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애 머리카락이 없으면 보기가 싫으니 밀지 말자고
옥신각신하다 지겹게 조르는 남편의 의견을 따라 머리카락을 밀기로 하였다.
미장원에서 얌전히 앉아서 머리카락을 시원하게 밀고,
미장원 원장에게 "어머 아기 답지 않게 잘 앉아 있는다 ~~" 칭찬도 듣고,
집으로 돌아와 생각보다 예쁘다고 우리끼리 이야기하다가 반나절이 흘렀다.
어느 순간 준규가 자기 머리 윗 부분을 손으로 만지더니
"없다!" "없다!"
"머리. 없다!"
하면서 대략난감한 표정으로 식구들을 바라보았는데,
그제서야 우리도 준규가 그냥 아기가 아니라 자신의 외모에 대해서도 의식할 나이가 되었구나 싶었다(준규는 이제 8월이면 두돌이다).
마냥 아기가 아니라는 생각. 잠시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이제 그냥 아기가 아니구나. 한 사람으로서 자의식도 생기고... 준규의 성장에 기분이 좋다가도 이제 준규를 대하는데 더 신경써야 할 부분도 많아 지는구나 싶었다.
준규야 미안하다. 허락없이 머리카락을 밀어서.
그 후 2주일 지난 요즘은 까실해진 머리를 만지면서 "있다. 있다. 머리 있다" 하며 좋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