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을 어찌하리오

시어머니엔 집안행사…며느리엔 생고생 ‘갈등’
온라인 레시피·패키지 판매에 초보주부들 솔깃




결혼 2년차 직장인 윤지영(가명·33)씨는 김장을 담글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프다. 지난해 시가가 있는 충남 공주에 내려가 시집 식구들과 김장을 했다는 윤씨는 다녀온 뒤 몸살에 걸려 일주일 동안 고생을 했다. 윤씨는 “식구라고 해봐야 남편과 나 둘뿐인데, 김장을 100포기씩이나 해 온 친척들이 다 같이 나눠 먹는 시댁 풍습 때문에 주말을 몽땅 투자해야 했다”며 “올해는 딱 잘라 갈 수 없다고 하고 인터넷의 도움을 받아 혼자 김장을 담글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장철을 맞아 시어머니와 갈등을 겪는 신세대 며느리들이 적지 않다. 김장을 집안 행사로 생각하는 시어머니들은 며느리들을 불러모아 온 가족이 먹을 김치를 함께 담그고 싶어하지만, 김장에 익숙지 않은 젊은 며느리들은 시어머니의 이런 요구가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

올해 초 결혼한 이수진(31)씨는 “‘함께 모여 김장을 담그고 한 20포기 가져가면 좋지 않겠느냐’는 시어머니의 말에 놀라 필사적으로 저항하며 혼자 하겠다고 해 시댁에 가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혼자 김장을 하겠다고 큰소리 쳤지만, 시어머니가 ‘우리 아들은 전라도식 김치만 먹으니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말해 걱정이 많았다”며 “다행히 인터넷 블로그에 김장 레시피가 올라와 있어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인터넷에는 이씨 같은 초보 주부를 위한 각종 김장 레시피가 올라와 있다. 경상도식·전라도식 등 지역별 레시피는 물론, 동치미·총각무·갓김치 등을 담그는 방법이 사진과 함께 친절하게 설명돼 있다. 혼자 김장을 할 때뿐 아니라, 시어머니와 함께 담글 경우에도 ‘왜 이렇게 못하냐’는 타박을 듣지 않으려고 김장 레시피를 참고한다는 게 주부들의 얘기다.

레시피를 보고도 김장을 어려워하는 주부들을 위한 ‘김장 패키지’도 등장했다. 절임배추, 고춧가루 양념, 젓갈은 물론 통깨까지 들어 있는 이런 패키지는 원하는 양만큼 넣어 버무리기만 하면 김장이 완성된다. 지난주부터 김장 패키지 판매를 시작한 한 지역 농협식품조합 관계자는 “국내산 절임배추 10㎏에 양념 3㎏을 4만원 정도에 판매하고 있는데, 젊은 주부들의 문의가 많다”고 전했다.

지난해 혼자 김장을 담그다 실패해 재료를 다 버렸다는 주부 우아무개(30)씨는 “올해는 아예 김장 패키지를 구입할 생각”이라며 “친정에 신세지지 않고 시간도 절약되는데다 양념의 양에 따라 맵기를 조절할 수 있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수
91 [자유글] 크리스마스 케이크 미리미리 예약해볼까 imagefile [1] 베이비트리 2011-12-09 25592
90 [직장맘] 아이들 저축 뭐하세요? [2] yahori 2011-12-08 12165
89 [나들이] [이벤트 참가] 박물관 앞에서 뛰어! imagefile [2] wonibros 2011-12-07 19114
88 [살림] 김은형 기자의 변액보험 운영기 [1] 베이비트리 2011-12-07 12374
87 [자유글] 아파트안 작은 도서관 괜찮네요 베이비트리 2011-12-02 14928
86 [자유글] 어린이에게 들려주는 한-미 FTA 이야기 image 베이비트리 2011-11-25 13073
» [살림] 김장, 시어머니엔 집안행사…며느리엔 생고생? image 베이비트리 2011-11-17 18702
84 [건강] 물티슈 얼마나 쓰세요? 양선아 2011-11-15 12724
83 [자유글] 인천시 “만4살 무상보육·둘째도 출산장려금” image 베이비트리 2011-11-10 16770
82 딸한테 ‘빼빼로데이’가 뭔지 아냐고 물었더니… imagefile 베이비트리 2011-11-10 17719
81 [나들이] 수업시간표와 학교, 행복한 학교란 없는 걸까요? imagefile [1] wonibros 2011-11-09 18956
80 [직장맘] 일하는 엄마를 위한 심리참여연극 보세요 imagefile [1] 베이비트리 2011-10-26 22546
79 [살림] 올 가을 김장 양념의 반란 image 베이비트리 2011-10-25 14889
78 [직장맘] 비오는 날 아침...오늘도 지각 했당 ㅠ.ㅠ imagefile [6] yahori 2011-10-14 15424
77 [살림] 카드 연회비 줄이려면… image sano2 2011-10-12 10325
76 [살림] 보름달 따라 달뜬 몸과 마음, 행여 탈날라 imagefile babytree 2011-09-06 15918
75 [자유글] 그 표정으론 어림 반푼어치도 없다! imagefile babytree 2011-08-30 87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