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과 난청의 주범은
음량 높인 이어폰 청력 저하
소음·스트레스·과로도 원인
귀걸이형이나 헤드폰 쓰고
최대 볼륨 50~60%선으로
요즘 방영 중인 드라마 <드림하이>에서 주인공 송삼동은 갑작스런 사고 이후 난청과 이명에 시달린다. 외부로부터 청각 자극이 없는데 ‘위~잉’ 소리를 듣고, 난청 증상으로 고통을 겪는다. 원인은 다르지만, 최근 난청과 이명을 호소하는 이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 도시화로 무분별한 소음에 노출되는데다, 스마트폰과 MP3 등이 필수품이 되어 이어폰과 헤드폰을 끼는 습관이 생활화되면서부터다. 박문서 강동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2007년부터 2009년까지 내원한 이명 환자 중에 19~40살의 젊은 환자가 19%에 달했다”며 “원인은 소음 노출이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에 따르면 2002년 미국 어린이 100명 중 12명이 소음성 난청에 시달리고 있다는 보고가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전세계 1억2000만명의 인구가 소음으로 인한 질환으로 신음하고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85dB(데시벨) 이상의 환경에 지속적으로 장기간 노출되면 소음에 의해 내이나 청각신경에 손상이 생기는 소음성 난청 위험이 증가한다.
이어폰과 헤드폰이 난청과 이명의 원인이 되는 이유는 뭘까. 적정 소음의 허용 한계는 대개 85~90dB인데 반해 MP3이나 휴대전화 이어폰의 최대 볼륨 소음은 100dB를 훌쩍 넘는다는 데 있다. 특히 이어폰은 소리에너지의 유출이 거의 없이 외이도를 통해 달팽이관으로 소리를 전달하므로 충격이 더 크다. 시끄러운 음악이나 외국어를 이어폰으로 하루 3시간 이상 들으면 귀는 120dB 이상의 소음을 듣는 것으로 봐야 한다. 이론적으로 90dB 이상의 소음에 하루 8시간 이상, 105dB 이상의 소음에 하루 1시간 이상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소음성 난청이 발생한다. 김영수 서울대의대 보라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이어폰으로 큰 소리를 듣게 되면 소음성 난청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며 “음악은 비교적 넓은 공간에서 스피커를 통해 적당한 크기로 듣는 것이 권장되며, 이어폰 음량도 최대 볼륨의 50~60% 선으로 낮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난청이나 이명의 원인은 유전, 노화, 스트레스, 과로, 소음 등이다. 소음성 난청이 심하지 않은 경우 자연 회복되거나 약물치료 후 회복할 수 있지만, 소음성 난청으로 손실된 청각은 회복이 힘들다.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소음에 의한 난청이 의심되면 신속히 전문의에게 치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특별한 원인 없이 청력이 저하되는 돌발성 난청은 대부분 2~4주 이내 청력이 회복되거나 회복될 가능성이 30~40% 정도이므로 빠른 진단과 치료가 필수적이다.
평소 소음에 자주 노출되는 환경에 있거나, 이어폰과 헤드폰을 생활화한다면 소음성 난청 요주의 대상이다. 텔레비전을 앞에서 봐야 소리가 잘 들리는 경우, 볼륨 크기 문제로 가족과 다투는 경우, 대화 중에 자꾸 되묻거나 주변에서 부르는 소리를 못 듣는 경우, 자기도 모르게 한쪽 귀로만 통화하는 경우, 자기도 모르게 크게 말하는 경우 이에 해당한다. 처음에는 높은 음부터 잘 들리지 않다가 상태가 악화하면서 대화소리(50~70dB)조차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게 되는데 자각증상이 있다면 난청이나 청력 저하 상태가 심각하다고 봐야 한다.
난청과 이명은 집중력을 떨어뜨려 업무수행 능력을 저하시킬 뿐 아니라 어지러움, 전신피로, 수면장애, 불안감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난청과 이명, 청력 저하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장기간 큰 소음에 노출되지 않는 것이 우선이다. 근무지가 도로(80dB), 오토바이나 폭죽(120~140dB)·비행기(140dB) 주변, 나이트클럽이나 노래방(100dB)처럼 소음이 심한 곳이라면 귀마개를 착용하도록 한다. 이어폰을 사용할 때는 귓속형보다는 가급적 귀걸이형이나 헤드폰을 사용한다. 또 일부 항생제, 해열진통제 등이 난청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약을 투여받을 때에는 반드시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이어폰을 사용할 때는 40분 사용 뒤 5~10분 정도 휴식 시간을 갖는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김영호 서울의대 보라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박문서 강동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변재석 마포소리청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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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력 손상 예방법
귀·어깨·뒷목 마사지 해주세요
주변의 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건 외부와의 단절을 의미한다. 미국의 사회사업가 헬렌 켈러도 ‘듣지 못하는 것’이 더 큰 고통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청력은 한번 손상되면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 실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청력 손상 예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예부터 정월대보름에는 호두, 밤, 잣, 땅콩 같은 견과류를 ‘귀밝이 음식’으로 먹었다. 여기에는 조상들의 지혜가 녹아 있는데, 이들 견과류에는 청신경 활동을 돕고 노화 방지에도 유용한 아연 성품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 이밖에 청력에 좋은 음식은 비타민E, 셀레늄, 마그네슘 등이 풍부한 생선, 시금치, 바나나, 멸치, 새우 등이 있다.
귀·어깨·뒷목 마사지를 수시로 해주자. <동의보감>에는 귓바퀴를 골고루 빠짐없이 지압해 주면 귀가 밝아진다고 했다. 특히 귀 뒤쪽 아래에 있는 ‘예풍혈’을 지압해주면 효과가 뛰어나다. 어깨와 목 마사지도 빼먹지 말자. 몸통과 머리를 이어주는 곳으로 이 부분이 굳으면 혈액순환에 장애가 생겨 난청과 이명 증상이 더 심해지는 원인이 된다. 뻐근할 때마다 수시로 풀어줘야 한다. 한의학에서는 신장이 나쁘면 귀도 나빠진다고 보고 있다. 신장이 위치한 허리 마사지를 하면 신장이 튼튼해질 뿐 아니라 요통과 청력 손상도 예방할 수 있다.
청력 손상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과도한 소음 접촉을 피하고, 수시로 귀를 쉬게 해주는 것이다. 변재석 마포소리청한의원 원장은 “과음과 과로를 피하고, 휴식과 수면시간을 충분히 확보해 면역력을 높여주면 좋다”고 말했다. <동의보감>에서는 “‘상기’가 부족하면 귀가 울고 수해(뇌와 골수)가 부족하면 어지러우면서 귀가 운다”고 적혀 있다. 선천적으로 기운이 약하게 태어난 사람, 후천적으로 과로와 스트레스, 영양부족 등으로 장부가 약해서 기운이 약한 사람들은 이명에 걸릴 확률이 높은 셈이다. 이런 이들은 반신욕과 족탕으로 혈액순환을 돕고 몸의 긴장과 스트레스를 풀어주면 도움이 된다. 몸 전체의 컨디션 조절이 중요하므로 과로와 과음을 피하는 것이 좋다. 고른 영양 섭취와 싱겁게 먹기, 걷기나 등산 등 가벼운 운동을 생활화하자.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