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친구들과 함께 모임을 한 날.

저녁을 먹어도 되는 팀 셋이서 평소 즐겨찾는 동네 고깃집에서 저녁을 먹었어요.

남자애 셋이 모여 있으니 뭐 알만하시죠?

떠드는 거야 고깃집에 모여계신 다른 손님들도 마찬가지이니 큰 눈치 볼 일은 없었는데,

제 꼬마 녀석이 일어서서 돌아다니는 것은 주의를 주었더랬습니다.

고기도 어느 정도 먹이고, 엄마들의 폭풍 흡입 시간..에 드디어 사고가 터졌어요.

 

그 단골집은 테이블 옆에 어른 허벅지 정도 오는 높이의 칸막이가 한 줄 있습니다.

그 칸 막이 위에 리필해야 할 야채, 된장, 마늘, 풋고추, 쌈무..등이 올려져 있지요.

사고는 꼬마가 휘적휘적 걷다가 손으로 툭- 치며 벌어졌습니다.

몇 개의 통들이 쏟아져내리며, 그 통들중 하필 "쌈무"가!!

뒷 테이블 손님들의 신발을 덮쳤지요.

아... 이런 젠장..

인명이 피해를 입은 사건은 아니었지만, 식당과 다른 손님들의 물건에 파손이 생긴

"대물사고"였습니다.

맨발로 쫓아나가 바닥에 널부러진 야채 등을 같이 수습하고,

테이블 손님에게 연신 굽신굽신 사과부터 했습니다.

물론 열받은 저는 꼬마의 옆구리를 꼬집어주며 복화술도 했습니다

"돌아다니지 말랬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하니까, 다른 사람이 피해를 입잖아!"

신발에 쏟아진 쌈무 국물.. 정말로 정말로 난감하더군요.

이 신발을 다시 사주겠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세탁비를 드려야 하나?

정 떨어지게 그런 말부터 하지 말고 일단 진심으로 사과를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얼어버린 아이는 입에서 사과의 말이 떨어지지 않으니, 저라도 아이를 옆에 세워두고

"정말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를 반복했습니다.

다행이 장성한 아들래미 둘을 데리고 고기를 드시러 온 피해자(?) 손님께서

불쾌해도 이렇게 미안해 하는데 차마 뭐라고 더 하시진 않았습니다.

사태가 조금 수습되었고, 아이를 제 옆에 앉혀놓았습니다.

"경고를 했고, 그래도 넌 사고를 쳤고, 이건 벌이야. 이제 엄마 옆에 계속 앉아있어"라고 해놓고.

전 커피를 사러 뛰었습니다.

난데없이 황당하셨을 그 분들께 커피라도 사다드리고 미안함을 마무리짓고 싶어서요.

 

다시한번 사과하며, 즐거운 식사자리가 계속 되시길 빌었고,

다행히 아들 둘 키웠는데 그 아들들은 더 했노라며 마지막 앙금이 풀리신 듯 했습니다

 

전 평소 예의바름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아이에게도 말 하는 것, 행동하는 것 모두 예의바르게,

다른 사람에게 불편을 끼치면 안된다고 강조해왔습니다.

혼자 살 수 없고, 더불어 살려면 그래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요.

기본적인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의 룰인데, 요즘 창의력을 존중(?)받고 자라는 아이들은

공공 장소에서 다른 사람 아랑곳 않는 경우가 많죠.

한 살 한 살 먹어갈 수록 지켜야 할 것들이 많아져서 불편하겠지만,

그래도 더불어 사는 기쁨을 누리는 자(사회적인 인간)로서 따르는 것임을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집에 가는 길.

오늘은 이 정도의 사고였지만, 크면 남자 아이가 겪을 수 있는 흔한 유형의 사고가 또 있을수도 있겠구나.. 그때의 나도 지금처럼 동분서주하며 사태 수습과 아이 단도리에 정신이 없겠구나. 싶던데요!! 부디 그러한 일은 없길 바라며.. 꼬마에게 감정이입을 시켜보았습니다.

"너, 사고 치고 엄마가 수습하느라고 이리 동동거리니깐 기분 좋아?"

"아니요.."

"엄마가 미안하다고 맨발로 바닥에 서서 고개숙이고, 빌러 다니니깐 싫지?"

"네.."

"앞으로 조심해"!!

 

괜한 상상이지만.. 사춘기가 된 아들이 이보다 더한 사고를 치게되는 날에..

저는 어떤 모습일까요..

 

제 마음 이해하신 분들께 띄웁니다.

GOD의 어머님께... ^^;;;

 

번외 이야기)

사태가 마무리 되고 나서 정신을 차려보니,

꼬마의 친구 A는 얼굴이 벌개지도록 화를 내고 있었습니다.

꼬마가 야단치는 것이 속상했는지 "절대 혼내지 마라"면서요..

 

그래도 지나치치 못하고 전 한마디 보태주었습니다.

"친구가 혼나서 속상해 그런거구나. 잘못한 게 있으면 혼나야 하는거야.

 혼난 친구가 있을때 같이 속상해해주고, 기분을 풀어주면 돼. 그게 친구야~"

뭐.. A가 납득을 했느냐 하면, 아닙니다. ㅋ

그래도 우리 꼬마의 대답.

"A야, 내가 잘못해서 혼난거야. 그래도 이제 나 괜찮아. 나 여깄어"

 

절대 우정인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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