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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바루’ 모리소바

[한겨레 매거진 esc]
한국 주재 일본 언론인 요시다 히로야씨와 함께 떠난 서울 소바 맛집 기행

“일본은 외식업체의 경쟁이 심해서 점점 가격이 내려가요. 한국과는 반대죠.” 요시다 히로야(37)씨의 첫마디다. 그는 일본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현재 케이아르뉴스(KR NEWS)에서 근무하는 언론인이다. 케이아르뉴스는 한국에 사무실을 두고 일본인들에게 한국의 소식을 전하는 인터넷 매체다. 한국이 좋아 8년째 머물고 있는 그는 비빔밥 예찬론자다. “산채비빔밥이나 된장이나 간장으로 비빈 비빔밥 맛있어요.”

대나무 발 얹어 먹는

모리소바

뜨거운 국물에 담은

가케소바  

한국어가 모국어만큼 편한, 180㎝는 족히 넘어 보이는 그와 일본 전통음식 소바 여행에 나섰다. 아스팔트가 서서히 달아오르기 시작한 5월, 시원한 소바 한 그릇이면 다가올 여름이 무섭지 않다.

소바는 일본식 메밀국수를 말한다. 맷돌이 사람들에게 전해지면서 소바가 탄생했다고 한다. 물을 넣고 경단처럼 빚어 먹다가 지금의 면 형태로 먹기 시작한 때는 1600년께다. 에도시대 문헌에는 ‘소바를 먹는다’는 기록이 있다. 메밀가루만 사용하지 않고 밀가루를 섞어 면을 뽑는다. 섞는 비율에 따라 종류도 다양하지만 메밀가루와 밀가루를 8 대 2 정도 섞는 니하치소바가 유명하다. 흔히 대나무 발에 면을 얹어 먹는 것만 소바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모리소바다. 뜨거운 국물에 면을 담가 내는 가케소바도 있다. 더운 날에는 모리소바가 역시 인기다. 모리소바는 사케, 진간장, 가쓰오부시 등을 넣고 끓여낸 쓰유(소바 장)에 찍어 먹는다.

“소바는 일본에서는 아주 일상적인 음식이죠. 보통 소바집에는 우동도 같이 있어요. ‘소바 할래? 우동 할래?’ 묻죠.” 일본에는 소믈리에(와인전문가)처럼 소바리에란 직업이 있을 정도다. 골목마다 소바 집이 넘쳤던 에도시대의 영향일까, 에도소바리에협회는 엄격하게 심사한 에도소바의 달인에게 ‘에도소바리에’라는 호칭을 부여한다. 그는 다시 가격 이야기를 한다. 수타 소바(장인이 손으로 면을 뽑는 소바)나 좋은 식재료를 사용한 소바는 2000~3000엔까지 하지만 300~500엔 정도 소바를 일본인들은 즐긴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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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빔소바
첫번째 여행지는 ‘스바루’(서울 서초구 방배본동)다. 초등학교 앞 문구점처럼 눈에 띄지 않는 작은 가게다. “여기도 소바와 우동을 같이 파네요.” 차림표를 둘러본 그는 “일본식을 충실히 재현”했다고 말한다. “소바는 신슈(信州)소바가 유명해요. 신슈는 나가노현의 옛 이름입니다.” 메밀의 질이 좋다고 알려진 지역이다.

차림표에는 모리소바가 4종류, 가케소바가 8가지다. 그는 냉큼 평소 좋아하는 마메밀을 주문했다. 고운 마가 쓰유와 함께 나온다. 자루소바(면에 김가루가 올라가는 소바)도 함께 도착한다. 이곳 자루소바는 김가루가 없다. “면 자체의 맛과 향을 즐겼으면” 하는 주인 강영철씨의 생각 때문이다. 중저음에 낮은 목소리로 소곤소곤 이야기하던 요시다씨가 “후루룩 후루룩”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먹는다. 얌전한 일본인들도 시끄러운 소리를 내고 먹는 음식이 소바와 우동이다. 쓰유에 찍어 면을 끊지 않고 한 번에 먹어야 제 맛이란다. 씹는다기보다는 마신다고 하는 게 맞다. 일본 요리학교 나카무라아카데미의 강사인, 20년 경력의 수타 소바 장인 무라타 다카히사씨는 면을 넘길 때의 느낌, ‘목 넘김’의 감촉이 중요하다고 전한다. 살짝 부드러우면서도 빳빳할 정도로 탄력이 있는 소바가 으뜸이다.

“수준급이에요. 면이 쫄깃해요. (마메밀을 맛보고) 일본의 마와 조금은 다르지만 1000엔 이상 하는 일본 소바와 비슷해요. 관동지방풍이네요.” 요시다씨는 연거푸 수준급이라고 칭찬한다. 마메밀의 가격은 1만5000원이다. 오사카와 교토가 있는 간사이 지방보다 도쿄가 있는 간토 지방의 소바 맛이 진하다. 강씨는 수타면 제조법을 도쿄에서 배웠다. 8 대 2로 메밀과 밀가루를 섞어 반죽해 70~80㎝ 정도 길이로 면을 만든다.

두번째 여행지로 고고씽! “일본에 한식당이 급증해요. 일본인들도 매운 거 좋아하기 시작했어요. 순두부집이 특히 인기예요.” 일본 현지 사정을 꼼꼼히 알려준다. 그는 12월31일에 먹는 도시코시소바에 대한 추억도 말한다. “온 가족이 모여 먹죠. 소바 전문점도 그날은 비싼 토핑이 올라간 특별한 도시코시소바를 준비해요.” 도시코시소바는 일명 ‘해 넘기기 국수’라고 한다. 잘 끊어지는 소바처럼 한 해 힘들었던 일들을 끊어낸다는 의미다.

쓰유에 찍어

면을 끊지 않고   

한 번에 먹어야 제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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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무라안’ 낫토소바
두번째 여행지 ‘오무라안’(서울 강남구 역삼동)은 일본인 관광객부터 한국인까지 발 디딜 틈이 없다. “일본 소바집은 보통 이름 끝에 ‘안’자를 붙여요.” 바삭한 소바면 튀김이 먼저 우리를 맞는다. 이곳은 일흔이 넘은 일본인 요리사 이노 유키오씨가 맛을 낸다. 그는 2대째 도쿄에서 소바집을 운영했던 이다. 메밀과 밀가루 비율은 7 대 3 정도다. 봉평에서 재배한 통메밀을 갈아 쓴다. 수타면이 아니라 기계면이다. 장도훈 사장은 “기계로 뽑은 면이 맛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데 편견”이라며 “물을 적당히 줘가면서 반죽하는 기술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카레소바와 낫토소바가 등장한다. “일본인들은 카레소바, 카레우동 정말 좋아해요. 면은 스바루가 더 마음에 드네요. 길이가 좀 짧아서 아쉽네요. 카레 맛있습니다. 일본에서 가져온 재료 같네요.” 배가 개구리처럼 불러오지만 소바 여행을 멈출 수는 없다. ‘맷돌소바’(서울 강남구 신사동)로 향했다. 차림표를 본 요시다씨가 박장대소한다. ‘북해도 소바’, ‘나가사키 해물우동’ 등이 적혀 있다. “북해도 소바가 뭐예요?” 기자에게 되묻는다. 일본에서는 본 적이 없다고 한다. “나가사끼짬뽕은 있는데, 이 집에서 개발한 것 같아요.” 넓은 실내와 주방이 돋보인다. 한쪽 벽에는 일본 신문 기사가 붙어 있다. 요시다씨가 달려가 읽는다. “2009년에 홋카이도로 조리법을 배우러 간 이곳 요리사 기사네요.” 웃음이 한가득이다. “종업원이 재미있어요. 곧 매각한다는 설이 있다고 솔직하게 말하시네요.” 비빔소바는 초고추장이 올라가 있다. “맛 괜찮아요. 한·일 퓨전요리네요. 새로운 발견! 회덮밥까지 하는 한·일 퓨전음식점을 일본에 열면 좋을 것 같네요.” 북해도 소바는 면이 짜서 마음에 들지 않지만 서비스는 마음에 든다고 말한다.

마지막 여행지로 향하는 차 안에서 20대 때 그가 먹었던 완코소바에 대해 자랑한다. “아주 작은 그릇에 담아 나오는 소바인데 한 번에 20그릇 먹은 적도 있어요. 많이 먹기, 빨리 먹기 대회 등이 공식적으로 열려요.” 오후 2시를 훌쩍 넘긴 시간, 시마다(서울 광진구 화양동)에 도착했다. “어쩌나, 다 떨어졌어요.” 청천벽력 같은 강성호 사장의 말이 들렸다. “제가 직접 제면하고 일본 옛날 방식 그대로 수타면 뽑으니깐 하루 130그릇 정도밖에 못 만들어요.” 점심 영업시간은 3시까지인데 2시께에 이미 다 팔렸다. 그는 일본에서 조리학교를 졸업하고 현지 소바 집에서 40여개월 수타면을 배웠다고 했다. 가게 한쪽에는 야마사 간장이 보인다. 요시다씨는 “일본에서 유명한 간장”이라고 말한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곧 소바 열풍 올 거 같아요. 라멘, 일본식 우동 좋아했던 분들이 소바도 선택할 거 같아요.”

박미향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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