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의 카메라에 맺힌 시대의 체온

최민식 사진전 ‘소년시대’
미공개작 135점·대표작 선봬

<부산, 1969>

누이는 배가 고파 칭얼대는 어린 동생을 들쳐업고 어머니를 찾아나섰다. 자갈치시장 어귀 좌판에서 생선을 팔던 어머니는 부끄러움을 잊은 채 윗옷을 걷어올렸다. 아이는 오른손으로 어머니의 왼쪽 젖가슴을 잡고 고개를 들어 입으로 오른쪽 젖을 빤다. 어머니는 행여 생선을 만지던 비린 손이 아이에게 닿을까 손을 뒤로 한 채 아이의 얼굴을 바라본다.

한국을 대표하는 1세대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최민식(84)씨가 1969년 부산 자갈치시장에서 몰래 찍은 흑백사진 <부산, 1969>이다. 하루 종일 어린 동생을 업고 지내야 했던 어린 누이의 가냘픈 어깻죽지와 때묻은 고무신, 몸뻬 차림에 수건을 머리에 두르고 선 채로 젖을 물리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당시 고단했던 삶의 냄새가 물씬 배어난다. 하지만 지독한 궁핍 속에서도 절절한 모성과 가족애가 가슴을 저리게 한다.

최민식씨가 잘 알려진 대표작과 1950~70년대에 찍은 미공개작(135점) 등 165점을 모아 사진전 ‘소년시대’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안 롯데갤러리에서 열고 있다. 한국전쟁 직후 암울했던 시기인 1957년부터 현재까지 부산의 자갈치시장과 광안리 해변, 영도 골목, 부산역 등의 힘겨운 삶의 현장에서 몰래 건져올린 어린이들의 사진이 주를 이룬다. 과자를 먹는 아이를 따뜻하게 바라보는 어머니와 할머니의 모습부터 우는 동생의 머리를 정성스럽게 빗겨주는 어린 언니, 발가벗은 채 미역을 감는 개구쟁이들, 판잣집에 기대어 말뚝박기 놀이를 하는 아이들까지 가난한 삶의 현장에서 해맑게 피어난 동심의 세계를 만날 수 있다. 그는 “사진은 정직하고 정확해야 한다. 꾸며대고 조작하면 안 된다. 기쁨과 슬픔이 담긴 표정을 읽어야 한다. 그래야 보는 이가 감동한다”고 말했다.

독학으로 사진을 배운 그는 주로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의 남루한 일상을 찍었다.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1970년대에는 거지나 가난에 찌든 이들의 사진만 찍어 외국에 전시하는 그를 못마땅하게 여긴 박정희 정권의 박해를 받기도 했다. 그의 작품은 영국과 독일의 <국제사진연감>과 일본의 <세계사진연감>에 수록되었으며, 2008년에는 자신의 사진작품 원판 10만여장을 비롯해 13만여점의 자료를 국가기록원에 내놓아 민간 기증 국가기록물 제1호로 지정되었다. 7월8일까지. (02)726-4428.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롯데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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