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출생 50만명 육박
유치원·학원 줄줄이 대기
커갈수록 경쟁 더할텐데…
부모들 앞다퉈 사교육 올인
올해 5살짜리 아들을 둔 김아무개(35·서울 강남구 도곡동)씨는 요즘 아이들에게 책읽기와 토론을 가르치는 학원의 연락을 기다리느라 눈이 빠질 지경이다. 7살인 첫째 아이는 큰 어려움 없이 학원에 등록했지만, 반짝 출산 열풍이 불었던 황금돼지해(2007년)에 태어난 둘째는 2년 전 등록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아직도 자리가 나지 않고 있다.
김씨는 “집 근처에 있는 이름난 영어유치원도 2년 동안 대기하다 결국 등록을 포기했다”며 “내 돈 내고 사교육을 받겠다는데도 이 지경이니, 앞으로 초등학교나 중·고등학교 다니면서 경쟁이 얼마나 심해질지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황금돼지해에 태어난 아이를 둔 부모의 자녀 교육 스트레스가 만만찮다. 올해 초 ‘좋은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려고 한차례 ‘입학 전쟁’을 치렀던 이들의 자녀 교육 경쟁이 사교육 시장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황금돼지해에 태어난 아이는 부자가 된다는 속설이 퍼지면서 2007년 출생아 수는 49만3천여명으로 2005년(43만5천여명)과 2006년(44만8천여명)에 견줘 10% 이상 늘었다. 또래 아이들의 수가 예년에 비해 갑자기 늘어나면, 진학·입시·취업 등에서 다른 또래에 비해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이를 걱정한 부모들이 자기 자식을 조금이라도 경쟁에서 앞서게 하려고 일찍부터 사교육 시장에서 ‘좋은 학원’, ‘이름난 학습 프로그램’을 놓고 ‘줄서기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서아무개(36)씨는 지난 2월 5살 또래 아이들 사이에서 유명한 방문 놀이학습 프로그램을 신청했다가 돈만 날렸다. 100만원을 넘게 주고 교구를 구입했으나, 정작 방문교사는 4개월이 넘도록 오지 않았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회사 쪽에 따져봤지만, “교사 수에 견줘 5살 아이들이 너무 많아 어쩔 도리가 없고, 황금돼지띠 아이들만을 위해 추가로 교사를 뽑을 수는 없다”는 대답만 들었다. 서씨는 “3월에 시작해야 할 프로그램을 7월에도 시작하지 못해 항의를 하다 지금은 포기한 상태”라고 말했다.
황금돼지띠 아이의 부모들이 몰리다 보니, 사설 영재학원의 입학시험을 치르는 것도 쉽지 않다. 경기도에 사는 유아무개(35)씨는 “영재학원 시험을 치르려고 두 달 넘게 기다렸다”며 “황금돼지띠 아이들은 학교에 입학하면 어느 해보다 경쟁이 치열할 게 뻔해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에 부모들이 앞다퉈 사교육에 ‘올인’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오래 기다린 끝에 학원이나 유치원에 등록을 해도, 또래 아이들의 수가 상대적으로 많다 보니 예상하지 못한 피해를 보기도 한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영어유치원 관계자는 “다른 해에는 한 반의 정원을 8명 내외로 했는데, 황금돼지띠 아이들은 12명까지 받았다”며 “아이들이 많으니 수업의 질이 떨어진다고 생각해 불만을 제기하는 학부모가 많다”고 말했다.
학교 갈 나이가 다가올수록 새로운 고민도 생겨난다. 충북 충주에 사는 조아무개씨는 “지금 사는 아파트가 두 학군의 경계에 있는데, 첫아이 때는 학군이 좀더 좋은 동네의 학교에 자리가 있어 입학을 시켰지만 둘째는 황금돼지띠라 불가능할 것 같다”며 “학군이 좋지 않은 동네에 있는 학교를 보내느니 차라리 이사를 갈까 고민중”이라고 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