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수원은 낭만으로 치장한 고생덩어리라고... 남편이 그러더군요. 멋진 하늘과 어우러진 사과밭 풍경은 정말 낭만적이었습니다.
» 사과 농사의 주인공, 아버님의 뒷모습. 이렇게 쌓여 있는 사과의 5배 정도를 수확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고추 주문이 거의 끝나갈 즈음 수확한 사과와의 전쟁이
이렇게 길어질 줄은 아무도 상상을 못했습니다.
아버님이 정성스레 가꾸신 사과를 작년까지는 공판에 모두 내었는데
올해 저희가 택배를 시작하고 여기저기 소문이 나면서 주문이 밀려들었습니다.
저장고가 없으니 사과가 얼기 전에 모두 팔아야하는데
상품이 될만한 사과를 골라내고 크기별로 선별한 후
택배 작업 하는 일이 정말 시간이 많이 걸리더군요.
자동 선별기가 있거나 저장고가 있는 집에서는 그 정도는 일도 아니라고 하지만
택배로 처음 팔아보니 우왕좌왕, 시행착오도 많았습니다.
그 와중에 하우스의 지붕이 내려앉고 지붕을 다 고치기도 전에 눈이 와서
모든 일이 스톱~. 다행히 사과들은 거의 다 팔아버린 상태라서 큰 손해는 안 입었습니다.
고추밭에 아직도 달려있는 고추들과 비닐이며 말목 박아놓은 것들은 제대로 치우지도 못한채
내년 봄 땅이 풀릴 때 하기로 하고 내버려뒀습니다. 완전 게으른 농부... ㅜ.ㅜ
이렇게 정신이 없어도 옆에서 어머님은 무청 시레기를 줄줄이 말려 놓으시고
고추, 토란, 대추 등 여러가지 나물과 과일들을 말려서 겨울채비를 하시더군요.
가을 걷이는 걷는 걸로만 끝나는게 아니구나, 난 아직 멀었구나 ... 실감했습니다.
» 눈이 오면 차가 못들어가는 시골집 풍경. 차를 아래 세워두고 걸어들어가야 합니다.
시골에서의 1년. 정말 눈깜밖할 사이에 지나가버렸습니다.
도시에서의 1년과 다른 점이라면 여기의 시간들은 정말 역동적이라는 것입니다.
주위 풍경도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해야 할 일도 그때 그때 달라져서
힘들긴 하지만 지루할 틈은 없는 그런 시간들이었습니다.
이제 시골은 겨울 방학에 들어갑니다. 올해 겪었던 시행착오를 잘 생각했다가
내년 계획을 세울 때... 이지만 아마도 여기저기 놀러다니며 느긋하게 지낼 것 같습니다.
일하면서 몸무게가 많이 빠진 (그렇지만 식스팩을 포함한 근육은 늘어난) 형민 아빠는
겨울에 딩굴딩굴하면서 곰처럼 살을 찌울거라고 하네요. 그거 따라 했다가는 저는 아마도
진짜 곰이 될 듯 합니다만...ㅜㅜ
양선아 기자님이 게시판에 글 올려주신 덕분에 베이비트리 독자님들 몇 분이 연락하셨는데
사과 택배가 모두 끝난 터라 보내드리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사과 택배는 끝났지만 사과즙 팔고 있습니다. 택배 상품이 되지 못한 자잘한 사과들을
깨끗이 씻어서 아무 첨가물 없이 짠 사과즙입니다.
관심있으시면 형민엄마에게 연락 주세요 010-7136-95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