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이벤트에 참여할 때부터 ‘당첨되어 뮤지컬을 보면 좋겠다.’란 기대를 하면서 댓글을 올렸었다. 어쩜, 이벤트에 당첨되어 뮤지컬 관람 티켓을 받게 되었다. “앗 싸!”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공연 관람할 수 있는 날과 시간을 선택하여 알려달라는 메일에 내가 원하는 날짜와 시간을 알려드리고 가능하면 이 시간으로 그렇지 않다면 정해진 시간 중에 하루로 하겠다는 답장을 보냈다. 담당자를 번거롭게 할 일이 뻔했지만 첫째 아이 학교 재량휴업일과 공연기간이 다행이 겹쳐서 혹시나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게다가 내가 원하는 날이 평일 오전이니 혼자 생각으로는 가능성이 있어보였다. ‘첫째와 오붓하게 둘이서 평일 오전에 공연을 보고 점심을 먹고......’ 생각만 해도 좋았다. 둘째가 태어난 이후 첫째와 둘이서 무얼 해본 기억이 나질 않았다. 내가 가는 곳엔 항상 둘째가 따라다녔다. 엄마가 둘째를 업거나 둘째만 탈 수 있는 유모차를 두 손으로 밀어야했기에 첫째는 다섯 살 때부터 집에서 먼 선교원을 걸어 다녔다. 첫째가 다녔던 그 때는 차 운행이 없었다. 그 덕분이라고 해야 하나 첫째는 또래보다 잘 걷는다. 지금은 같은 선교원을 둘째가 다니고 있지만 차 운행도 되고 가끔 차를 안타고 아이와 걸을 때도 둘째는 업어주기도 한다. 그러니 그럴 때마다 내 맘 한구석엔 ‘저 녀석 한 번 더 안아줘야지.’하는 첫째에 대한 애틋함이 있었다.
공연 관람 원하는 날이 가까워지면서 내가 원하는 날에 공연을 볼 수 있을까 그랬으면 하는 기대로 맘을 졸였다. 될 경우와 그렇지 않을 경우 두 가지 계획을 머릿속에 세워놓고 기다렸다. 드디어 답이 왔다. 가능하다였다. “예에!” 아이마냥 난 펄쩍뛰었다. 가슴이 콩닥콩닥 두근거렸다. 가슴이 두근거리는 게 신기했다. 첫째에게 이 기쁨을 바로 말해주면 아이도 기뻐서 둘째에게 말할 수도 있겠지. 공연 당일 둘째를 선교원에 보내고 나서 말해줘야지 하고 참았다. 그래서였을까 가슴은 더 크게 콩닥거렸다.
공연 관람 당일, 선교원에 둘째를 보내고 첫째 손을 잡고 공연장으로 향했다. 당일 날 말해야지 했는데 전 날 아이를 재울 때 불쑥 “공연 보려면 일찍 자야지.”라고 말해버렸다. 다행히 첫째만 알아들었고 둘째에겐 비밀로 하자고 조용히 알렸기에 ‘나만 빼고 가는 거야.’라는 둘째의 징징대는 말을 듣지 않을 수 있었다. 평일 오전 11시, 대중교통으로 움직이기에도 한가했고 공연장도 관람 온 단체 어린이들이 있었지만 북적거림이 없었다. 아이와 예매된 티켓을 받아 기념사진 찍고 공연장으로 들어갔다. 무대 가까이에서 배우들의 노래와 춤을 보면서 한 때 뮤지컬 배우를 동경했던 그 맘이 다시 일기 시작했다. 노래의 끝을 쭈욱 뽑아내는 배우들의 가창력, 노래에 맞춰 들썩이게 만드는 자연스런 몸의 움직임. 내가 만약 저 무대에 선다면 저런 동작을 해내기까지 엄청 시간이 걸리겠지. 주인공 펀치처럼 다른 배우들에게 패를 끼칠 거란 생각을 하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당연히 노래를 잘 하는 사람들이 배우로서 무대에 서 있는 것인데도 노래를 잘 하는 사람이 많구나 생각했다. 7명의 배우들이 각자의 역할을 잘 소화했다. 생일파티 자리에서 한 엄마가 조명디자인이란 직업 얘길 꺼냈던 게 생각나서 무대 조명도 유심히 보게 되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딱지라는 단어를 붙여서 ‘점딱지’, ‘별딱지’라고 한 것도 맘에 들었다. 화려한 뮤지컬은 아니었지만 아이와 보기에 무난하면서 주제 또한 ‘넌 특별한 존재로 태어났어.’여서 어른인 내가 보면서도 ‘난 특별해’라고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었다. 앞자리에 앉아있던 단체 관람객, 다섯, 여섯 살로 보였다. 50분가량의 공연이었는데 두 명의 아이가 화장실 가고 싶다고 하여 선생님 손을 잡고 조용히 움직인 거 외에는 큰 소란은 없었다. 공연 시작 전에 조명이 꺼지면 무서워하지 말고 박수를 쳐달라는 진행자의 말에 조명이 꺼질 때마다 아이들은 박수를 쳤다. 역시 아이들이었다. 첫째도 엉덩이를 여러 번 들썩거렸지만 끝까지 자릴 지켰다.
공연을 본 첫째는 “엄마, 별로 재미없어.”라고 했다. 약간 당황스러우면서도 아이의 솔직한 얘기에 “그랬어.”라고 받아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저녁 때 이모를 만났을 때 아이가 이모에게는 재밌었다고 자랑했다하니 그 마음이 뭘까 궁금하다. 다음엔 아이가 좋아하는 멋진 드레스 입은 사람들이 나오는 공연을 함께 볼까 생각중이다. 공연이 끝나니 배고픔이 급하게 밀려왔다. 점심으로는 햄버거를 먹었다. 지난번에 먹었던 햄버거는 너무 맛이 없었는데 이번 거는 맛있다며 양도 딱 이라며 첫째가 좋아라했다. 나도 같이 좋아라했다. 둘째가 선교원에서 돌아오기 전까지 엄마와 둘만의 추억 만들기는 여기까지였다. 다시 돌아보아도 흐뭇한 시간이었다.
베이비트리 덕분에 아이와 알콩달콩 예쁜 추억 만들게 되었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