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를 유치원에 보내기 위해 아침에 준비하는 시간은
거의 전쟁터나 다름이 없습니다
특히나 매일 아침마다 "밥 먹기"를 실천하고 계시는
외할머니의 방침때문에
밥먹이기 전쟁,
옷입히기 전쟁,
세수하고 이빨닦기 전쟁 등
적어도 서너개의 전쟁을 쌍둥이니까 두번씩 치러야합니다.
얼르고 달래기 단계를 지나
협박하기,
윽박지르기,
고함치고 혼내기 등
전쟁은 다양한 단계를 거칩니다.
휴직기간 중인 지금
아침을 먹이기 위해 어른 둘이서 전쟁을 치러도 이렇게 힘든데,
지난 3년간 외할머니-나의 친정엄마는 어찌 홀로 쌍둥이와 전쟁을 치르셨는지...
참 감사할 노릇이죠.
날씨가 어느정도 풀린 4~5월경.
아침 전쟁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유치원 버스를 타는 아이들과
아침 인사하러 가자고 재촉하는 것.
우리 아파트 단지 앞은 약 60~70여미터 거리에 있는
쌍둥이가 다니는 유치원의 버스를 제외하고도
대략 5개의 유치원 버스가 매일 아침 아이들을 태우러 옵니다.
아침마다 유치원 버스를 기다리는 아이들로
아파트 단지 입구는 8시30분부터 9시30분까지 거의 한시간 가량을 북적북적.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로 시끌벅적합니다.
(사실 그 시끄러움의 50%가 쌍둥이 담당입니다)
우연히 아침에 밥을 일찍먹고 기분좋게 유치원으로 등원을 하던 아침.
같은 어린이집을 다니다가 다른 유치원으로 가게된 친구가
아파트단지 입구에서 통학 버스를 기다리는 것을 발견하고
서로 어찌나 반갑게 인사를 하던지.
그날 아침 이후로 쌍둥이의 아침은 새로운 당근이 생긴거죠.
"얼른 먹고 친구들한테 인사하러 가야지!"
"밥 빨리 안먹으면 오늘 아침에는 **를 못만난다~!"
아파트 단지 입구의 유치원에 도착해서 버스에서 내리는 아이들.
그 시각즈음 쌍둥이가 다니는 유치원의 버스도 지나갑니다.
버스에서 친구들의 얼굴을 발견하고 반가워하죠.
아파트 입구에서 아이들을 태우는 다섯개의 유치원 차량 이외에도
아파트 앞을 지나가는 유치원 버스의 숫자는
손가락으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회사를 다닐때에는
출근시간이 일러 전혀 만날수 없었던 새로운 풍경입니다.
아침부터 친구들에게 주머니 속의 간식을 서로 주고 받습니다.
하루 중에 뭔가 간식거리가 생기면
다음날 아침 친구들에게 나누어주겠다며
주머니에 챙겨넣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낮에는 만날 수 없는 친구들과 20여분동안 상가건물과 그 앞마당을 돌아다니지요.
때로는 넘어지거나 부딪치고 세상이 떠나가라 울기도 하지만,
하루를 시작하기 전에 힘차게 뛰놀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무척 보기 좋습니다.
차를 타는 친구를 배웅하겠다며 손을 흔드는 모습도 예뻐요.
아이들이 다니게될 유치원을 선택하던 지난해 겨울.
집에서 도보로 통학할 수 있느냐는 것이
쌍둥이네는 아니 친정엄마에게는 가장 큰 과제였습니다.
워낙 입도 짧고 잘 먹지 않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아침 밥을 먹이는 시간이 오래걸리고 힘드셔서
친정엄마는 처음부터 시간을 맞추어야하는 차량통학은
불가능하다고 선언 하셨습니다.
회사를 다닌다는 이유로
육아는 전적으로 친정엄마께 의지하고 있었으므로
친정엄마의 뜻에 따르기로 했죠.
밥 대용식, 과일 등으로 편하게 육아를 하라는 저의 권유에도
친정엄마는 한결같이 밥을 고집하십니다.
하긴 제가 고등학교때 아침이 너무 먹기 싫어 반항했다가
"아침 안먹으려면 학교 가지 마"라는 말씀에
딩겁을 하고 울며 밥먹고 학교갔던 기억이 몇번이나 있을 정도니
손주들에게 아침을 먹이려는 친정엄마의 의지는 실로 대단실 수 밖에요.
이런 친정엄마의 노력 덕분에
방글이 땡글이는 작게 태어나도 크게 잘 크고 있기도 해서
친정엄마의 뜻에 따라 열심히 먹이는 수 밖에 저는 할말이 없습니다.
집에서 도보로 통학이 가능한 유치원은 두군데 밖에 안되었으므로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두군데 중에 조금 더 마음에 드는 곳으로 유치원이 결정되었고,
유치원에 등원하는 시점부터 저의 휴직이 시작되었습니다.
아이들을 양손에 잡고 가방을 메고 걸어가는 길은 늘 즐겁습니다.
아이들이 즐겁게 유치원으로 가주기 때문이기도 하고,
유치원의 일상과 친구들 이야기를 하거나,
유치원이 끝난 뒤 일과를 계획하는 것도 좋습니다.
(주로 놀이터에서 놀까, 말까를 의논하죠)
심하게 눈, 비가 오더라도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유치원이 위치하고 있어 괜찮습니다.
또 감기때문에 자주 병원에 가야하던 5월 내내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다음 유치원에 조금 늦게 등원할 때에도
병원과 유치원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아서 덜 어려움을 겪었답니다.
최근 유치원 차량에 의한 아동차량 사고 발생 보도소식이 빈번하여
엄마들이 마음을 졸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차량을 타고 통학하지 않더라도 차량사고는 발생할 수 있습니다.
차를 타고 있을때보다 차에서 내린 이후에 사고가 더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죠.
쌍둥이의 경우에도
유치원으로 들어서는 도로 입구에
다른 상점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차가 오가는 곳이라
갑자기 튀어나가는 땡글이를 보며 뛰지 못하게 단속하느라
늘 마음을 졸이게 됩니다.
때로는 땡글이에게 버럭 화를 내는 상황이 발생할 정도로 아이들은 천방지축이거든요.
어쩔수 없는 상황이라하더라도
아이에게 발생하는 사고는 마음이 아픕니다.
도보로 통학하든, 버스로 통학하든
차량사고로 인해 아이들의 삶이 좌지우지 되는 일은 발생하지 않기를.
■ 어린이 교통사고 실태
(2013.5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 초등학생 통학실대 2309건 조사)
초등학생 2명중 1명은 나홀로 등하교, 전체 사고의 67,2%가 등하교 시간에 발생
통학수단 걸어서(89.1%), 부모차량이용(7.7%), 일반버스이용(2.7%)
평균 통학거리 : 648.2m (어린이보호구역 반경 300m)
어린이 교통사고가 가장 자주 발생한 요일은 수요일(16.8%), 오후 4~6시(27.45%)
(2013.5 연합뉴스, 서울 남부·동작·강동·서부교육지원청 관내 유치원 276곳)
어린이 통학차량 광각후사경(볼록거울) 미설치 : 9.5%(611대 중 58대)
어린이 통학버스 운전자 안전교육 미이수 : 26.2%(611명 중 160명,중복포함가능)
어린이 통학차량 운행 미신고 : 52.7%(611대 중 322대)
운영자(원장)의 안전교육 미이수 : 63%(276개 유치원 중 174명)
■ 도보 vs. 셔틀
|
도보 |
셔틀 |
장점 |
- 유치원까지 안전하게 도착하는 것을 양육자가 지켜볼 수 있음 |
- 아이과 어울리므로 차를 타는 것에 익숙해질 수 있음 |
단점 |
- 집과 거리가 멀 경우 아이들이 힘들어할 수 있음 |
- 차량시간에 맞추기 위한 아침전쟁을 촉박하게 치러야 함 |
■ 유치원(어린이집, 학원) 버스에 대한 국가차원의 배려와 점검이 필요
(2013년 5월~6월까지 두달 간 어린이 통학차량 6만5000여대, 정부 전수조사 중)
- 원장/운전자의 자격 및 기본자세에 관한 안전교육 의무화 및 위반시 제재조치
- 1인 1좌석 사용 및 안전벨트 착용의 의무화 및 위반시 제재조치 강화
- 선생님의 버스 동승 의무 및 차량 이동시 선생님의 자세관련 교육
- 버스 승차/하차 시 아이를 인수/인계하는 양육자의 주의 가이드라인 제시
- 차량의 청결 및 시설의 안전성 검사(후방감지장치 설치 등 의무화)
- 유치원 근처의 주차규칙 및 유치원 앞 도로의 보호표지판 설치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