 부패·당파의 온상으로 지목돼온 서원은 1860~1870년대 서원철폐령으로 된서리를 맞아 600여개 중 47개의 사액서원(서원 27개, 사우 20개)만 살아남았다.(서원은 숙종 때 이미 700개를 넘어서 통제 대상이 됐고, 영조 때도 200개의 서원을 철폐했다.) 광복 이후 지역 유림들에 의해 복원이 잇따르면서 현재 전국에는 234개의 향교와 700여개의 서원이 있다.

가훈 만들기·제례체험 등
체험 프로그램 즐기고
음악회, 박물관
주변 자연 탐방 등
오감만족 가족여행

향교엔 공자 등 성현, 서원엔 유명 문인 위패

향교와 서원은 배향한 인물에도 차이가 있다. 향교엔 대체로 유교문화의 핵심인물인 공자와 4명의 제자들, 제자들의 부모, 그리고 중국 현인들과 우리나라 18명 현인(설총·최치원 등)의 위패를 모신다. 반면 서원은 주로 이름을 떨친 문인을 모신다. 제자들이나 문중 후손들이 1명 또는 여러 위패를 모신다.

향교와 서원의 공간은 강학공간과 제향공간으로 나뉜다. 두 곳은 담으로 엄격히 구분되는데, 특히 사당이 있는 제향공간은 출입이 제한적이었다. 사당 앞엔 우리나라 18현의 위패를 모시는 동무·서무가 있는데, 광복 뒤 사대주의 탈피 노력으로 공자 등을 모신 사당에 함께 모시게 되면서 빈 건물로 남아 있다. 강학공간엔 유생을 가르치는 강당과 기숙사 구실을 한 동재·서재가 있다. 동재엔 양반 자제들이나 고참 유생들이, 서재엔 평민 자제들이 머물렀다고 한다.

장성 필암서원 유물전시관의 강학 장면 재현물.

향교·서원 찾아가는 숙박 체험 여행 프로그램들

향교와 서원을 본격적인 배움 여행지로 활용하기 위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눈길을 끈다. 두 학교의 애초 강학 기능을 현대에 맞게 꾸며, 전통문화와 선인들의 지혜를 체험하고 배우며 주변 여행지까지 둘러보고 돌아올 수 있도록 한 프로그램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지원을 받아 ㈔한국관광학회 유교문화활성화지원사업단이 지난해 시범사업에 이어 마련한 ‘배움여행 여유(旅儒)’가 그것이다.

사업단은 먼저 볼거리 많고 이야깃거리가 풍부한 10개의 향교·서원을 선정하고, 지역 유교문화 전문가 ‘청년유사’(靑年儒士)를 1명씩 배정해, 지역 특성에 맞는 체험 내용과 여행 일정을 개발했다. 이를 토대로 일반인 참가자를 모집해, 4~5월 총 45차례에 걸쳐 테마를 달리하는 서원·향교 투어를 진행할 계획이다.(행사 정보 참조)

경북 봉화 삼계서원의 경우 종가문화 체험을 희망하는 가족들을 모집해, 1박2일 일정으로 삼계서원에서 종가 전통제례를 체험하고 가훈 만들기로 가족의 의미를 되새긴 뒤 작은 음악회(단소 공연), 충재박물관·달실(닭실)마을·석천계곡 탐방 시간도 갖는다. 서원뿐 아니라 주변 볼거리와 체험거리까지 다채롭게 마련했다.

한복 입은 젊은 남녀 한쌍이 전주향교 명륜당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유교문화활성화지원사업단장 한범수 교수(경기대 관광개발학과)는 “서원·향교는 지역 문화재 활용과 정신문화 계승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자원”이라며 “유교문화를 요즘 세태에 맞게 접목한 체험여행이 활성화된다면 아시아의 정신가치를 세계에 알리는 데 큰 구실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향교·서원 체험행사 정보

유교문화 활성화 지원사업단
‘배움여행 여유(旅儒)’ 일정

광주 월봉서원 ‘월봉서원이 건네는 기·세·등·등 여유’. 40~50대 중년 남녀 대상. 옛시조 낭송, 남도소리 공연, 서원 배례, 월봉 미식 콘서트, 무등산 역사트레킹 등 일정. 4~5월 5회.

장성 필암서원 ‘밥상머리 선비교육 회·초·리’. 유아 동반 가족 대상. 영·유아 인성교육을 위한 자리. 호롱불빛 아래 가족 이야기 나누기, 온 가족이 준비하는 비빔밥 체험, 참선비와의 만남, 왕이 내린 청백리 고택 체험, 편백나무 숲속 보물찾기 등. 4~5월 5회.

봉화 삼계서원 ‘황금 닭, 가족을 품다’. 종가문화 체험을 바라는 가족 대상. 종가 제례 체험, 도란도란 가훈 만들기, 석천계곡 트레킹과 단소 공연, 닭실마을 탐방 등. 4~5월 5회.

대전 숭현서원 ‘현자의 길, 가족의 뿌리, 유교의 재발견’. 조부모·부모·자녀 3대 가족 대상. 가족 족보신문 만들기, 족보박물관·족보공원 탐방, 동춘 송준길과 우암 송시열 가문 탐방 등. 4~5월 5회.

대구 구암서원 ‘청춘이 빛나는 서원의 밤’. 청년·대학생 및 기업 단체 대상. 서원 참배, 전통 관례 체험, 김광석 노래 해금 공연, 도동서원 탐방 등. 일정 미정.

영월 창절서원 ‘선비, 별이 된 단종을 만나다’. 중학생 이상 일반인 대상. 유건도복 착용 뒤 단종 복위와 사육신 강연 및 제향, 별마로 천문대 탐방 및 강의, 단종 어소 탐방 등. 4~5월 3회.

아산향교 ‘심신불이, 활인여행’. 장년층 대상. 영인산자연휴양림 활인심방 체험, 유건복 착용 뒤 대성전 고유제, 사상체질 특강, 시조창 배우기, 외암민속마을·맹사성 고택 탐방 등. 4~5월 4회.

청주향교 ‘사는 낙, 노는 낙’. 가족 대상. 거문고·대금·가야금·아쟁 공연, 화양구곡 탐방, 고인쇄문화 및 탁본 체험, 송시열 묘소 답사 등. 일정 미정.

파주 교하향교 ‘율곡의 이상’. 체험 내용 및 일정 미정.

※ 이상 각 1박2일 일정, 서울 출발. 참가비 5만원. 회당 40명. (사)한국관광학회 유교문화활성화지원사업단 누리집 “배움여행 여유” 참조.

향교·서원 용어 간단 풀이

■ 전교(典校): 지방 향교를 관리하는 우두머리.

■ 대성전(大成殿): 향교에서 공자와 제자 등의 위패를 모신 전각.

■ 명륜당(明倫堂): 유생들이 공부하는 향교의 강당.

■ 동·서재: 서원·향교의 강당 앞 양쪽에 자리한 유생들이 생활하는 기숙사.

■ 동·서무: 향교 대성전 앞 양쪽에 자리한 건물. 본디 우리나라 18현(동방18현) 등의 위패를 모셨으나, 광복 이후 대성전으로 옮겼다.

■ 동방18현(동국18현): 향교 문묘(대성전)에 모신(배향한) 우리나라 18현인. 최치원·설총·안향·정몽주·정여창·김굉필·이언적·조광조·김인후·이황·성혼·이이·조헌·김장생·송시열·김집·박세채·송준길.

■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 서원 9곳: 영주 소수서원, 달성 도동서원, 함양 남계서원, 경주 옥산서원, 안동 도산서원·병산서원, 장성 필암서원, 정읍 무성서원, 논산 돈암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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