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만성 B형 간염환자 조사
만성 비(B)형 간염 환자의 경우 간 조직이 섬유화되면 간암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섬유화란 말랑말랑한 간 조직이 점차 딱딱하게 굳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한광협·안상훈 세브란스병원 간암클리닉 교수팀은 2005~2007년 만성 비형 바이러스 간염 환자 1130명(남 767명, 여 363명)을 대상으로 간 섬유화 정도와 간암 발생의 관련성을 조사한 결과 섬유화가 심하게 진행된 경우 간암 발생 위험이 7배 가량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최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간 분야의 세계적 논문집인 <미국 간학회지> 3월호에 실릴 예정이다.
연구 결과를 보면 1130명의 만성 비형 간염 환자 가운데 간 섬유화 수치가 8단위(kPa) 이하에 해당하는 이들이 595명, 8~13단위가 285명, 13~18단위 130명, 18~23단위 53명, 23단위 이상은 67명이었는데, 이들의 간암 발생률은 섬유화가 많이 진행될수록 높았다. 간 섬유화 수치가 8단위 이하인 환자들은 간암 발생이 1.3%(8명)인데 견줘, 8~13단위는 4.6%(13명), 13~18단위는 7.7%(10명), 18~23단위는 18.9%(10명), 23단위 이상은 23.9%(16명)이었다. 간암과 관련된 다른 요인들의 영향을 배제하고 간 섬유화 수치와 간암의 관련성만 조사했을 때에는, 간 섬유화 수치가 8단위 이하인 환자에 견줘 이 수치가 23단위 이상이면 간암 발생 가능성이 6.6배나 높았다. 또 18~23단위인 환자는 8단위 이하보다 5.6배, 13~18단위는 4.7배 가량 간암 발생 가능성이 높았다.
다행한 점은 간 섬유화 수치가 높았던 환자들이 적절한 관리를 한 뒤 1~2년 뒤의 검사에서 수치가 낮아졌을 경우에는 간암 발생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업무 스트레스가 많고 불규칙한 식사와 음주가 많은 중년의 직장인들은 주기적으로 간 건강을 확인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혹 간을 상하게 하는 생활의 연속으로 간 조직이 손상돼 섬유화가 진행됐더라도 간을 보호하는 건강관리를 통해 간 건강을 회복하면 간암 위험성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