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정이가 괴물모자를 쓰면 사람을 잡아먹는다고 했던 말부터 이야기를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정이는 엄마가 화를 낸다고 느낄 때, 자기를 위협한다고 느낄 때 괴물모자를 씁니다.

엄마를 잡아먹는다고 했던 것도 괜히 나온 말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어른들은 크고, 힘세고, 때론 자신들을 부당하게 대우하는 존재입니다.

아이들은 어쩌면 더 크고, 힘센 괴물이나 거인을 만들어서 어른에게 복수하고 싶을지도 모릅니다.

가장 가까운 엄마라도 사랑하지만 때로는 밉기도 할 것입니다.

그래서 동서를 막론하고 계모가 아이를 구박하는 옛이야기는 반드시 존재하는 것이겠지요.

 

일요일 오전 재이는 집안에 풀어(?)놓고 정이와 소파에 기대어 앉아 이야기 했습니다.

​괴물모자를 가져오니 정이가 얼른 씁니다.

 

엄마:   괴물모자를 쓰면 눈은 이렇게(노려보며) 무섭고,

           하악 소리를 내고, 사람을 잡아먹는다고 했지요?

정이:     .

엄마:     엄마를 잡아먹어요?

정이:      .

엄마:     아빠랑 재이도?

정이:      .

아이의 말이 단답형으로 끝나는 것 같아 존댓말을 하지 않고 반말로 바꿨습니다.

엄마:      잡아먹은 다음에는?

정이:        가슴을 이렇게 이렇게(시계방향으로 돌리며) 돌리면 가슴이 열려. 밖으로 나와.

엄마:       (재밌는데?) 다시 뱉어내는 거야?

정이:        .

엄마:      엄마, 아빠, 재이 다 잡아먹으면 기분이 어때?

정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슬퍼요. 울었어요.

엄마:      그래서?

정이:        (괴물모자를 벗으며 바닥에 쓰러진다. 고개를 반짝 들더니...) 나 정이야!

엄마:      (웃으며) 엄마, 아빠가 밖으로 나온 다음에는 어떻게 됐어?

정이:        피를 흘렸어.

엄마:      그러면 어떡하지?

정이:        .....

엄마:       약 바르나? 주사 맞나

정이:         바늘로 꿰매.

엄마:     누가?

정이:       의사 선생님이....

횡단보도를 건널 때마다 주위를 주며 조심하라고 하자 정이가 왜 조심하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차에 치이면 다친다고 하니까 그러면 종이처럼 납작해지니까 자기를 그 상태로 데리고 가면 될 것 아니냐고 했습니다.

만화에 나온 대로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오히려 재미있어 하는 것 같았습니다.

약간의 겁을 주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래서 차에 치이면 상처가 크게 나서 병원 가서 의사 선생님한테 꿰매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 정이는 다치면 의사 선생님이 꿰매야 한다고 인식하는 것 같았습니다.

 

정이와 대화했던 내용을 정리해서 줄거리를 써 보았습니다.

엄마, 아빠, 정이, 재이가 살았어요.

어느 날, 엄마랑 아빠랑 정이에게 소리를 질렀어요.

엄마가  동생이랑 사이좋게 놀랬지!”

아빠가  그렇게 하면 동생이 다치잖아!”

정이는 너무너무 화가 났어요.

그래서 괴물모자를 가져 왔어요.

정이가 괴물모자를 쓰니까 갑자기 무서운 괴물로 변했어요.

 

 

 

눈은 부릅뜨고, 이빨은 뾰족뾰족 날카로웠어요.

괴물은 하악하악 소리를 냈어요.

괴물은 잡아먹겠다!”라고 했어요.

괴물은 엄마를 한 입에 꿀꺽, 아빠도 한 입에 꿀꺽,

기어 다니는 재이도 한 입에 꿀꺽 잡아먹었어요.

엄마, 아빠, 재이는 캄캄한 괴물 뱃속에서 만났어요.

무서웠어요.

괴물은 처음에는 좋았어요. 아무도 괴물한테 야단을 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괴물이 갑자기 울었어요.

엄마, 아빠, 재이가 없어져서 울었어요.

그래서 괴물은 가슴을 두둑두둑 돌렸어요.

그러자 냉장고처럼 가슴에서 문이 열리더니

엄마, 아빠, 재이가 톡 튀어나왔어요.

그리고 괴물은 가슴 문을 닫았어요.

그런데 엄마, 아빠는 다쳐서 피를 흘리고 있었어요.

그래서 병원에 가서 의사 선생님한테 꿰맸어요.

엄마, 아빠는 아야, 아야.’ 소리를 질렀어요.

괴물은 괴물모자를 벗었어요.

그러자 정이로 돌아왔어요.

 

정이에게 정리한 줄거리를 읽어주자 요녀석이 좋아합니다.

줄거리를 짜 놓고 보니 이건 뭐 하드코어 복수극입니다.

​아이는 통쾌해 하는 것 같았습니다.

다시 여러번 읽어 달라고 했습니다.

아직은 거친 이야기지만 처음 제 생각보다는 재미있게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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