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거진 숲에 지친 마음 내려놓고 가세요

등록 : 2013.06.19 20:16수정 : 2013.06.19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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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 스님이 소나무숲길을 걸어내려오고 있다. 경남 고성 연화산 자락의 고찰 옥천사 뒷산이다.

[한겨레 esc]

경남 고성 숲길과 고찰 옥천사 

‘마음챙김’ 템플스테이

산세가 연꽃을 닮아
이름지어진 연화산
잘 보존된 편백나무 숲
공룡발자국 화석지도 있다

“숲으로 치면 이래 울창한 곳도 드물기라. 뙤약볕도 부슬비도 다 가려주이까네.”

경남 고성군 개천면과 영현면에 걸쳐 솟은 연화산(528m). ‘연화산 지킴이’로 알려진 김영환(58)씨 말은 틀리지 않았다. 옥같이 맑은 샘물이 솟는 고찰 옥천사 뒤 연화산 자락 숲길은, 청련암 오솔길도, 황새고개 너른 길에도 소나무·참나무들 빽빽하게 우거져, 빛줄기도 빗줄기도 새어들어올 틈이 별로 없어 보였다. 하늘을 찌를 듯이 솟고 솟은 편백나무 숲 나무의자에 앉아 김씨가 덧붙였다. “연화산이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이유가 있어요. 경남에서 자연생태가 지리산 다음으로 잘 보존된 산입니다.”

옥천사에서 부속 암자인 청련암과 연화산 정상, 적멸보궁을 거쳐 황새고개 옆 편백나무 숲으로 들어온 60대 중반 부부 두 쌍의 말은 ‘숲이 얼마나 울창한지’ 이야기에 마침표를 찍어주었다. “좌우간 산에 들어와가 하늘 구경 한번 제대로 몬한기라.” 거의 주말마다 전국 산을 찾아 함께 숲길을 걷는다는 두 부부는 “이렇게 울창한 숲길은 정말 오랜만에 만났다”며 “험하지는 않은데 오르내림이 심해 운동이 많이 되는 산”이라고 말했다. 중장년층이 운동 삼아 걷기에 좋은 조건이란다. 물론 흠도 있다. “숲이 너무 우거져 훤히 트인 전망이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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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대웅전·자방루와 좌우 요사채 사이에 놓인 아늑한 옥천사 안마당.
여러 봉우리들 포개진 산세가 반쯤 피어난 연꽃을 닮았다 해서 연화산이다. 2곳뿐인 경남도립공원 중 한곳이다. 산은 높지 않으나 산세가 아기자기한데다, 적송·상수리나무·전나무·편백나무 군락지 등 식생이 다양하고 잘 보전돼 있어, 한국의 100대 명산에도 이름을 올렸다. 짙푸른 이 숲길에서 중장년 부부는 별말도 없이 열심히 걷고, 젊은 연인 짝은 쉴새없이 재잘대며 느긋하게 걷는다. 암자를 오가는 옥천사 스님들은 헛기침 두어 번에 장삼자락 휘날리며 바람처럼 넘나든다.

이 꽃다운 숲길을 품은 연화산의 산행 코스는 대체로 다섯 가지다. 어느 코스를 가든 출발지·도착지는 공룡발자국 화석지가 있는 연화산 집단위락시설지구 주차장이다. 연화1봉(489m)과 황새고개·적멸보궁·연화산·남산·청련암·옥천사 거쳐 내려오는 4시간30분짜리 코스(7.3㎞)가 가장 길다. 대부분 산행객들은 연화1봉~황새고개~옥천사 거쳐 내려오는 3시간짜리 코스(5.3㎞)를 걷지만, 바로 옥천사로 올라가 청련암과 남산·편백숲·황새고개를 거쳐 옥천사로 내려오는 2시간짜리 숲길 탐방을 즐기는 이들도 많다.

연화산을 더욱 꽃답게 하는 곳이, ‘반쯤 핀 연꽃’ 한가운데 자리잡았다는 천년 고찰 옥천사다. 쌍계사의 말사로 그리 큰 사찰은 아니지만, 자방루, 대웅전 등 자못 웅장한 당우들이 짜임새 있게 들어앉은 모습이 감상할 만하다. 대웅전과 앞의 자방루 그리고 좌우로 자리잡은 요사채인 적묵당·탐진당(종무소)이 구성해내는 마당은 건물 크기에 비해 지나치게 작아 보이지만, 그래서 더 아늑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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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옥천사 절 이름이 유래한 샘 옥천.
먼저 마주치게 되는 자방루는 옥천사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멋진 건물이다. 영조 때 처음 짓고 고종 때 중수한 건물인데, 흔히 2층 누각 밑을 통과해 대웅전으로 오르는 형식인 여느 절과 달리 단층 누각으로 지어져, 누각 옆문을 통해 대웅전 앞마당으로 오르게 돼 있다. 왜군 침입에 대비한 승군 교육을 위해 지어진 건물이라고 한다. 옥천사는 경남지역의 대표적인 승군사찰·호국사찰이었다. 자방루 앞면 처마 밑엔 ‘옥천사’ 현판이, 뒷면엔 ‘연화옥천’과 ‘자방루’ 현판이 걸려 있다. 내부 대들보와 기둥머리 등에 그려진 비천상·비룡·새·꽃 단청이 고색창연한 빛을 내뿜는다. 조선말 단청장들의 작품이라고 한다.

팔상전 뒤쪽 옥천각엔 이 절집 이름의 유래가 됐다는 샘 ‘옥천’이 있다. 옛날엔 공양미도 흘러나왔다는 전설이 있는, 사철 마르지 않는 샘이다. 대웅전도 아름답지만, 대웅전 뒤 나한전 옆으로 앙증맞게 들어선, 각각 한평도 채 안 돼 보이는 두 건물, 산령각과 독성각도 눈길을 끈다.

옥천사는 한때 스님(승군)이 300명을 넘고, 부속 암자가 12개에 이르는 큰절이었다. 절 소유 땅을 농민들에게 소작을 주어 거둬들이는 곡식이 1000석이나 됐다고 한다. 절 위세는 조선 후기에 쇠퇴하게 되는데, 왕실에서 쓸 ‘어람지’(임금이 보는 문서 등에 쓰던 한지)를 생산해 진상하는 사찰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스님들이 닥종이 만드는 고된 노역에 시달리다 하나둘 절을 떠났다고 한다. 당시 옥천사엔 닥종이 생산을 위한 물레방아가 12개나 있었다고 전한다. 한때 머무는 스님이 10여명까지 줄었다가, 철종 때 닥종이 부역이 면제되면서 다시 위세를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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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옥천사 템플스테이의 숲길 명상. 옥천사 제공
이 사찰은 정유재란 때 왜병들에 의해 불태워지는 등 숱한 수난을 겪었다. 진주목 관아의 지원을 받고 권력자들의 시주가 잇따랐던 절이어서, 진주농민항쟁이나 동학농민항쟁 때 성난 농민들에 의해 파괴되거나 불태워지는 일이 잦았다고 한다. “요즘은 사자개들이 절을 지켜요. 경방(밤에 도는 순찰)도 돌고.” 50년간 절 관리를 맡아왔다는 보명 스님이 사자처럼 생긴 커다란 개 2마리를 가리켰다. “밥도 엄청 먹고, 코를 무지하게 곤다”는 중국에서 들여온 개들이다.

경내의 또다른 볼거리가 옥천사 유물 전시관 보장각이다. 고려 때 만들어진 청동북(임자명 반자·보물), 조선 후기 향로와 탱화, 옥천사에서 출가한 고승 청담 스님의 글씨들, 절 소유 땅문서, 중수기, 주지 인감도장 들이 전시돼 있다. 절 들머리 집단위락시설지구 주차장 옆 등산로 입구 바위엔 중생대 백악기 공룡 발자국 화석들이 남아 있다. 초식성 용각류 공룡 발자국이라고 한다.

그윽한 숲길 걷기와 더불어 체험할 만한 것이 이 절 템플스테이다. ‘마음 챙김’이란 주제 아래 연화산 숲길에서 진행되는 아침고요 명상, 편백숲길 걷기 명상, 숲길 따라 암자 순례 등 명상 프로그램들이 돋보인다. 옥천사 템플스테이를 진행하는 원각 스님은 “마음 챙김이란 울창한 숲에 들어 지친 마음을 내려놓고 행복한 마음만 챙겨 가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고성(경남)/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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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화산 여행정보

가는 길
 수도권에서 경부나 중부고속도로 타고 가다 대전 비룡분기점에서 대전~통영 고속도로로 갈아타고 직진, 연화산나들목에서 나간다. 오서교차로~영오사거리~옥천사삼거리~연화산도립공원.

먹을 곳 옥천사 들머리 주차장 주변에 매일 두부를 직접 만들어 쓰는 옛날손두부집(055-673-4900, 손두부·산채비빔밥·도토리묵), 사골을 직접 고아내는 이황가(055-673-1405, 가마솥곰탕·연잎냉면) 등 식당이 있다.

묵을 곳 연화산도립공원 집단위락시설단지에 숙박시설(객실 48개, 취사 가능)이 있다. 1박 4만원부터. (055)673-8400. 옥천사 템플스테이(055-672-0100) 1인 5만원. 옥천사에서 40분 거리 당항포관광지 주변에 모텔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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