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돌이 '드디어' 되었다. 참 별거 많았던 시간들이어설까..
이 하루가 아이의 생일이라기 보다는
나에게 휴가를 주고픈 날이다.
생일이 되면, 뭔가를 이쁘게 장식하고 깜짝 쇼를 준비하며 요란법썩.. 아니 거기까진 아니더라도 아기자기한 뭔가를 준비하는 엄마일줄 알았다.
허나.. 현실은
덤덤...
미역국 끓여야하나... 며칠전에 먹었는데...
케익? 몸에 좋지도 않고 이도 안닦는 애한테 케익을 먹여야하나...음.. 내가 먹고싶으니까.. 그럼 살까?
뭔가를 꾸며야할까? ... 뭘 꾸며야 맛인가.. 기억도 못할것 같은데.. 사진은 찍어야 하나... 상황보고...
결국,
베이커리에서 급조한 가장 작은 케익과 남편이 준비한 미역국과 밥으로 '생일축하합니다~~~ 짝짝짝'
그리고 밀린 청소로 오전을 마무리.
아침에도 가장 늦게 일어나 조금 뻘쭘해져서... 아빠가 수고했네~ 라고 구지 한마디 던지고, 축하한다고 말을 했는지 안했는지도 잘 기억이 안나지만, 암튼, 남편이 열심히 사랑한다 축하한다를 외치는 소리를 들으며 오히려 입이 다물어졌다는 것만... 기억에 남는 아침이었다.
간만에 청소하겠다고 분주히 움직이고, 이제 좀 놀까 하는데 잠들어버린 아이를 보며,
친정 아빠와의 통화 후 복잡해진 머리를 감싸쥐고, 아이의 생일에 대해 생각해본다. 지난주 시어머니가 남편에게 했다는 별거아닌(정말 별거아니겠지)통화내용도 계속 신경쓰이고..
생일.. 그것은 무엇이냐... 매일매일을 함께 시간을 보내고 충분히 정을 나누고 있다고 생각되는데, 구지 우리 세멤버를 뛰어넘어
시댁과 친정을 신경쓰며 함께 식사를 해야하나마나를 고민해야 하는걸까? 그것도 누가 먼저 전화를 하느냐 마느냐 뭘 하느냐 마느냐... 라는 아주 미묘한 것까지(물론 나는 이런거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만 말이다..구지 친절하게 알려주는 사람들이 미울뿐)
처음 아이의 생일을 맞이하는 자세는, 그저 셋이서 오붓하게 매일의 일상처럼 밥을 먹고, 허전하면 뭐 특별한 음식 (그것이 케익이건 떡이건 뭐건.. 메뉴가 중요하진 않으니)하나 준비하고 재미있게 놀자 뭐~ 이거였는데
여기서 누군가의 전화 한통 또 누군가의 전화 한통에 머리가 복잡해지는 거다.
흠... 결국은 교통정리를 했지만, 그럼에도 이 마음 한구석 찝찝한 거 뭐징... 그 탓에 처음의 자세마저도 흐트러져 아이의 두돌이 머리가 약간 무거운 날이 되어버려 청소를 하게 만드는...
지난 돌 때도
아이가 백일도 되지 않았을때부터 "돌은 어떻게 할꺼야?" "그래도 돌잔치는 해야지" 등등의 무수히 많은 말들이 귓가를 시끄럽게 했더랬다.
원래가 복잡하고 정신없는 것을 싫어하는 스타일이기도 하거니와
남의 돌에 이래라저래라 말 많은 건 또 뭐란 말인지... 귀 막고, 교통정리 했더랬다.
결국 양가 식구들만 모여서 식사를 했다.
잔치가 아니여서였는지 잔치를 해야한다고 강하게 말하던 시누는 참석치 않았지만...
하지만 참 좋았던 자리였다. 처음엔 말이 많았지만, 후에는 좋았다는 말도 들었다.
이번에는 돌도 아니고 두 돌인데, 뭘 또 신경써야하는가.. 너무 다정해도 너무 무심해도 문제라더니 친정은 너무 다정하고, 시댁은 너무 무심해서 안그래도 다른 문화에 적응하기 힘든 차에, 각자 스타일대로 한마디씩 하는 말들이 속을 불편하게 한다.
아... 극과 극을 달리는 이 문화의 갭... 아! 난 나의 길을 가련다.
결국 아주 다정한 부모 밑에서 큰 나는 무덤덤하게 아이의 생일을 맞이하고
아주 무심한 부모 밑에서 큰 남편은 다정스럽게 아이의 생일을 맞이하더라.
아이러니하게도...
결론은 아이의 생일이 꼭 뭔가를 해야하는 의식은 아니지 않는가 하는거다.
오늘도 함께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오늘까지 모두 건강함에 함께 박수치고, 오늘까지 서로가 서로를 위해 헌신하고 성장하려 애썼음에 그 노고를 치하하는 바! 서로에게 휴식이 되는 날이고플 뿐이다.
오늘만큼은 서로를 좀 더 여유있게 편안하게 즐겁게~ 그럼 그만 아닌가! 그대로 좋은것 아닌가!
잠시 복잡했던 마음을 글과 더불어 정리하고,
다가오는 오후에는, 언제나처럼
평범한 간식을 맛나게 먹고, 매일 보는 단지를 새롭게 산책하며
아이와 오늘 하루도 편안하게 느긋하게 즐겨보련다. 우리의 휴가같은 날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