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남종영 기자가 쓴 비인간인격체 오랑우탄 거울실험에 대한 기사를 보았습니다. 

오랑우탄도 자의식을 가진 인격체라는 것을 알려준 실험으로 우리나라 서울대공원에 있는 오랑우탄과 함께 진행된 실험이었어요.국내 최초로 동물의 자의식이 확인된 실험으로 평가받는다고 하네요.

몇년전에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방문해서 봤던 오랑우탄인 것 같더군요. 다음번에 동물원에 가면 오랑우탄과 대화에 시도해봐야겠습니다.^^


그러고보니 2년전 유럽여행을 다녀온 뒤로 동물원에 안갔네요. 여행하면서 유일하게 갔던 동물원이 있었어요. 바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는 동물원이었어요. 오랑우탄 거울실험 기사를 보니 이 동물원이 생각이 났어요.

어릴적부터 보았던 우리나라 동물원과는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다고나 할까요. 물론 야생의 자연에서 뛰어 놀아야 할 동물들이 동물원에 갇혀 있는 것은 같았지만. 뭐랄까... 좀 자유스러워보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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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 입구. 

유럽에 와서 동물원이라니... 물론 동물원도 좋지만 짧은 여정에 느긋하게 동물원 관람이나 해야하나... 의견은 분분했지요. 결국 박물관, 유적지 관광에 지친 아이들도 달랠겸 동물원에 가기로 했지요. 입장료가 조금 부담스러웠던 것 같아요.


그런데 들어가자마자 화들짝 놀란건 이친구 때문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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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반려동물도 달려들면 무서워하는데 동물원에 입장하자마자 동물이 곁에 마구마구 밀려옵니다.

낮선 관광객에게도 유유히 걸어다니는 공작이라니... 아이들은 신기해 공작을 졸졸 쫓아다닙니다.

한마리가 우리를 나왔나싶었는데 또 보이고, 또 보이고... 

이 동물원에서 공작의 집은 통행로가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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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물원은 동물들이 화려하고 많이 있지는 않았지만 바르셀로나 해안가에 아담하게 자리 하고 있었어요. 그중에서 가장 놀란 것은 바로 이 '놈'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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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나요?

중간에 멀리 보이는 호랑이.

그 옆 울타리에는 사자가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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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니 뭐가 놀라울까 싶기도 하지만 현장에 있으니 바로 앞에 푸른 잔듸밭이 보이고 고작 성인 허리까지밖에 오지 않는 허술해보이는 울타리가 위험하게 보이더라구요. 호랑이나 사자가 막 뛰어나와 울타리를 훌쩍 뛰어넘을 것 같은 생각까지 들어서 순간 아이들의 안전도 걱정이 되더군요.


그냥 힘없이 눈만 껌뻑이고 힘없이 앉아 있는 호랑이, 사자도 아니었어요. 영역 확인을 위해 서로 으르렁 거리는 소리는 또 어찌나 크던지요. 호랑이, 사자 소리가 저런 것이었구나 싶을 정도로 우렁찼어요.

게다가 바로 뒤로 일반 시민들이 지내는 건물들이 보입니다.


다른 사람들을 따라 울타리에 가까이 가서 보니 호랑이가 있는 바위 앞에 넘어오지 못하게 구덩이가 있었어요. 그렇더라도 호랑이가 맘만 먹으면 뛰어넘을 수 있을 것만 같더군요.

하지만 뭐랄까.. 웬지 사람을 좋아하는 호랑이와 사자 같았다고나 할까요. 우리나라 동물원과는 사뭇 느낌이 달랐습니다. 위험해서 사방을 철창으로 가두어 보호하는 것 보다는 최소한의 안전망을 두고 자유롭게 지내게하니 스스로 욕구불만이 적었던 것이 아닐까 잠시 생각해봤어요. 그리고 잠시지만 내 아이도 그렇게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그 때 뿐이었지만요.ㅋㅋ 


그 다음은 오늘의 주인공인 원숭이류 코너입니다. 아주 작은 원숭이 부터 사람보다 커보이는 고릴라까지 다양한 동물들이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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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뇌하는 원숭이. 

원숭이 우리가 그리 훌륭해보이지는 않았지만 자연스러웠고 몸털도 윤기가 흐르고 무척 건강해보였어요. 유리벽 뒤의 사람들에게는 관심이 없다는냥 혼자 조용히 생각에 잠겼 있습니다. 


바르셀로나동물원4DSC_6931s.jpg

이번엔 조금 큰 원숭이(?)입니다.

이 동물원에서 호랑이 우리 다음으로 깜짝 놀랬던 재구쟁이 원숭이였어요.

유리벽이 가까에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는 순간...

갑자기 오랑우탄이 손을 들더니 유리벽을 쿵쾅쿵쾅 마구마구 칩니다. 

우리가 깜짝 놀라자 마치 유리벽 뒤의 사람들을 일부러 놀래주려는 양 더 열심히 벽을 칩니다. 

저 손자국 보이시죠? 놀래준건 우리뿐만이 아닌듯 싶습니다.


바르셀로나동물원3DSC_6933s.jpg

바로 이 '분'...

그 당시에는 깜짝놀라 유리벽에서 떨어지느라고 자세히 못봤는데 사진으로 얼굴 부분이 잘 담겼네요. 정작 동물원 구경은 우리가 갔는데 오히려 우리를 놀래키고 재미있어 하던 원숭이었어요. 동물원 우리에서 오랜동안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가도 생각했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여유있고 즐거워보이는 원숭이라고나 할까요. 
다른 이야기이지만 이 '분' 얼굴을 보니 바르셀로나 시내버스에서 노인석에 아이들을 앉혔다고 스페인 자국어로 나무라던 할아버지가 생각는군요. 말도 못알아듣는데 어찌나 정신을 쏙 빼 놓으시던지... 사람에게 받은 충격이나 이 '분'께 받은 충격이 별반 다르지 않았답니다.^^

바르셀로나동물원5DSC_6946s.jpg
또 다른 '분'들...

우리를 느긋하게 바라보면서 손을 흔들어보이고
박수를 치기도 하고 무엇을 좀 달라고 손바닥을 보이며 흔들기도 했는데
그 모습이 동네 골목길에 햇볕을 쏘이고 앉아계신 동네'분' 같았어요.
"어이, 잘 봤어? 뭐좀 있으면 좀 줘봐봐"
하는 것 같았어요.

바르셀로나동물원1DSC_6928s.jpg

유럽이라는 공간도 이국적이고 낯설었지만 
이날 방문한 바르셀로나의 동물원은 동물들에 대한 다른 생각을 갖게 해줬던 것 같습니다.
저 어렸을 때도 그렇고 아이들과 함께한 동물원에서는 동물들에게 그런 느낌을 받지는 않았거든요.
가끔 새끼를 돌보는 어미 동물에게서 같은 부모로서 연대의 감정을 느낀적은 있지만 자의식을 가진 객체로서의 느낌은 받지 못했거든요. 
 
이 동물들의 서식지에 가서 볼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동물원에 데려다 놓고 보기는 하지만 
구경꾼과 꼭두각시가 아닌 대등하게 서로를 탐색하고 있다는 느낌이었지요. 

오랑우탄의 거울실험을 아이들에게 이야기해주니 아이들도 이 동물원의 기억을 떠올리더군요.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고 배우지만 동물을 보는 시선은 아직 지배자의 시선이 강한 것 같아요. 시대의 강자가 노약자를 보호해야할 의무가 있듯이 동물들 또한 잘 돌보고 같이 살아가야할 존재가 아닐까 싶습니다.

2016년 병신년은 원숭이 띠라는데 웬지 더 친근한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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