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부쩍 이런 생각을 하곤 했다. 아이는 몸과 마음이 쑥쑥 크고 있는데, 나는 아이가 크는 걸 못 따라가고 있구나, 라고. 유아기에는 먹이고 놀아주는 것을 시기에 맞추어 부단히 해왔고, 아이도 잘 따라주어 육아의 재미가 쏠쏠했었다. 그런데 언젠부턴가는 밥 해먹이고 간식 주는 것도 버겁고, 놀아주는 건 일찌감치 나몰라라 하고 있었다. 이런 내 변화를 인식하면서 아이한테 좀 미안함이 있었다. <아이와 함께 자라는 부모>를 읽으며 현재의 육아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우선 나는,

 

 

1. 아이들을 잘 조절된 상태, 문제없는 상태를 만들려고 애썼다. (육아는 잘 조절된 상태, 문제없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 아닙니다. p.25; 조절하는 능력을 만들어 주는 과정이 육아입니다. p. 109)

어릴때는 생각하는 것도 눈에 보이고, 말하는 내용의 깊이도 헤아려지고, 행동도 통제가 되었는데, 5섯 살이 되니 이미 내가 예측할 수 없는 진정한 인간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 사정을 생각지 않고 어릴 때 만들어 놓은 그 좁은 틀 안에 여전히 아이를 가두어 두려고 했구나, 싶었다. 아이는 크는데 엄마는 크지 못하고 있었다. 잘 조절되지 않아도, 문제가 계속 발생해도 되는구나, 이제 좀 천천히 해도 되는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2. 지적질이 늘어가고 있었다. ('그냥 두고 넘어가기‘를 익혀야 해요. p. 33)

어떤 주에는 이를 가는 행동을, 또 어떤 주에는 꼬집는 행동을 집중적으로 했던 때가 있었다. ‘무시하기’ 방법을 알고 있어서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할 때 무시하기 방법을 사용했다. 그랬던 때가 있었지만 어느덧 나는 아이의 모든 ‘그닥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할 정도가 아닌 행동’까지도 일일이 지적하는 엄마가 되어 있었다. 책을 읽고는 ‘그냥 두고 넘어가기’를 해보았다. 일단 내가 쉽게 되지가 않았다. 금방 ‘넘어가기’를 했는데 또 금방 지적질을 하는 등의 일관성이 없었다. 이제 아이에 대한 지적질부터 없애야 했다. 웬만한 경우는 다 넘어가려고 애썼다.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으며 좀 편해졌다. 아이도 편해졌는지 동생과도 훨씬 더 잘 논다.

 

 

3. 아이를 성숙시키는 데 관심이 없었다. (나쁜 습관을 없애는 데 집중하지 말고 아이를 성숙시키는 데 집중하세요. p. 49)

솔직히 아이가 잘 크게 도와주는 게 엄마 역할이고, 좀더 크면 이 육아가 좀더 편해지겠지..하며 어서 애들 클 날만 기다려왔다. 한번도 ‘성숙’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크는 것과 성숙해지는 것. 얼핏 비슷한 이야기겠지만 성숙이란 단어가 주는 의미는 더 깊고 더 많은 색깔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나는 그저 잘 놀고 화목한 가정에서 크다보면 저절로 인성이 좋은 아이가 되겠지,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아이들에게 배려하고 격려하고 인정하고 기다려주지 않으며 지내고 있었다. 몸에 배어있지 않기 때문에 나는 배려, 격려, 인정, 인내를 실천해서 습관이 되면 좋겠다.

 

 

4. 갈등 상황일 때 먼저 흥분해서 아이의 감정을 받아주지 않고 막아버렸다. (갈등이 생겼을 때 유연하게 넘어가는 것... 중요합니다. p. 38)

나와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내가 꼭 이겨내야 하는 것. 갈등이 생길 때 나쁜 말 하는 것은 이제 겨우 참을 수 있는데, 화로 꽉찬 마음은 아이의 감정을 받아줄 여유가 없다. 오히려 엄마를 화나게 만든 아이의 잘못을 고쳐야한다는 생각으로 더 공격적이 되고 만다. 그런데, 유연하게 넘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신다. 그런 것 같다. 갈등을 유연하게 넘기면 바로 다음 대화도 부드럽고 아이들도 갈등을 잘 넘길 것 같다.

 

 

이 책은 커피를 마시며 편안하게 읽다보면 고개를 끄덕이며 술술 읽히지만, 집중을 해서 읽으면 한 구절 한 구절이 마음을 콕콕 찔러서 읽기가 무척 괴롭다. 대신 구절마다 심장에 박히며 눈 앞에 보이는 아이들이 달리 보인다. 한 번에 읽어서도 한 번만 읽어서도 안된다. 옆에 놓고 틈틈이 조금씩 외우듯 읽어야 한다. 혹시 자주 읽지 못해도 괜찮다. 완벽할 수는 없으니까 (p. 31). 완벽할 필요도 없으니까. 앞으로 큰 틀에서 분노를 조절하고 진지하게 타협하는 기술(p. 122)에 대해 더 생각해보고 싶다.

 

 

덧글. 비슷한 두 단어를 비교해 주신 게 도움이 됩니다.

ㄱ. 엄함과 엄격함 (p. 115)

엄한 것은 타인에게 향하는 태도. 엄격한 것은 자기를 향하는 태도.

ㄴ. 죄책감과 수치심 (p. 140)

죄책감은 자기가 한 행동에 대해 느끼는 것. 수치심은 자기 존재 전체에 대해 느끼는 것.

ㄷ. 화내기와 교육 (p. 228)

무엇을 이용해 어떻게 가르칠지 미리 준비하고 계획하여 아이의 입장에서 하는 것은 교육. 그렇지 않다면 화내기.

>> 우리는 이 두 단어들 중 어느 쪽을 더 자주 하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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