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구팀 “아기들 장 발달과 상관관계”
모유와 분유 어느 것을 먹더라도 신생아들의 몸무게 등 신체 발달은 비슷하지만 모유 수유를 한 아기들이 병에 걸릴 확률이 낮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분유가 아무리 모유를 흉내내더라도 면역방어 성분들까지 똑같이 만들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의 샤론 도너번 교수 연구팀은 31일 “아기들의 대변을 분석해보니 모유와 분유 가운데 어느 것을 먹이느냐에 따라 수백개의 유전자들이 달리 발현했다”며 “모유 수유가 왜 중요했는지 궁금증을 풀어줄뿐더러 모유와 진짜로 닮은 분유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생후 3개월이 안 된 건강한 22명의 아기를 대상으로 본격 임상시험을 앞두고 시행하는 ‘개념 증명’(PoC) 실험을 했다. 12명은 모유를 수유하는 아기였고, 10명은 분유를 먹었다. 연구팀은 아기들의 대변에 섞여 있는 장 세포를 분류해내고, 두 그룹의 유전자 차이를 분석했다. 장 세포는 사흘마다 새로 만들어져 기능을 수행한 뒤 떨어져 나와 변과 함께 배출되는 일이 반복된다.
따라서 장 세포에 포함된 유전자들과 유전자 전사 물질인 아르엔에이(RNA) 등을 분석하면 아기들의 장 발달과 먹는 음식(모유와 분유) 사이의 상관관계를 알 수 있다. 연구팀은 두 그룹을 잘 구분해주는 수백개의 단일 유전자와 복수의 유전자 조합들을 찾아냈다. 또 유전자들의 발현을 조절하는 ‘우두머리’(마스터) 유전자도 동정해냈다. 도너번 교수는 “연구 결과는 대변에서 추출한 전령 아르엔에이(mRNA)가 위장 기능을 구축하기 위해 활성화되거나 억제되는 유전자들을 통제하는 데 중요한 구실을 할 것이라는 가설을 지지해준다”고 말했다.
엄마 뱃속에서 태반을 통해 영양분을 공급받던 무균 상태의 아기 소화기관은 세상 밖으로 나온 뒤에는 어떤 박테리아와 음식들이 자신에게 이로운 것인지 구별해내야 한다. 이 단계에서 실수가 일어나면 아기들은 음식 알레르기나 장염, 천식 등에 걸린다. 이번 연구에서 모유 수유 아기들에게서 가장 자주 발현하는 것으로 분석된 유전자는 산소 결핍에 대한 세포의 반응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소 결핍은 신생아에게 치명적인 ‘괴사성 소장결장염’을 일으키는데 미국에서만 해마다 2500여명의 환자가 발생해 26%가 사망한다. 연구팀의 논문은 미국생리학회가 발간하는 <위장-간장 생리학> 6월호에 게재됐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