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주 남한강변 고찰 신륵사의 강월헌.

[esc]여행
개화시기 맞춰
4월 말까지 개방한
여주 세종대왕릉 진달래동산
연분홍꽃 흐드러져

나날이 푸르러지는 봄날, 우리 모두 그 한가운데에 있다. 그렇다, 만사 제쳐놓고 꽃다운 하루를 취하고 싶은 때다. 지금 봄노래 한자락 부르지 않으면 때는 늦는다는 것, 곧바로 그 무자비한 찜통 여름이 시작된다는 것을, 해마다 이르게 찾아오는 매미 소리가 반복해서 알려준다. 거닐며 노래하기 좋고, 숨 쉬며 흥얼거리기 좋으며, 마주 보고 사랑하기에도 좋은 임금님 무덤가로 놀러 가보자. 죽은 이를 위한 자리에도 봄날이 왔다. 잔디밭 따사롭고 숲길은 청량하니, 이런 봄날이라면 임금님도 왕비님도 아니 노지는 못했으리라.

조선 왕릉들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목록에 이름을 올린 인류의 문화유산이다. 목록에 등재된 42기의 조선 왕릉 중 40기가 서울·수도권에, 제릉(태조 원비 신의왕후릉)과 후릉(정종·정안왕후릉) 2기는 북한 개성에 있다. 서울에서 한시간 남짓 거리의 경기도 여주군 능서면 영릉, 세종대왕의 너른 품에서 노닐며 봄햇살과 봄비를 두루 즐기고 왔다. 개화 시기에 맞춰 개방(4월17~30일)한, 영릉 안의 ‘진달래 동산’엔 지금 연분홍 진달래가 흐드러져 소나무숲이 환하다.

2. 세종대왕 영릉 옆 소나무숲(진달래동산). 진달래가 만발하는 시기에 맞춰 숲을 개방한다.
영릉(英陵)과 영릉(寧陵) 그리고 소나무숲과 진달래 “와, 이걸 좀 봐라. 세종대왕도 장영실도 참 대단한 분들이지?” 경기도 여주군 영릉(세종대왕릉) 앞 정원에 전시된 해시계 앙부일구, 물시계 자격루, 천체 위치 관측기구인 혼천의 들을 둘러보던 어르신과 어린이가 함께 감탄사를 터뜨렸다. 소풍 나온 어린이들 입에서 연신 ‘가갸 거겨, 나냐 너녀…’가 흘러나오는 봄날. 여러 임금님 무덤 중 가장 친근하게 느껴지는 곳, 조선 왕 중 대왕이요, 대왕 중에 으뜸 임금으로 치는 세종대왕의 능이다.

조선 제4대 임금인 세종대왕(이도·1397~1450, 재위 1418~1450)은 영릉 들머리 안내판에 적혀 있듯이 ‘백성을 사랑하였으며 어진 성덕이 하늘같이 높았’던 임금이다. 널찍한 잔디밭과 개나리·진달래 만개한 소나무숲을 거닐며 배우고 느낄 것이 많다. 능으로 드는 개울에 놓인 금천교, 능역임을 표시한 홍살문, 제사를 올리던 정자각(丁字閣), 550년 둥글어져온 봉분과 그 안에 나란히 누웠을 세종대왕과 소헌왕후(심씨, 1395~1446), 이끼 끼고 빛바랜 난간석·무인석·문인석 들을 살펴보고 생각하는 동안, 어진 임금의 성덕이란 따스한 봄볕과 다르지 않다는 걸 느낄 수 있다.

3. 효종대왕 영릉 재실의 500년 된 느티나무.
세종대왕 영릉은 왕과 왕비의 합장릉이다. 정자각 옆 비각의 영릉비(1745년 건립)에 ‘조선국 세종대왕 영릉 소헌왕후 부좌’라 새겨져 있다. 영릉 해설사 정영희씨가 설명했다. “‘부좌’란 대왕의 왼쪽에 왕비를 모셨음을 뜻합니다. 왕이 북쪽으로 머리를 두고 있으므로 남쪽인 정면에서 바라볼 때엔 오른쪽에 왕비가 있습니다.” 영릉은 본디 태종의 능인 서울 헌릉(현 내곡동) 서쪽에 있었으나, 터가 좋지 않다 하여 1469년 현 위치로 옮겼다(천장·천릉). 영릉을 명당인 이곳으로 옮긴 덕에 조선왕조가 100년 더 이어졌다(영릉가백년·英陵加百年)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영릉을 둘러본 뒤 봄철 한시적으로 개방되는 소나무숲길을 산책해볼 만하다. 정자각 쪽에서 내려오다 오른쪽에 ‘진달래 동산’ 팻말이 세워진 들머리가 있다. 산불 예방을 위해 평소엔 출입을 막다가 진달래 피는 시기에만 산책로를 개방하는 8만5000㎡ 넓이의 소나무숲이다. 소나무들은 대개 20~50년생으로 큰 나무는 적지만, 숲 전체에 가득한 진달래 무리가 눈을 사로잡는다. 솔숲 가득 드리운 연분홍빛 꽃구름에 잠겨 소나무들 아랫도리가 훤하다.

영릉 숲과 시설을 34년째 돌보고 있다는 김광수(59) 관리반장은 “오래전부터 자연적으로 형성돼온 진달래 군락지”라며 “경관을 그냥 두기 아까워 봄철에만 제한적으로 개방하고 있다”고 말했다. 큰비가 없다면 이번 주말까지는 진달래가 볼만할 것이라고 한다. 짤막한 산책로들이 마련돼 있고, 곳곳에 진달래가 등장하는 풍속화, 꽃에 얽힌 전설 등을 설명한 펼침막을 걸어놔 진달래 관련 상식을 얻을 수 있다.

4. 효종대왕 영릉. 위쪽이 효종, 아래가 인선왕후 능이다.

영릉 초입의 전시관인 세종전에도 들러볼 만하다. 세종대왕의 어진과 ‘이종무 장군 대마도 정벌도’ 등 업적을 그린 그림들, 훈민정음 해례본 등 재위 때 간행된 서적들, 과학기구와 악기류 등이 전시돼 있다.

세종대왕 영릉(英陵) 옆엔 숲 하나를 사이에 두고 조선 제17대 임금 효종대왕 능과 왕비 인선왕후 능인 영릉(寧陵)이 있다. 세종대왕 영릉엔 대왕의 빼어난 업적을 기려 ‘꽃부리 영’ 자를 썼고, 효종대왕 영릉엔, 병자호란 뒤 청나라에 8년간 볼모로 잡혀가는 등 고초를 겪은 것을 고려해 편안히 쉬시라는 뜻에서 ‘평안할 영(녕)’ 자를 쓴 것이라고 한다. 효종은 청나라에 당한 치욕을 갚기 위해 치밀하게 북벌 계획을 추진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재위 10년 만에 승하했다.

세종 영릉은 합장릉이지만, 효종 영릉은 효종대왕릉과 인선왕후릉을 위아래로 배치한 ‘동원상하릉’ 양식이다. 효종 영릉 볼거리의 핵심은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재실이다. 재실은 제관들이 머물며 제사를 준비하는 곳이다. 대부분 왕릉의 재실이 훼손돼 원형을 잃었으나, 효종 영릉의 재실은 1673년 건립 당시 원형을 그대로 간직한 건축물이라고 한다. 왕릉의 재실 중 유일하게 보물로 지정돼 있다.

재실 안마당에서 자라고 있는 300년 된 아담한 회양목(천연기념물)과 키다리 향나무, 500년 된 느티나무 들이 고색창연한 재실의 내력을 이야기해주는 듯하다. 말을 매던 마구간, 물을 긷던 우물도 그대로 남아 있다. 두 영릉을 찾아가기 전에 미리 해설을 신청하면,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둘러볼 수 있다.

강변에 자리잡은 신륵사
강월헌에 걸터앉아
남한강 물줄기
감상하는 맛도 일품

5. 세종대왕 영릉 경내에 전시된 해시계 앙부일구.
영릉의 원찰 신륵사와 명성황후 생가 여주에서 두 영릉과 함께 둘러볼 만한 곳이 남한강변의 아름다운 절 신륵사다. 세종 영릉을 여주로 옮겨오면서, 조선 왕실에서 원찰(願刹·죽은 이의 명복을 비는 사찰)로 정해 크게 중창한 절이다. 신라 때 창건한 것으로 전해오지만, 고려말 고승 나옹선사가 말년에 머물다 입적한 절로 이름 높다.

드물게 강변에 자리잡은 사찰로, 남한강 물줄기와 어울려 멋진 경치를 자아낸다. 물가 바위자락에 날아갈 듯 앉은 정자 강월헌 등 볼거리와 이야깃거리가 많아, 여유를 갖고 찬찬히 둘러볼 만하다. 보물 8점 등 다수의 문화재들이 있다. 지공선사·나옹선사·무학대사의 영정을 모신 조사당은 신륵사에서 가장 오래된 조선초 건축물이다. 특이하게 대리석을 다듬어 탑재로 쓴, 용무늬 조각이 돋보이는 다층석탑, 강월헌 위 언덕에 세워진 다층전탑, 조사당 뒤 보제존자(나옹) 석종부도와 석등 들이 모두 아름답다.

여주나들목(영동고속도로) 부근에는 명성황후(1851~1895) 생가가 있다. 대한제국 고종황제의 황후로, 우리 국권 침탈을 노린 일본에 의해 시해당한 분이다. 인현왕후(숙종 계비)가 살던 감고당도 이곳에 있다. 여주는 조선시대에 8명의 왕비(민씨, 김씨)를 배출한 고장이다.

여주=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travel tip

세종대왕 숭모제전과 소헌왕후 제례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 여주나들목에서 나가 37번 국도를 타거나, 중부내륙고속도로 서여주나들목에서 나가 영릉으로 간다.

 먹을 곳 여주엔 쌀밥정식과 막국수, 매운탕 전문식당들이 많다. 여주읍 상거리 웅골(031-882-1617)의 여주쌀밥정식(1인분 1만3000원)과 콩요리, 현암4리 동네막국수(031-884-0434)의 메밀막국수 등.

 세종대왕 숭모제전과 소헌왕후 제례 4월28일 세종 영릉에서 소헌왕후 제례 의식이, 세종대왕 탄신일인 5월15일엔 세종대왕 숭모제전이 진행된다. 숭모제전 때는 전국한글휘호대회, 전통다례제 등도 열린다.

 여행 문의 여주군청 문화관광과 (031)887-2869, 여주 관광안내와 문화관광 해설 신청 (031)887-28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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