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한국사회] 누가 아이를 버리는가

1411377935_141137792460_20140923.JPG » 김희경 세이브더칠드런 권리옹호부장 최근 경찰청이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를 인용해 신생아를 버리는 영아 유기가 이틀에 한명꼴로 벌어지고 영아 유기 피의자들 중엔 어린 미혼모가 많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런 유형의 보도에 으레 그렇듯 인명경시 풍조와 무분별한 성적 방종에 대한 개탄도 뒤따랐다. 그러나 정말로 그럴까? 어린 미혼모들의 생명에 대한 책임의식이 그토록 희박한가? 젖먹이를 버리는 비정한 엄마를 비난하기 이전에 아이를 버리는 ‘주범’은 과연 누구인지 따져봐야 한다.

우선 시야를 넓혀서 보면 아동 유기는 줄어드는 추세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버려지는 아이인 기아(棄兒)는 1990년엔 1844명, 2000년엔 1270명이었다가 2010년엔 191명으로 줄었다. 그 뒤 다시 증가하여 지난해엔 285명이 버려졌지만 이는 아이를 안전하게 버릴 수 있는 곳으로 알려진 베이비박스의 영향이 크다.

아이를 버리는 대신 직접 키우기를 선택하는 미혼모도 늘어나는 추세다. 2000년엔 아이 양육을 포기하고 입양, 시설 등으로 보낸 미혼모가 4000명이 넘었지만 지난해에는 1500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이들은 버려진다. 입양 대상 아이들의 90% 가까이가 미혼모의 자녀다. 이 미혼모들은 어떤 맥락에 놓여 있길래 아이를 버리는 선택을 하는 걸까?

대개의 부모들은 미혼인 딸이 임신하면 딸을 보호하기보다 가족의 수치로 간주하고 낙태나 입양을 종용한다. 아이는 혼자 만들 수 없건만 책임을 함께 지려는 미혼부는 거의 없다. 어린 임산부의 학업 중단은 예고된 수순이고 미혼인 성인 임산부는 해고되거나 사회적 차별을 우려하여 임신 5, 6개월 때 직장을 그만두기 일쑤다.

심리적으로 불안한 미혼 임산부들은 어떤 정보를 제공받느냐에 따라 출산과 양육에 대한 선택이 좌우된다. 얼마 전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정보 제공 실태를 조사하려고 미혼 임산부를 가장하여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콜센터에 전화를 돌려본 적이 있다. 미혼인데 임신했다고 하면 위기임신과 출산, 양육 지원 정보를 안내하기는커녕 대뜸 입양알선 기관이 운영하는 미혼모 시설을 안내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어렵사리 혼자 아이를 낳아 키우기로 결심해도 미혼모는 출산휴가는 꿈도 못 꾸고 미혼모라는 게 알려지면 노골적 성희롱과 해고 위협에 시달리기 십상이다.

정부는 아이를 홀로 키우는 미혼모에게 월 7만원의 양육비를 준다. 그런데 미혼모가 직접 양육을 포기하고 아이를 다른 양육체계로 보내면 매달 입양가정은 15만원, 위탁가정은 50만원, 아동보호시설은 105만원, 그룹홈은 107만원의 양육비를 받는다. 최근 여성가족부가 미혼모 양육비 지원을 내년부터 월 10만원으로 올리겠다고 발표했지만 여전히 다른 양육방식에 비하면 가장 낮다.

2009년 유엔총회 결의를 비롯한 국제인권규범은 아이를 원래의 가정에서 분리하는 것은 모든 방법을 다 써본 뒤 가장 마지막에 선택하는 수단이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런데 미혼모가 아이를 직접 키우면 지원이 없는 반면, 아이를 버리면 그 아이를 대신 키우는 사람에게 더 많은 지원을 하는 한국에서는 아이를 버리는 게 첫번째 선택일 때가 많다. 구조적으로 아이 버리기를 부추기는 사회인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 아이를 버리는 ‘주범’이 여전히 미혼모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이른바 ‘정상 가족’이 아닌 다른 삶은 잘못되었다고 차별하고 배제하면서 교육받을 권리와 일자리까지 위협하는 한국의 가족주의에 그 혐의를 두고 싶다.

김희경 세이브더칠드런 권리옹호부장

(*한겨레 신문 2014년 10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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