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가 갑자기 본인의 평판에 대해 신경을 쓰기 시작했나.
어느 날 자기 전 양치질 하러 화장실에 들어가기 전,
- 엄마, 근데 친구들이 자꾸 나 멋진 척만 한다고 해..
씩씩하게 이야기를 시작하나 싶더니 ‘척만’ 이후 급 울컥하며 눈시울을 붉어지네?
양치질 안하고 또 뭔 딴소리지!하려다가
웜마..뭔일이여..심각한건 아니겄지?
“이리 와서 이야기 해봐. 언제 그런 소릴 들었니?”
- ☆정이는 내가 그냥 멋있다는데, 다른 친구들은 멋진 척 이라고 해.
“니가 뭘 하니깐 그런거야?”
- 친구들 못하는 거 도와주고 있었는데 그래 (아마 블록놀이거나, 종이접기였을 거다)
다소 별일 아닌 거 같아 안심.. 휘유..
“너는 엄마에게 진짜 멋진 아인데, 그걸 친구들에게도 들켜버린거야??”
살짝 웃겼는지 표정이 다시 돌아온다. 씨익-
“친구들한테 멋진 아이이고 싶구나.
넌 분명 멋진 아이임이 분명한데, 자기 스스로 멋지다고 말하고 뽐내면 안 돼.
그건 잘난척이 되버리는거거든. 니가 멋진 아이인건 비밀로 하는 거야.”
- 애들한텐 비밀이야.
애들한텐 비밀이야..라고 말하는 녀석의 입모양이 눈에 들어온다.
‘애들’이라는 단어의 사용이 참 낯설다.
이제 친구들이 중요한 나이가 되는 거겠지.
ㅋㅋ.. 쉽고 간결하게 잘난 척 하면 ‘병맛’이라는 걸 가르친 셈인가?
이녀석.. 한 뼘쯤 더 자란 것 같아. 흠칫.
이제 그런 것도 신경 쓰는구나.
어렸을 적 친구들에게 나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예쁘고 공부는 물론 운동도 잘하고, 예의까지 바른데다가 친구들 틈에서도 인기 높은
아이이고 싶긴 했었다. 실제로 어땠는지는 잘 모르겠다.
친구들 사이에서는?
어떨 땐 먹혔을 것이고, 어떨 땐 영 재수없는 기집애?
어쨌거나 확률은 반반ㅋㅋ
물론 인생 35년도 넘게 산 지금은...
모두에게 좋은 사람? 따윈 던져버리고 산다.
내 아이, 내 남(의)편에게 항상 좋은 사람이기조차도 힘드니까.
이러며~ 저러며~ 인생 하나씩 느껴가는 철부지 꼬마를 보며
우리 서로 오늘도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