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동의보감]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제법 차다. 유난히도 덥고 습기가 많던 올 여름을 생각하면 반가운 일이다. 10월, 차가운 이슬이 내린다는 한로, 서리가 내린다는 상갈이라는 절기에서 보듯 본격적인 환절기로 접어들었다. 일교차가 심해진 요즘 철에는 잦은 온도 변화와 서늘한 바람 때문에 감기에 걸리기 쉽다.
감기는 사실 모든 계절에 다 걸릴 수 있지만, 주로 가을부터 겨울 사이에 걸린다. 한의학에서 감기란 ‘나쁜 기운, 즉 사기(邪氣)가 몸 안에 들어오는 것’이다. 환절기 때 감기 환자가 많은 이유는, 더운 여름철을 지나면서 우리 몸의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데다 변화된 환경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감기는 과로나 스트레스 등으로 우리 몸의 균형이 깨져 있을 때 더 잘 걸린다.
감기의 대표적인 증상은 코막힘, 콧물, 재채기, 기침 등이다. 열을 동반하는 몸살감기는 기침 외에 오한, 두통, 설사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환절기라 해도 감기에 잘 걸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그 이유는 사람마다 정기(正氣)가 다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정기, 면역력이 튼튼하면 나쁜 기운이 우리 몸속으로 들어오지 못해 감기에 안 걸리지만,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은 질병에 대한 저항력과 온도 변화 등에 대한 적응력과 조절능력이 떨어져 감기에 잘 걸리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감기에 잘 걸리는 유형은 첫째, 여름에 더위에 지친 사람이다. 여름에 소진된 체력으로는 계절 변화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둘째, 평소 빙과류나 청량음료, 맥주 등 찬 음식을 많이 먹는 사람이다. 찬 음식은 음식물이 들어가는 위뿐만 아니라 주변 장기인 폐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폐의 기능을 떨어뜨려 감기에 쉽게 노출되게 만든다. 셋째, 피부가 흰 사람이다. 한방에서는 대체로 폐 기능이 허약한 사람이 피부가 하얗다. 폐 기능이 허약하기 때문에 환절기 기온 변화를 따라가기가 벅차 감기에 걸리기 쉽다. 이밖에 체력이 약한 영유아나 큰 병을 앓은 환자, 노인도 감기에 잘 걸린다.
감기를 예방하려면 정기를 튼튼하게 해야 한다. 균형잡힌 영양 섭취,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휴식, 즐거운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 감기에 걸렸다면 최고의 보약은 휴식이다. 오한을 동반한 몸살 감기라면 이불을 뒤집어 쓰는 등의 방법으로 땀을 내는 것이 좋다. 여기에 고춧가루를 넣은 콩나물국을 먹으면 금상첨화다. 가래를 수반한 목감기라면 물을 많이 마시고 가습기를 틀거나 젖은 빨래를 실내에 널어 습도를 높여주면 도움이 된다. 코가 답답할 때는 뜨거운 수건을 코와 이마 사이에 얹어 놓고 막힌 쪽이 위로 향하도록 누우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올 여름은 예년에 비해 무더웠던 데다 늦은 가을장마로 인해 더 습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여느 해보다 우리 몸이 적응하는 데 힘들어 하는 것은 당연하다. 여름내 지친 몸을 잘 추스르고 충분한 휴식과 안정을 취하는 것, 이것이 일교차가 크고 계절이 변하는 요즘 감기를 예방하는 길이다.
임장신/중앙경희한의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