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딸, 제주 할망 품에 안겨 ‘치유’

조회수 27154 추천수 0 2010.09.14 10:35:46

‘유방암의 날’ 맞아 병원서 기획

올레길 걸으며 함께 ‘추억 쌓기’



가파르고 험한 7코스 완주 성공

“암세포를 바다에 던져버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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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께 쓴 편지지를 든 딸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딸은 연방 “못해, 못해” 하며 수건으로 눈물을 닦아냈다. “엄마, 이제 그만 아프고, 나 죽을 때까지 오래오래 살자. 엄마 정말 고마워.” 목이 메어 편지를 읽는 딸의 모습을 보고 있는 엄마의 눈이 촉촉하게 젖어들었다. “이제 내 몸에 암은 없어. 건강하게 오래 살게.” 엄마와 딸은 꼭 껴안고 환히 웃었다.






2008년 유방암 판정을 받은 진계춘(48)씨는 올레길을 걷기 전까지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암 판정 이전에도 유방 섬유종, 자궁근종 등으로 수차례 수술대에 올랐고, 폐도 절반을 절제한 상태였다. 지난해에는 암이 갑상선으로 전이됐다는 청천벽력 같은 통보를 받았다. “아이 아빠도 심근경색으로 투병중이어서, 딸의 마음고생이 누구보다 컸다”며 “딸과 함께 온 이곳에서 ‘왜 나만…’이라는 억울함을 떨쳐내고, 유방암을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진씨 모녀를 비롯해 유방암 수술을 받은 환자 5명과 그들의 딸 6명이 올레길 순례에 나섰다. 이대여성암전문병원이 10월8일 ‘유방암의 날’을 앞두고 투병생활에 지친 모녀에게 따뜻한 추억을 선사하고, 걷기 운동의 중요성을 널리 알릴 목적으로 기획한 이번 행사에 참가한 이들은 사연 공모와 병원 의료진 추천을 통해 선발됐다. 서현숙 이화의료원장은 “유방암은 우리나라 여성암 발생률 1위로, 많은 환우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엄마와 딸 건강한 동행, 올레를 걷다’ 행사를 통해 암 투병에 지친 환우들이 가족과 함께 좋은 추억도 쌓고, 유방암 극복의지를 다지는 계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진씨 모녀를 비롯해 이영옥(68)·오명희(37) 모녀, 김연미(51)·이소윤(23) 모녀, 김명자(50)·추지혜(21) 모녀, 김경옥(53)·이채연(28)·이채원(25) 모녀 등 참가자들은 이날 올레길 16코스 가운데서도 험한 편에 속하는 7코스 길을 오전과 오후로 나눠 걸었다. 서귀포 월평마을을 출발해 법환포구를 경유, 돔베낭길에 이르는 올레길 중간에는 가파른 언덕길과 자갈과 바위가 널려 있는 바닷길이 포함돼 있었지만 낙오자 없이 모두 완주에 성공했다. 진씨는 “올레길을 걸으며 암세포를 다 바다에 던져 버렸다”며 “재발에 대한 두려움까지 몽땅 바다에 던져버렸다”고 해맑게 웃었다. 김명자씨는 “지금보다 더 밝고 활기차게 살 수 있을 정도의 자신감, 병이 완치될 것이라는 믿음과 체력을 얻었다”고 만족해했다.






두 딸과 함께 참가한 김경옥씨는 “이제는 암을 내 몸에 있는 친구로 대하겠다”며 “암을 이긴 선배들을 보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고, 앞으로 남은 3번의 항암치료도 잘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웃었다. 작은딸 이채원양은 “늘 의연하셨던 엄마가 요즘 부쩍 힘든 모습을 보여 속상했는데, 엄마께 힘을 드리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한 이들이 함께 경험과 고민을 나눌 기회를 갖게 되어 유익했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이영옥씨는 “그동안 억울하고 분한 생각에 스트레스도 참 많이 받았다”며 “함께 참가한 이들을 보면서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고, 더욱 활기차게 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연미씨는 “25년 전 신혼여행을 왔던 제주에 딸과 함께 와서 더 뜻깊다”며 “바다를 보면서 꼭 완치되어 건강한 몸으로 다시 남편과 함께 오고 말겠다고 다짐했다”고 했다.

올레길 순례에 함께한 문병인 이대여성암전문병원 유방암·갑상선암센터장은 참가자들에게 “유방암은 긴 항암치료 과정 때문에 환자들이 많이 힘들어 한다”며 “암 완치를 위해서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갖고, 하루 1시간 걷기 운동을 생활화하며, 림프 부종 예방을 위해 평소 수술받은 팔 관리를 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방암에 걸린 엄마를 둔 딸들에게는 유방암 예방을 위해 △신선한 채소와 과일 많이 먹기 △술 가급적 줄이기 △적정체중 유지하기 △매일 유산소 운동 하기 △미리부터 정기검진 받기 등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글·사진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유방암 Q&A] 유전보다 생활·식습관 문제 커



30살부터 정기검진 ‘권장’

‘재발 걱정’ 오히려 역효과



-어머니가 유방암에 걸렸다. 딸도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높나?



“모녀가 함께 유방암에 걸린 사례도 있지만, 유방암은 유전 가능성이 높은 질환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유전성 유방암’은 가족 중 3명이 유방암에 걸리고, 이 중 2명이 직계이고, 3명 중 1명이 40대 미만일 때를 말한다. 하지만 이 확률은 1%도 채 안 된다. 다만 유방암 환자 중 5~10%가량이 가족력으로 유방암에 걸리는데, 유전적 요인보다 생활 및 식습관 등이 크게 좌우하므로 ‘가족성 유방암’이라고 한다.



어머니가 유방암에 걸렸기 때문에 딸이 걸릴 수 있다고 우려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어머니나 자매 중 어느 한쪽이 유방암에 걸린 경우 2~3배, 어머니와 자매 모두 유방암이 있는 경우 8~12배 위험성이 높아지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생활습관과 식습관 교정, 규칙적인 운동 외에 30살 이후부터 정기적인 유방암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유방암은 항암치료 뒤 재발 위험이 높나?



“암은 재발 위험 때문에 무서운 병이지만, 다행히 유방암은 다른 암보다 완치율이 95% 이상으로 높은 반면 재발률이 낮다. 의사의 진단대로 항암치료 하고, 하루 1시간 이상 땀을 낼 정도로 운동하고, 음식을 골고루 먹으면 재발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유방암의 재발을 걱정하는 것이 오히려 암의 재발을 불러오는 행위다. 재발 걱정을 잊고, 인생을 즐겁게 살아야 재발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항암치료 뒤 몸의 회복기간이 얼마나 지나야 정상으로 회복되나?



“사람마다 어떤 항암제를 맞았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다. 빠졌던 머리가 다 나고 체력이 복구되려면 더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대부분 항암제 치료 뒤 두 달이면 정상으로 돌아온다. 백혈구 수치는 보통 2개월 만에 정상화된다. 몸속 면역기능이 회복되면 일반인과 똑같이 행동하고 활동할 수 있다. 하지만 항암제로 인해 난소기능과 호르몬 수치가 떨어진 상태이므로 힘들고 회복되지 않았다고 느끼는 것인데, 시간이 해결해줄 부분이다.”



김미영 기자



도움말: 문병인 이대여성암전문병원 유방암·갑상선암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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