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 동안 우리집에서 준영이를 돌봐주던 엄마가 돌아가는 편에
아이도 카시트에 태워 보냈다.
다음주로 계획하고 있는 첫 책의 인쇄날짜에 차질이 없도록 하려다보니
도저히 아이를 돌볼 여력이 없기도 했고,
두통이 심하고 냄새에 민감해진 임신 초기 증상에
감기까지 겹쳐 골골거리는 걸 보다 못한 엄마가 내린 처방이었다.
몸을 씻기고, 로션을 바르고, 머리를 말려주고, 옷을 입혔다.
커다란 가방에 일주일치 분의 겉옷과 속옷,
아기띠와 간식으로 먹을 검은콩두유, 현미뻥과자를 담았다.
기저귀는 아예 커다란 봉지째 챙겼다.
주말동안 봐주기로 한 동생에게 간단한 메모도 남겼다.
밥은 세끼에 간식 한 번.
밤잠은 대략 몇시부터 몇시까지 자며, 낮잠은 밥 먹고 두번.
참고 참았는데,
집을 나서기 전 아이를 안을 때부터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아무리 지지고 볶고 해도
옆에 두고 보는게 좋은 것이 자식이고 부모지."
내가 우는 걸 보고 엄마도 울었다.
하긴, 나도 엄마를 자주 울린 딸이었다.
타지로 대학을 가고, 여행을 가고, 결혼하고 또 떠나고.
무슨 상황인지 모르고 밖에 나가는게 마냥 좋은 아이는
"이거, 이거!" 하며 손가락으로 현관문만 가리켰다.
그들이 떠난 뒤, 거실로 돌아와 한참을 엉엉 울었다.
생각해보니 뱃속에 있을 때부터 지금까지
아이와 떨어져 밤을 보내는 게 이번이 처음이었다.
서러웠다. 허전하고 외로웠다.
아이가 방문을 열고 빼꼼히 얼굴을 내밀며
깍꿍! 하고 웃을것만 같았다.
워킹맘들은 매일 이렇게 아이와 이별의식을 치르겠구나 싶었다.
아이는 잘 할 것이다.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와 이모, 언니오빠와도 즐거울 것이다.
나도 잘 할 것이다.
얼른 마무리해서 하루라도 빨리 너를 만나러 갈 것이다.
하루종일 너에게 충실한 엄마가 되고 싶다.
비가 온다.
내 마음처럼 주룩주룩 운다.
네가 있는 곳도 비가 온다지.
그래도 너는 그래, 지금처럼 계속 웃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