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 남한강변 강천섬의 은행나무길.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여주 남한강변 강천섬의 은행나무길.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남한강 가을여행
여주~원주~충주 남한강변 폐사지 찾아가는 여정과 ‘여강길’ 걷기
여주~원주~충주로 이어지는 남한강 주변엔 가을 햇살에 감싸인 폐사지들도 이어진다. 남한강 여행길에 빼놓을 수 없는 보석 같은 볼거리들이자 쉼터다. 무너져내린 절집의 잔해들이 빈터에 황량하게 남아 있어 더 빛을 발하는 곳들이다. ‘무너진’ 것으로 치자면 남한강이나 폐사지나 마찬가지다. 남한강은 ‘4대강 공사’로 망가졌고, 절집은 전란과 화재로 무너졌다. 생태는 놔두고 남한강 경관만 따져봐도 예스러운 멋과 자연스러운 맛을 잃어버렸다. 그러므로 남한강변 여행은 무너지고 남은 옛절터와 강변의 잔해에 쏟아져내리는 무상한 가을빛을 찾아가는 여정이기도 하다.

여주(驪州)를 지나는 남한강은 따로 여강(驪江)으로 불린다. 여주 남한강변의 경관과 문화유산을 둘러보는 탐방로가 4개 구간으로 이뤄진 ‘여강길’이다. 본디 여주의 시민활동가들이 2004년부터 시작한 걷기 행사가 모태가 돼 2009년 조성된 생태탐방로다. 박희진 ‘여강길’ 사무국장은 “아름다운 옛 탐방로 대부분이 4대강 공사로 사라져 안타깝지만, 남은 구간과 새로 조성한 구간들도 볼거리·이야깃거리가 풍성하다”고 말했다.

여주 강천섬의 자전거족.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여주 강천섬의 자전거족.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강천마을에서 바위늪구비~남한강교~목아박물관~신륵사로 이어지는 여강길 3코스(14㎞) 출발점 부근의 강천섬을 찾았다. 4대강 공사 이전에는 주민들이 땅콩을 대량 재배해 ‘땅콩섬’으로 부르던 곳이지만, 섬은 아니었다. 멸종위기종인 단양쑥부쟁이가 자라는 드넓은 강변습지로 이름 높던 ‘바위늪구비’와 이어진 습지였다. 4대강 공사로 샛강을 뚫고 둑을 쌓으면서 섬이 됐고, 습지는 일부만 남게 됐다. 울창하던 미루나무 숲과 땅콩밭 자리엔 평평하게 정돈된 잔디밭이 들어섰고 은행나무들을 옮겨 심었다. 다리 2개를 통해 자전거와 보행자만 드나들 수 있다.

4대강 공사 때 옮겨 심었으나 말라죽어, 가지들만 앙상한 기괴한 몰골의 느티나무 행렬이 먼저 탐방객을 맞아준다. 드넓은 잔디밭과 도열한 은행나무들, 그리고 억새밭 사이로 이어지는 산책로와 자전거길에도 가을 햇살이 내리쬐어 가을빛이 한창이다. 한쪽에서 단양쑥부쟁이 무리도 만날 수 있다.

‘4대강 공사’로 망가진 남한강과
화재·전란으로 소실된 절집은 닮았다
‘땅콩섬’이라 불리던 강천섬
캠핑족의 한적한 쉼터로 자리매김

여강길 3구간에 속한 강천섬은 이제 뚜벅이족·바이크족의 경유지를 넘어, 캠핑족의 한적한 휴식처로 자리잡았다. 물도 없고 전기시설도 없고 화장실도 세곳뿐인(그나마 고장으로 폐쇄가 잦은) 이 섬에 캠핑족이 찾아드는 건, 그만큼 찾는 이가 적어 여유로운 야영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만난, 잔디밭 옆 은행나무 밑에 텐트를 친 야영객은 “강천섬은 캠핑다운 캠핑을 할 수 있는, 수도권에서 몇 안 되는 곳”이라고 했다. 그는 “이곳도 입소문을 타고 알려지면서, 갈수록 한적한 야영지의 면모를 잃어가고 있어 개인적으론 아쉽다”고 말했다. 일부 캠핑 마니아들은 며칠씩 머물며 야영을 즐긴다고 한다. 강천섬으로 건너가는 다리는 굴암리(유료 주차)와 강천리(무료 주차) 두 곳에 있다. 굴암리 ‘강천섬권역관리사무소’에서 자전거를 빌려 탈 수 있다.

원주 거돈사터.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원주 거돈사터.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충주 청룡사터.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충주 청룡사터.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뭐니 뭐니 해도 남한강 가을 정취는 무너진 절터에서 진하게 내뿜어진다. 따스하고 눈부신 가을 햇살이, 텅 빈 절터에 흩어진 잔해들, 탑이며 비석이며 주춧돌들을 감싸고 비춰 돋보이게 해준다. 여주시·원주시·충주시로 이어지는 남한강 일대의 이름난 폐사지는 고달사터(여주), 흥법사터·법천사터·거돈사터(원주), 청룡사터(충주) 5곳이다. 남한강 물길에서 가까운 법천사터·거돈사터·청룡사터를 찾았다.

유홍준 교수는 “남한강변 폐사지 답사는 거돈사부터 가야 제격”(<나의 문화유산답사기 8권 ‘남한강 편’>)이라고 했지만, 남한강을 따라가는 여행객은 자연스럽게 강변에서 가까운 원주시 부론면 소재지 부근의 법천사터부터 찾게 된다. 널찍한 절터에 홀로 우뚝 솟은 삼층석탑과 상처투성이의 거대한 불좌대·주춧돌, 원공국사승묘탑비 등이 남은 거돈사터가 황량한 폐사지다운 정취를 북돋워준다는 뜻일 게다.

거돈사터가 ‘잘 정비된 황량함’을 보여준다면, 법천사터는 발굴이 진행중이어서 소란스러운 분위기다. 발굴중인 널찍한 절터엔 땅 밑에 있던 무수한 주춧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뒤쪽 축대 계단을 따라 오르면 ‘왕’(王) 자가 새겨진 거북 등에 위태롭게 서 있는, 정교한 용무늬들이 눈부신 지광국사현묘탑비가 기다린다. 탑비 앞 건물터엔 석등·옥개석 등 화려한 꽃무늬들이 새겨진 석물들이 있었다. 지금은 발굴·정비를 위해 따로 보관중이라고 한다. 청룡사터는 531번·599번 지방도를 번갈아 타고 남한강 상류 쪽으로 내려가, 충주시 소태면 오량리에 있다. 짤막한 숲길을 따라 오르면 위전비·석종형승탑, 그리고 보각국사탑·탑비·석등이 나타난다. 청룡사터 들머리 주차장 안내소에 해설사가 대기한다.

여주 원주 충주/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남한강 여행 정보

가는 길
 중부제1고속도로 광주나들목에서 나가 우회전, 다시 45번 국도로 우회전해 가다 도마삼거리에서 다시 우회전해 광동교 건너 우회전, 광동사거리에서 다시 우회해 경안천습지생태공원으로 간다. 여기서 다시 남종면 소재지 쪽으로 남한강변길인 342번 지방도를 따라 차를 몰면 양평군 운심리 한강생태학습장으로 이어진다.

먹을 곳, 묵을 곳 광주시 남종면 소재지와 퇴촌면 소재지에 강촌매운탕(분원붕어찜), 남강집 등 붕어찜·민물매운탕을 내는 식당들이 즐비하다. 강마을다람쥐(도토리국수·묵무침, 남종면)도 있다. 여주시 굴암리 굴암매운탕(쏘가리회·매운탕 등), 대신면 천서리 홍원막국수(편육·막국수), 중앙동의 풍물옹심이칼국수(메밀칼국수). 여주시 상동(주내로) 일대에 모텔들이 모여 있다.

가을축제 여주 남한강변 신륵사 관광지 나루터 일대에서 10월30일~11월1일 ‘제17회 여주오곡나루축제’가 벌어진다. 나루마당·동물농장·오곡장터·전통마당 등 9개 테마를 통해 ‘대왕님표 여주 쌀’과 고구마 등 특산물을 맛보고 체험하며 남한강변에 전해오는 전통문화를 만날 수 있다. 광주시 곤지암 화담숲에선 11월7일까지 ‘곤지암 화담숲 단풍축제’를 연다. 대학(원)생·일반인 대상의 ‘화담숲 이야기’ 공모전도 연다. 대상 500만원 등 총 4000만원어치의 상금·상품을 내걸었다. 마감 10월31일.

여행 문의 광주시청 문화공보담당관실 (031)760-2722, 여주시청 문화관광과 (031)887-3572, 원주시청 관광과 (031)737-05101, 곤지암 화담숲 (031)8026-6666, 여주 여강길 안내 (031)884-9089.

(*위 내용은 2015년 10월21일 인터넷한겨레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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