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비가 오고, 찾아온
맑은 가을 하늘이 눈이 부시다.
찬란한 가을...
낡은 그네, 시소, 미끄럼틀이 전부인 시골 놀이터에
아~하고 탄성이 터질만큼
눈이 부신 가을이 내려앉는다.
놀이터에 가만히 앉아 모래를 쪼물쪼물 만지기만 했던 아이는
이제 어느새 뛰고, 넘어지고 뒹군다.
하늘만큼이나 아이의 꺄르르 웃음소리도 눈이 부시다.
어느새 떨어진 나무가지들을 태우는 아저씨덕분에 불구경도하고
서울에서는 상상도 못하는 풍경들이 펼쳐진다.
뛰다 지치면 미끄럼틀 아래 그늘안에서
골똘히 자기놀이에 빠져있다.
엄마가 슬그머니 뒤에 가도,
'있쟎아. 이렇게 하는 거였대'라면서 내겐 보이지않는 친구에게 현빈이가 쫑알쫑알 속삭인다.
그 모습이 너무나 귀여워서, 그냥 뒤에서 조용히 몰래 훔쳐보고만 있다.
햇볕이 비치지않고, 비가 오는 날에도 전처럼 집에만 있지 않는다.
우비를 둘러쓰고, 놀이터 모래밭에서 뛰다가 엉덩방아 찍는 놀이를 수십번을 반복한다.
비옷이 펄럭펄럭이면서 뛰는 모습이라니
비가 오면, 비오는대로, 흐린날은 흐린대로
힘껏 뛴다.
사람이 뛸때 다리만 움직이는게 아니라,
온 몸이 뛰는구나를 현빈이를 보고 처음 느꼈다.
온 몸으로, 온 마음으로 아이들은 논다.
'그게 아이들의 놀이구나' 그 순간만큼에 아이의 즐거움은 어떤것도 깨지 못할것만 같다.
곁에서 나는... 새삼 신비로운 세계를 몰래 구경하는 느낌이다.
정말, 입을 앙다물고, 온 몸이, 온 마음이 뛰고, 구르고, 넘어진다.
빗물이 고인곳에서 나뭇가지로 낚시도 하고,
온몸으로 뛰면서 첨벙댄다.
아예 놀이터 모래밭에 벌러덩 눕기도 한다.
'현빈아 옷 다 빨아야된다. 얼른 일어나' 엄마다운 잔소리를 하다가도
저 꺄르르 웃는 웃음에는 당할 재간이 없다.
그래 놀아라. 놀아
발을 동동 구르고, 데굴데굴 구르면서 꺄르르 터지고 만다.
보는 나조차도 무언가 가득, 가득 차오르는 행복이다.
해질무렵에 그네에 앉아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 꺄르르 넘치던 행복이, 마음속 깊이 고이 고이 쌓이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