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바위 옆에서 바라본 불영사 전경. |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설연휴 사찰여행
신라 의상대사 창건한 울진 고찰 불영사 여행…제철 맞은 대게도 입맛 돋워
오래된 절이 아름답다고 하는 건, 옛 멋이 살아있는 절집이 빼어난 경관 속에 들어앉아 있기 때문이다. 선인들 흔적 또렷한 건물과 석물 무리가, 깊고 아늑하고 전망 좋은 이른바 명당에 자리잡고 있다. 옛 사찰 구경에 철이 따로 없다고 말하는 이유다. 절로 드는 숲길, 숲길 따라 흐르는 물길이 거닐수록 깊어지고 들여다볼수록 해맑다. 산 깊고 물 맑은 경북 북부 불영사계곡의 고찰 불영사도 그런 곳이다. 설 연휴에 찾는다면 늦겨울 정취 즐기는 가운데 봄기운도 예감해볼 수 있는, 따스하고 푸근한 비구니 도량이다.겨울에도 푸근한 비구니 사찰 불영사울진읍내를 거쳐 동해바다로 흘러드는 왕피천의 북쪽 지류. 길이 15㎞에 이르는 수려한 바위골짜기 불영사계곡의 중간에 자리잡은 절이 불영사다. 신라 때 의상대사가 창건한 사찰로, 범영루(범종루) 앞 연못에 부처상(절 서쪽 산꼭대기의 부처바위)이 항상 비쳐 보인다 해서 불영사란 이름이 붙었다. 계곡을 따라 이어진 36번 국도 가까이 절이 자리잡고 있지만, 겹겹이 싸인 산줄기에 가려 도로에선 보이지 않는다. 바위계곡의 멋진 경관은 도로변 전망대 등에서 내려다보인다.도로변에서 바라보는 것만큼 장쾌한 바위경관은 아니지만, 불영사 들머리 숲길 따라 걸으면서도 일부 계곡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주차장에서 일주문을 지나 바로 왼쪽 길로 내려서면 물가로 내려서게 된다. 물길 건너 산자락으로 20분 거리의 걸을 만한 숲길이 이어진다. 최근 조성한 ‘명상의 길’이다. 계곡물은 차가워서 더욱 푸르고 맑은데, 숲길은 흙길이어서 더욱 부드럽고 깨끗하다. 잔설 덮인 산자락을 울리는 딱따구리 소리는 봄기운이 느껴진다.산줄기가 에워싼 불영사는 산중 고택마을처럼 아늑하다. “아이고, 허리야.” 밭에서 일어나 허리를 펴는 노스님은 추위에 목도리 두르고 머리도 감싼 모습. 어머니 같기도 하고 할머니 같기도 하다. 극락전 관리 소임을 맡은 할머니 스님이 “밭가에 남은 얼음도 깨고 도랑에 쌓인 돌도 치우며” 청소를 하시는 중이다. 허리 굽고 주름 깊어도 눈빛은 봄 햇살처럼 맑고 밝다.이 산사에 머무는 젊고 나이 든 20여 비구니 스님들은 대체로 까칠하다. 어디서 무엇을 하고 어떻게 둘러보는 게 좋은지 물어도 대답 없이 묵언 수행, 갈 길 가고 할 일 하는 분이 많다. 사진 찍는 것도 꺼리므로 함부로 사진기를 들여대선 안 된다. 하지만 종무소 문을 두드리면 스님들이 물음에 친절하게 대답해 준다.서산 꼭대기 부처바위종루 앞 연못에 비치는
아늑한 위치의 비구니 사찰
매달 셋째주말 1박2일 템플스테이이날 서산에 뾰족 솟은 부처바위는 또렷한데, 못(불영지)은 반쯤 얼어붙어 그림자를 드리우지 못했다. 아쉬움을 달래려 서산 부처바위로 올랐다. 칠성각과 극락전 사이 중간쯤에서 산자락으로 오르는 희미한 길이 나 있다. 부처바위는 중간쯤 올랐을 때 가장 잘 보인다. 부처상과 기도하는 3인의 불자상이 깎아놓은 듯 또렷하다. 바위 옆에 서면 연꽃 형상의 바위봉우리들에 둘러싸여 자리잡은 당우들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부처바위로 오를 땐 절에 상주하는 산불감시원(공양간 앞 사무실)의 허락을 받고 “담배, 라이터는 맡겨야” 한다.이 절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은, 절 입구에서 연못 너머 정면으로 마주 보이는 작은 규모의 응진전(보물)이다. 임진왜란 때 왜군이 절을 불태웠을 때도 화를 면했다. 여러 차례 중수를 거쳤지만 소박하고 투박한 멋이 살아있는 건물이다. 대웅보전(보물)과 삼층석탑도 아름답지만, 대웅보전 축대 밑 좌우에서 머리를 쳐들고, 안간힘을 다해 건물을 떠받치고 있는 모습의 돌거북 한쌍이 이채롭다. 절터에 서린 화기를 누르기 위해 모신 동해바다 용왕신이라고 한다. 대웅전 안 대들보엔 양쪽에 하나씩 2마리의 작은 거북 조각상이 붙어 있는데 둘 다 머리가 없는 모습이다. 해설사 김인숙씨는 “거북 2마리의 머리는 대웅보전 축대 밑에 있으므로, 몸만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대웅전에 모신 세 목조 불상은 공양간 옆의 600년 묵은 은행나무 줄기로 만든 것이다. 20년 전 태풍으로 부러진 줄기를 다듬어 3좌의 불상을 만들었다고 한다. 은행나무는 둥치만 남은 채로 지금도 건재하다. 절 들머리 ‘명상의 길’ 한쪽엔 조선 숙종 때 고승인 양성당 혜능 선사 부도와 부도비가 남아 있다.불영사는 전통 사찰음식으로도 이름난 절이다. 스님들이 108가지의 음식을 만들어 매년 10월 둘째 주 토요일, 산사음악회를 곁들인 불영사 사찰음식대축제를 펼친다. 또 매달 셋째 주 주말엔 체험형 템플스테이를 진행하는데, 아쉽게도 2월엔 비구니 스님들의 수행 일정으로 쉬고, 3월부터 운영을 재개한다.
대게. 2월부터 속살이 꽉 차기 시작한다. |
울진 남대천 하류에 만들어지고 있는 은어다리(남대천보행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