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부모'에 신청해놓고 친정엘 갔습니다. 뒤늦게 전화로 소식을 들었습니다. 근데 두 아이 육아에 지쳐있었던지 도무지 오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두 달 동안 몸과 마음의 휴식을 취하고 이제 저의 자리로 왔습니다. 저를 반겨준 책.. 나무에게 배운다. 연세가 지긋하신 어르신의 말씀을 육성으로 듣는 듯 술술 읽혔습니다.
나무로 절을 짓는 이야기. 모든 과정이 참으로 흥미로웠습니다. 천삼백년 자란 편백나무를 다듬어 절을 지었는데, 그 나무가 또 천삼백년을 버티어 살아있다는 것. 결국 이 나무는 이천 육백년의 시간동안 살아있다는 건데, 나무는 끊임없이 소멸해가는 사람을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나무 눈에 보이는 우리는 짧은 생을 살아갈 뿐인데 내가 무엇을 더 찾으려 하나. 책은 곧바로 나를, 내 삶을 돌아보게 했습니다. 주춧돌을 놓을 때는, 주춧돌의 표면이 제각각 다양한 모양이라 각 돌마다 표면에 맞추어 기둥을 파야 한답니다. 중요한 것은, 밑바닥 모양이 제각각인 자연석인 까닭에 지진이 와도 힘을 받는 방향이 달라, 어느 정도 어긋날 수 있지만 곧 제자리로 되돌아 온다는 점입니다. 나사로 죄는 방식이라면 지진에 견딜 수 없을 텐데, 내가 혹시 아이들을 나사로 꽉 죄고 있지는 않은 지 반성을 했습니다. 나무를 많게는 10년 전부터 건조하여 준비하고, 탑을 지을 때도 적어도 삼백년 후의 모습을 생각하며 짓는다는 데서는, 지금 당장의 아이들과 육아가 힘든 것만 생각하는 내가 조금은 안타깝다는 느낌과 좀 더 아이들이 컸을 때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유년기의 행복한 기억을 더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기술을 가르칠 때도 ‘이렇게 해봐라’며 보여준다는 부분에서, 나는 오히려 말로 가르치려 들었구나, 아이가 무엇을 해야하는 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겠구나, 하는 미안함이 들었습니다. 대목장으로서 전국 각지에서 온 다양한 장인들의 마음을 맞추어 모든 과정을 진행하는 모습에서, 육아하면서 부딪히는 부모님들과의 견해 차이, 남편과의 조율, 하물며 지나가는 뭇사람들과의 생각 차이를 내가 잘 아울러서 하나로 묶는 것이지, 다른 생각을 하는 그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는 것이구나를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또, 나무의 성깔을 살려서 써야 좋은 튼튼하고 강해지고, 나무의 성깔이란 나무의 마음인데, 우리 아이들의 성깔, 즉 마음을 내가 살리고 있나, 자문을 해봅니다.
이렇게 나무로 절을 짓는 이야기는 내가 아이들과 보내는 일상의 시간들의 연속과도 같았습니다. 나는 잘하고 있는 것일까요? 미리 부정답안은 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이 구절을 자주 읽으며 힘을 내겠습니다.
“우리들도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느냐 하면, 정성껏 하는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온 정성을 다해 한다, 이것 뿐입니다.”
덧글1. 이 책은 첫 표지부터 끝 표지까지 정성이 가득한 느낌입니다. 편백나무를 만져본 적이 없으나, 책 읽는 동안 만져지는 겉표지는, 강하지만 부드럽게 휘고, 볼록하게 만져지는 잎 덕분에 마치 나무를 대하는 기분입니다. 내용과 형식,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게 없는, 자주 들여다 보고 싶은 책입니다.
덧글2. 호류지 목수 구전은 그 명제만으로도 많은 생각거리를 안겨줍니다. 그런데 이 구전은 구체적인 체험이 쌓여온 결과라는데, 우리나라에는 어떤 목수 구전이 있을까요, 이번 남대문 보수에는 구전이 있었고 지켜져 왔을까요? 나아가 육아는 어떤가요.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은 있지만, 세 살 버릇 중요하다고 제대로 훈육하는 부모나 조부모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아직 어린애가 무얼 안다고..’하는 타박만 듣곤 합니다. 유태인들처럼 우리도 가족, 사회가 가치를 공유하는 삶의 방식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