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 TV에서 연재 방송된 플란더스의 개.
충격이고 아프 추억의 동화다.
엄마 아빠도 없는 꼬마 네로가 공적인 복지가 가장 필요한 소수계층이신 우유배달 할아버지와
힘겹지만 밝게 살아가는 이야기.... 인가 싶었는데!!!!
어이 없게 같은 동네 유지인 방앗간 집 아로아 아빠에게 찍혀(?)
철저히 외면당하고 따 당하다 못해, 그나마 네로에게 유일한 축복으로 허락된 파트라슈와
하필 루벤스의 명화를 몰래 훔쳐보다가 얼어죽는..잔혹한 새드엔딩.
어른이라는 사람들이 겨우 아이 하나에게 열과 성의를 다하여 선사하는 슬픔 이야기가
너무 어처구니 없어서 마지막 회에서 네로가 그 슬픈 눈을 감을때
대성통곡을 하였던 기억이 있다.
참으로 불편한 동화였다. (사실 이런 이야기가 왜 동화인지..--;;)
그런데.
우리 꼬마가 요사이 플란더스의 개에 푹 빠져있다.
뿐만 아니라, 성냥팔이 소녀에도 푹 빠져있다.
싫어서 많이 읽어주지 않으려는 엄마 대신 구연동화 CD를 상시로 틀어두고 듣고 있다.
모두다 "죽음"에 연결되어 있고, 그 죽음이 이기적인 어른들의 외면 때문에 발생하는
불편한 진실을 꼬마가 아직은 몰랐으면 했다.
하지만,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말리기만 할 수가 없었다.
논리적인 설명이 없이는 멈추게 할 수 없는 꼬마님이시기 때문.
조심조심 불안불안 물어보았다.
"넌 왜 플랜더스의 개 이야기가 좋아?"
"그냥 좋아. 엄마 난 그냥 좋은거야"
"안슬퍼? 할아버지도 죽고, 아로아 아빠도 네로를 너무 못살게 굴고, 네로도 죽잖아"
"... 내할아버지가 아닌데???"
아.... 남자 아이는 공감능력이 떨어진다더니...
꼬마는 그냥 우유배달하고, 방앗간 나오는 옛날 이야기가 새롭고 재밌었던 건가봐요...
엄청 고민했는데, 우리 꼬마에게 어두운 슬픔이 드리우지는 않을까~ 하는 그런 엄청난 고민은
베개 밑에나 넣어둬야겠습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