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부산 처가에 갔다. 직년 겨울에 갔으니까 거의 반년 만이다. 처가는 부산의 서쪽 다대포 해수욕장 근처로, 집에서 바다가 훤하게 보였다. 가까이 있으면 더 가지 않듯 늘 이번에는 바닷가에 가자고 하고는 집에서 바다만 바라보다가 올라오는 일이 많았다. 이번에도 바다를 보자고 다짐 아닌 다짐을 하며 내려왔다. 처가에 도착한 다음날 이었다.
아빠 : 서령아, 바다 보러 가자.
서령 : 싫어.
그렇다면 이번에는
아빠 : 서령아, 철썩. 어서 와 철썩.
서령 : 파도는 눈코입이 없어서 말할 수 없어요.
아빠 : 그럼 철썩 하는 소리는 어디서 나는 거야?
서령 : 그건 소리 내는 게 아니라 파도가 만나서 그런 거야. 입으로 내는 소리가 아니라 몸으로 내는 소리야. 파란 몸이 내는 소리야. 엄마 아빠는 입이 없는데 몸으로 내는 거였는데 몰랐구나.
아빠 : ….
우여곡절 끝에 서령이를 꼬셔 바닷가에 갔다. 목표 완수. 그곳에서 파란 몸이 내는 소리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