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 |
[나는 농부다] 숨쉬는 제철밥상
과일나무가 있다고 과일을 따 먹는 건 아니더라. 앵두는 꽃필 무렵 추우면 말짱 꽝이고, 자두는 새와 벌이 먼저 먹어 버린다. 살구 역시 꽃구경한 걸로 넘어갈 판이다. 과일나무들이 사람 손에 길들여져 온실의 화초처럼 바뀌고 있다. 한데 심지도 않았는데 우리를 먹여 살리는 과일이 있으니 그건 바로 오디다.‘방귀 뽕’ 뽕나무는 있는 듯 없는 듯 수수한 나무지만 어린순은 나물로, 이파리는 장아찌로, 줄기와 뿌리는 약재로 어디 하나 버릴 데 없다. 게다가 그 열매 오디는 6월 한달을 가득 채운다. 뽕나무는 ‘내 열매를 먹어 달라’고 오디를 달고 맛있게 만든다. 동물의 뱃속에 들어갔다 똥으로 나와 씨를 퍼뜨리려고. 그러다 보니 씨가 뱃속에 오래 있지 않게, 확 뚫고 나온다. 사람의 손길이 없어도 자연에서 살아남는 힘을 가지고 있다. 새도 그걸 알고 오디 철에는 오디 먹고 오디 똥을 싼다.그럼 어떻게 먹나? 오디 인기가 높아지지만 아직 익숙하지 않다. 십여년 오디를 먹어본 경험을 들어보면, 싱싱한 건 그냥 먹는 게 가장 좋다. 뽕나무 아래서 오디를 따 먹어 보라. 아직 덜 익어 불그스름한 건 새콤하고, 농익어 건드리기만 해도 검붉은 즙이 묻어나는 오디는 다디달다.오디 |
장영란 <숨쉬는 양념·밥상> 저자
(*한겨레신문 2013년 6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