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구건조증 대처법
냉방기 찬바람·스트레스 원인
선글라스로 자외선 차단 좋아
가을이나 겨울철이면 곧잘 눈에서 뻑뻑한 느낌이 나고 충혈이 있어 안과를 찾아 치료받은 적이 있는 이아무개(58)씨는 최근 폭염 속에서도 이런 증상이 나타났다. 며칠 전 계곡으로 휴가를 다녀왔기에, 흔한 눈병으로 생각하고 안과를 찾은 이씨는 눈병이 아니라 안구건조증으로 보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더위가 심해져 하루 종일 에어컨이나 선풍기에서 나오는 바람을 쐬다 보니 건조한 날씨에만 나타나는 이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폭염이 당분간 더 이어지면서 냉방 장치 가동으로 나타날 수 있는 여름철 안구건조증 대처 및 예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 냉방장치 가동으로 악화
높은 온도와 습도 등 폭염이 지속되는데, 실내 공기가 어떻게 건조해질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든다. 하지만 에어컨을 오랜 시간 가동시켜 놓고 환기를 하지 않으면 외부와는 달리 실내 공기는 매우 건조해진다. 또 차를 운전하면서 에어컨을 오랜 시간 틀어 놓았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게다가 선풍기를 틀거나 부채질을 하는 등 얼굴에 바람을 더 오게 하면 눈은 더욱 건조해지게 된다. 가을이나 겨울철에 안구건조증이 잘 나타나는 사람은 물론 드물게는 평소 눈물이 잘 분비되는 이들도 이런 냉방 장치 가동으로 한여름에도 안구건조증이 나타날 수 있다. 또 냉방이 잘된 사무실에서 오랜 시간 컴퓨터 작업을 하거나 책을 보는 등 눈을 깜빡이는 횟수를 줄이는 일을 하다 보면 가능성은 더 커진다. 이때의 증상은 눈에서 뻑뻑한 느낌이 나거나 모래가 들어간 듯한 이물감이 느껴지기도 하며, 눈이 쉽게 충혈된다. 바람을 쐬면 이런 증상이 더 심해지며, 심한 경우 눈을 할퀴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다.
■ 피로와 스트레스, 약도 원인
눈물은 눈을 잘 적셔 눈이 편안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구실을 한다. 이 눈물이 부족해지면 눈의 움직임이 불편해지는데, 보통 이 눈물은 나이가 들면 분비량이 적어진다.
또 주위 환경이 건조하거나 먼지 등과 같은 자극에 의해서도 눈물 생성이나 분포에 이상이 생기기도 한다. 아울러 장기간 여행 등으로 몸이 피곤하거나 일에서 과하게 스트레스를 받은 뒤에도 눈물 분비가 더 적어질 수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안구건조증이 나타날 수도 있다. 항고혈압제, 항우울제, 항히스타민제, 항부정맥약 또는 경구피임약, 감기약, 이뇨제 등도 눈물을 줄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밖에도 눈꺼풀의 염증이 안구건조증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눈꺼풀에는 속눈썹이 나 있는 뿌리 부분에 눈물의 생성에 관여하는 기름샘이 분포해 있는데, 염증 때문에 이 기름샘의 기능에 문제가 생겨 눈물의 성분의 균형이 깨져 나타나는 경우다.
안구건조증은 눈물 부족으로 생기므로, 인공적으로 만든 눈물을 눈에 넣어주면 증상 해결에 일차적인 치료법이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치료를 하는 약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단지 부족한 눈물을 임시로 보충해 주는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증상이 좋아졌다고 해서 마음대로 중단해서는 곤란하며, 의사의 지시에 따라 써야 한다.
■ 적절한 습도 관리는 필수
덥다고 실내 온도를 너무 낮추면 안구건조증이 더 심해질 수 있다. 때문에 온도는 27~28도를 유지하고, 습도는 60% 정도로 맞춰 눈물의 증발을 줄여야 한다. 눈을 건조하게 하는 머리염색약과 스프레이, 헤어드라이어 등의 사용도 가급적 줄이는 것이 좋다. 책을 읽거나 텔레비전을 볼 때에는 의식적으로 눈을 자주 깜박이는 것도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된다. 운전 중에는 되도록 앞좌석 창문을 닫고 에어컨 바람의 방향을 조정해서 바람이 얼굴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한다. 눈이 뻑뻑할 때 함부로 눈을 문지르거나 눈꺼풀을 만지면 각막에 상처를 내거나 세균감염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외출할 때에는 안경이나 선글라스를 착용해 자외선과 바람의 영향을 줄이는 것도 필요하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도움말: 이하범(한림대의료원 강동성심병원 안과 교수), 최재완(한길안과병원 녹내장센터 진료과장), 박영순(아이러브안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