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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 한탄강변의 비둘기낭. 비 올 때 폭포를 볼 수 있지만, 폭포보다는 음습한 절벽 골짜기와 짙푸른 물빛이 온몸을 서늘하게 해주는 곳이다.

[esc] 커버스토리

비와 안개 속에서 더 돋보이는 여행지들
테마별로 즐기는 빗속 여행 4선

장마철 여행에 대해 주변에 물으니, 대답은 둘로 나뉘었다. “여행은 무슨? 구질구질하게.”(비를 싫어하시는 분) “비 올 때 가면 좋은 데가 어딘데?”(여행을 좀 다녀본 분) 흔히들 비와 여행은 상극이라고 생각하지만, 비를 좋아하는 분도 싫어하는 분도 ‘빗소리가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 준다’는 데는 동의하지 않을까? ‘비 올 때 좋다’는 여행지란 사실, 비 올 때 굳이 가봐야 할 곳이라기보다, 여행길에 만난 비로 여행 분위기가 한결 북돋워지는 곳들이다. 주말 여행 때 맑은 날씨 만나기 어렵듯이, 비 오는 날 만나기도 수월찮다. 그래서 비가 안 와도 괜찮고, 비가 오면 더 돋보이는 여행지들을 골라봤다.

비 올 때 폭포 위용 드러내는 비둘기낭·엉또폭포

비 와야, 비가 내린 뒤에야 멋진 폭포 물줄기를 보여주는 곳들이다. 평지를 흐르던 물길이 낙차 큰 절벽을 만나 거세게 떨어져 내리는 게 폭포다. 평소엔 물이 말라 그냥 절벽이었다가, 비가 올 때만 위용을 드러내는 폭포들이 있다.

대표적인 곳이 경기도 포천시 영북면 대회산리 한탄강변의 ‘비둘기낭’이다. 27만년 전 유출된 용암이 굳은 뒤 침식돼 이뤄진 주상절리 협곡과 동굴로, 최근 천연기념물(제537호)로 지정됐다. 대회산리 평지를 흘러오던 자그마한 물길이 이 협곡을 만나 움푹 파인 절벽으로 떨어져 내린다. 굳이 폭포가 아니더라도 나무들에 가려진 절벽 밑의 짙푸른 물웅덩이가 소름을 돋게 하는 곳이다. 비가 온 뒤에야 폭포 물줄기가 모습을 드러내는데, 폭포보다도 절벽 밑 동굴의 천장에서 물웅덩이로 떨어지는 물줄기들이 신비감을 자아낸다. 비둘기낭이란 이름은 절벽과 숲에 비둘기가 많이 살았던 데서 비롯했다.

주민이자 비둘기낭 관리인인 이규석씨는 “그 많던 비둘기·박쥐·메기·쏘가리가 사라진 건 몇년 전 <선덕여왕> 드라마가 촬영된 뒤 인파가 몰려들면서부터”라고 했다. 여름이면 돗자리 깔아놓고, 헤엄치고 밥해 먹고 고기 구워 술 마시는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물가 출입과 음식물 반입을 완전히 통제하고, 관리인까지 고정배치돼 점차 청정한 분위기를 되찾아가고 있다. 주차장에 간이화장실도 설치했다. “하루 100㎜ 정도는 비가 와야 볼만한 폭포가 형성된다”고 한다.

비가 와야 폭포를 이루는 절벽들은 화산섬인 제주도에도 많다. 제주 하천들은 대부분 마른 하천이었다가 비가 오면 거센 물살을 이루는 급류천을 이룬다.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동 내륙 악근천 상류 절벽에 걸린 엉또폭포도 비가 올 때 거센 물줄기를 쏟아부어 장관을 이루는 폭포다. 높이 50m에 이르는 절벽의 폭포수와 주변 울창한 숲이 어우러져 신비한 분위기를 발산한다. 제주올레길 7-1코스에 있다. 엉또는 ‘작은 바위굴 입구’라는 뜻의 제주도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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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의 덕산기계곡

비 온 뒤 환상적 물빛 내뿜는 덕산기계곡

대부분의 ‘비와야 폭포’가 비 올 때나 비 온 직후에 제 모습을 드러낸다면, 비가 오고 며칠 지나서야 제 빛깔을 보여주는 골짜기도 있다. 정선의 덕산기계곡(사진)은 평소에 대부분 물이 바닥으로 스며들어 자갈밭만 드러나지만, 비가 오면 순식간에 널찍한 계류를 이루는 곳이다.

정선읍 여탄리에서 덕우리 거쳐 화암면 북동리로 뻗은 10여㎞의 계곡이다. 이 골짜기의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환상적인 물의 빛깔이다. 비가 온 뒤 2~3일 뒤부터 일주일 사이가 이 골짜기 물빛 감상의 적기다. 거센 물살이 잦아들며, 흰 자갈밭 위로 드러나는 옥빛 물살은 참으로 아름다워 기이하기까지 하다.

비 올 때는 절벽 곳곳에 폭포도 형성된다. 이 가운데 가장 큰 폭포는 주민들이 ‘나가라 폭포’라고 하는데, 폭포 모습이 보이면, 계곡 물이 엄청 늘어나게 되므로 이른 시간 안에 계곡을 빠져나가야 안전하다는 뜻이다. 계곡 안에 펜션 2곳과 게스트하우스 1곳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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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 운길산 자락의 고찰 수종사

비 와도 좋고 안개 끼어도 좋은 절집과 정자들

비 올 때 찾아가기보다는, 찾아간 뒤 쏟아지는 빗줄기를 만나면 좋은 곳도 있다. 깊은 산속 고색창연한 사찰이나 고즈넉한 옛 분위기를 간직한 정자들과 향교 등 선인들 체취가 스민 전통 건축물들이다.

고찰 요사채 툇마루에 앉아 빗소리를 듣는다면, 풍경 소리보다 청아하고 산새 소리보다 해맑은 울림이 가슴속에서 일어나지 않을 수 없을 터다. 큰 절집들에는 방문객을 위한 전통 찻집이 마련돼 있어 차를 마시며 쏟아지는 빗줄기를 감상할 수 있다.

수도권에서 가벼운 산행과 함께 구름 위 절집 산책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남양주 운길산 자락의 고찰 수종사다. 팔각오층석탑과 정의옹주 부도 등 석조물과 500년 은행나무가 돋보이는 수종사의 자랑거리는 절 마당 또는 은행나무 밑에서 내려다보는 두물머리 쪽 한강 물줄기 풍경이다. 조선 초기의 대문장가 서거정이 ‘동방 최고의 경관’이라 표현했을 정도다.

비 올 때 이 절집의 최고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통유리가 시원한 찻집 삼정헌(사진)에 앉아 직접 달여 마시는 그윽한 녹차 맛이 아닐 수 없다. 비 올 때 일부러 차를 마시러 찾아간다는 이가 있을 정도다. 통유리를 통해 숲과 한강 물줄기 일부가 바라보인다. 뜨거운 물과 작설차가 준비돼 있고, 직접 다기를 이용해 차를 우려 마음껏 마실 수 있다. 차와 빗소리를 즐긴 뒤 차값은 내키는 만큼 내면 된다.

옛 선비들이 관직에서 물러나 낙향해, 전망 좋은 자리에 짓고 소일하던 정자들을 찾아가는 것도 비 올 때 선택해볼 만한 여행이다. 전남 담양 지역엔 빼어난 조형미를 갖춘 원림(정원)들과 정자들이 수두룩해 정자 기행을 해볼 만하다. 남면 지곡리의 소쇄원은 조선 전기의 대표적인 민간 정원이다. 들머리 대나무밭을 걸어올라, 제월당이나 광풍각 마루에 앉아 빗소리에 귀를 기울여봄직하다. 담양의 정자 기행은 가사문학 기행과 맥을 같이한다. 송순이 면앙정가를 지은 면앙정, 정철이 성산별곡을 지은 식영정, 배롱나무와 연못이 아름다운 명옥헌 등을 찾아갈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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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남해도 가천 다랭이마을

“비바람 몰아칠 때 오이소” 남해 다랭이마을

경남 남해도 가천 다랭이마을(사진)은 100여층 계단식 논으로 이름난 마을. 바닷가 비탈 마을에 층층이 쌓인 다랑논도 아름답지만, 여름이면 이 마을 볼거리가 하나 더 늘어난다.

“함 와보소. 참말 어마어마합니더. 엄청난 파도가 이래 서서 온다이까네.” 태풍 불 때 마을 바위해안으로 쇄도해 오는 거대한 파도 이야기다. 해안에 바짝 붙은 비탈 마을이어서, 옛날엔 초대형 파도가 마을 지붕까지 덮칠 때도 있었다고 한다. 김주성 다랭이마을 추진위원장은 “태풍 오는 시기에 맞춰 마을에 오면, 주민들의 안내로 안전하게 엄청난 파도 구경을 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 남해도 해안을 따라 드라이브하며 비 오는 바다 풍경도 즐겨볼 만하다.

포천 남양주/글·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장마철 여행 이것만은 조심

비 올 때의 여행은 확실히 색다른 매력을 지녔지만, 동시에 예기치 못한 위험도 품고 있다. 커버스토리로 소개한 여행지 여행 때 주의해야 할 점들을 짚어봤다.

태백 대덕산·금대봉 경관보전지구 야생화 탐방 폭우 땐 탐방을 피해야 한다. 특히 대덕산은 길이 가파르고 험하므로 적은 비라도 올 땐 탐방을 자제해야 한다. 전 구간이 미끄러운 흙길이므로 비옷·스틱·등산화는 필수다. 탐방 중 나무뿌리나 바위는 딛지 않도록 한다. 낙상은 대부분 나무뿌리를 밟아서 일어난다. 나 홀로 탐방은 금물이다. 멧돼지 무리가 나타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사진기 삼각대나 애완동물은 반입 금지다. 야생동식물 포획·채취 땐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해설을 신청해 탐방하면, 흥미롭고 풍성한 동식물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남양주 수종사, 포천 비둘기낭, 정선 덕산기계곡, 남해 다랭이마을 탐방 수종사는 중앙선 전철 운길산역에서 내려 왕복 2시간이면 다녀올 수 있다. 차로 일주문 앞까지 오를 수 있으나, 시멘트길이 급경사인데다 좁고 굽이가 심해 운전에 매우 조심해야 한다. 포천 비둘기낭엔 주말에 문화관광해설사가 상주해 해설을 신청할 수 있다. 평일엔 관리인만 상주한다. 정선 덕산기계곡의 경우 물길을 따라 탐방로가 이어지므로, 폭우가 예상될 땐 들어가지 말아야 한다. 비 오고 2~3일 뒤 물이 적당히 빠진 다음 탐방하는 것이 연녹색 물빛 감상에도 좋다. 남해 가천 다랭이마을은 농촌체험마을이어서 농가 숙박이 가능하다. 태풍 오기 직전 방문하면, 위원장 등의 안내를 받아 대형 파도 구경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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