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애를 낳고 키우면서 봐둔 유치원이 있었다. 지난해에 신입생 자격이 되어 드디어 보내나 했는데, 남편이 옮긴 일터에 어린이집이 있어서 그곳으로 보내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새해가 되어도 소식이 없어 알아보니, 입학 1순위라고 들었었는데 갑자기 4순위라고 말씀하셨다. 둘째를 대기해둔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왔지만, 첫째를 집에 두고 둘째만 보내기는 싫었다. 그래서 올해도 두 녀석과 집에서 놀았다.
이번에야말로 기필코 유치원에 보내리라 다짐하며 11월부터는 매일 유치원 홈페이지를 확인하였다. 입학설명회, 접수, 추첨. 이 세 과정을 통과하면 입학이다. 두 아이와 잠깐 외출나온 남편과 함께 입학설명회에 갔더니, 너무나 많은 애엄마들이 있었다. 올 신입생 아이들 수가 많다고들 하였다. 애들도 엄마들도 통제가 되지 않는 설명회에서 앞으로의 일들이 버거운 생각이 들었다. 접수는 남편한테 맡기고 드디어 추첨날. 유치원에 도착하니 마음이 두근거렸다. 설명회보다 더 많이 온 사람들은 다행히도 차분했다. 선생님께서 추첨 방식을 설명하시는데, 뜬금없이 눈물이 나왔다. 이제 추첨이다. 우리 차례가 되어 남편이 추첨하고 자리로 와서 다른 사람들 추첨을 기다렸다. 그리고 선생님께서 "열어 보세요"하시자 모두 동시에 결과를 확인했다. 대기 4번.
다시금 그 순간을 떠올리니 긴장이 된다. 합격 아니고, 불합격도 아닌 대기..1번 말고 4번. 이건 무얼 뜻하는 것일까, 잘 알수가 없었다. 선생님께서 2학기 전에 결원이 생기면 연락을 주신다고 하셨다. 어느새 사람들은 거의다 사라졌다. 저녁때로는 조금 일렀지만, 따뜻한 국물이 있는 식당에 가서 배부르게 밥을 먹었다. 끝났다. 입학허가를 기대했지만 대기를 받았다. 그리고 내 마음은 그걸로 끝났다. 이제 (일단은) 나와는 상관없는 곳이 되어버렸다. 이제 다음주의 다른 유치원이다. 해보기 전에는 추첨에 걸릴거란 생각이 들었는데, 한번 해보니 추첨에 걸릴 것 같은 생각이 전혀 안든다. 그래도 접수를 했으니 추첨하러 갈 것이다.
학부모로서의 첫좌절이다. 올해도 모두 실패하면 내년에 또 추첨하러 가야하는 건가. 대기번호 14번인 추첨하지 않는 유치원에서도 전화가 없다면 어떡하나. 지금은 어떤 걱정도 의미가 없다. 그저 혹시 모를 또다른 좌절을 대비해서 아이들과 놀 방법을 또 궁리하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