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은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기념하고 있는지, 미국생활 2년차인 올해는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 학교 과제들에서, 또 주변의 이야기들에서 알 수 있었던 것들을 한국의 부모님들과 함께 나누어보려고 합니다.

 

#첫번째- 크리스마스의 의미 되새기기

작은 아이의 사립유치원에서 12월 과제가 왔습니다. 크리스마스가 우리 가족에게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가족들과 함께 그것을 diorama로 만들어오라는 것.

diorama가 무엇인지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어떤 한 장면을 실제 보는 것과 같이 입체적으로 구성하는 것이었습니다. 크기는 신발 상자를 넘지 않는 사이즈로 제한하고 있었습니다.

미루고 미루다 과제 제출 하루 전에 모아두었던 신발 상자 중에서 다른 포장지를 덧댈 필요도 없이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초록색을 골랐습니다. “어떻게 만들지?”아이들에게 물어보고 있는데, 큰 아이가 엄마 이거 하면 되겠다!”하며 정기 구독하는 어린이 잡지에 실린 이달의 만들기 페이지를 가지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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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 잡지 책에 실린 만들기>

~! 그래 이거 만들면 되겠다! 잘 찾았구나!!” 그런데 사실 만들기에 취미가 없는 저는 저걸 언제 다 만들지?’ 초조해집니다. 시계를 보니 벌써 저녁 9시가 되어갔거든요. 주변을 휙 둘러보았습니다. 제 눈에 들어온 것은 다름아닌 아기 예수님과 마리아와 요셉 미니 장식품이었지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저거 붙이면 되겠다! 그렇지 얘들아~” 아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엄마가 시킨 대로 합니다. 박스에 스티커 별들을 붙이고, 큰 아이는 천사와 양을, 작은 아이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엄마인 저는 티슈박스로 마구간을. 드디어 30분만에 완성!! 흐뭇해 하면서 다음날 과제를 무사히 제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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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성 작품>

며칠 후 유치원 창문 난간에 아이들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우리 아이 것 어디에 있나?’하고 둘러보는데….다른 아이들의 작품들을 보면서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사실 과제에서도 언급했듯이 크리스마스가 우리 가족에게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이 부분이 우리 아이 작품에는 들어가 있지 않았고, 아이의 손길이 느껴지지 않는 너무나도 예쁜 엄마작품이었거든요.

찬찬히 둘러보니 미국 가족들이 느끼는 크리스마스란,

가족들이 모두 옹기종기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아기 예수님의 생일을 축하하는 시간

산타를 기다리며 맛있는 식사를 하는 시간

크리스마스 트리를 함께 꾸미는 시간

서로 안아주는 시간

기도하는 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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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족들이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 아이의 손길이 느껴지는 작품>

그날 오후 아이들을 데리고 오면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얘들아~ ‘크리스마스하면 어떤 게 생각나?” 그러자 아이들이 조잘조잘 이야기를 합니다. “난로 앞에서 엄마 아빠는 산타모자 쓰고 우리는 루돌프 모자 쓰고 맛있는 거 먹었잖아!” “아침에 일어났는데, 산타가 트리 밑에 선물을 두고 갔지?” “크리스마스 캐롤도 듣고, 같이 종으로 연주 한 것도 좋았어!” “불 다 끄고 트리 불 켰던거?” 아이들의 기억 속에 크리스마스가 그렇게 기억되고 있었습니다.

 

#두번째- 우리 가족만의 전통 만들기

큰 아이의 학교에서도 과제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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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dition? 전통? 내가 좋아하는 전통? 뭘 써야 하는 것인지 잘 감이 오지 않아, 어릴 적 미국에 와서 살고 있는 사촌 동생에게 SOS를 요청했습니다. 그러자 사촌동생이 하는 말이 미국사람들은 크리스마스를 맞이해서 그 가족만이 정한 어떤 것들을 하면서 크리스마스를 기념한다고 합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요. 어떤 집은 멀리 있는 가족들이 모두 모여 저녁식사를 함께 한다든지, 어떤 가족들은 작은 선물들을 교환하고, 어떤 가족들은 봉사활동을 가고, 어떤 가족들은 집이 없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음식을 전달하거나, 서로의 기도제목을 나누는 등의 가족들이 함께 만들어서 실천하는 전통들이 특히 크리스마스에는 있다고들 하네요. ‘전통의 의미가 그런 것들이라는 것이 참 새롭기도 하면서 부러웠습니다. 사실 이제껏 제가 해왔던 크리스마스라면 결혼 전엔 애인과 서로 선물사주고 근사한 식사를 하는 것이 최고의 기념이었고, 결혼을 한 후에는 아이들 선물을 어떤 것을 사서 어디에 숨겨놓고 깜짝 파티를 해줄 것인가에 집중되었던 게 사실이거든요. 크리스마스에 할 수 있는 우리 가족만의 전통정말 만들어보고 싶어졌습니다.

 

 

#세번째- 산타 만나러 가기

12월이 되면서 아이들은 산타가 어떤 선물을 주실까?”, “선물을 안 주시면 어떡하지?” 제게 계속 물어봅니다. 저는 이때다 싶어 엄마 아빠 말도 잘 듣고, 밥도 잘 먹고, 떼도 안 부리고, 울지도 않아야 선물을 받지?”하며 협상 아닌 협상을 합니다. 또 토토로네 아빠는 산타한테 받고 싶은 선물 편지 써서 양말에 넣어 두면 산타 할아버지가 가지고 가신대!” 그러자 아이들은 고심 끝에 정성스럽게 편지를 써서 양말에 넣어두었습니다. 그날 저녁 토토로네 부부는 바로 꺼내서 확인한 후 서랍 깊숙이 숨겨 두었답니다.

그런데 큰 아이의 귀가 시간에 만난 미국 엄마가 제게 산타 만나러 갔냐고 묻네요. ‘? 산타를 만날 수 있나? 어디서?’ 의아해하며 집으로 돌아와 미국에 오랜 산 한국인 엄마에게 물어보았더니, 미국에서는 크리스마스 전에 쇼핑센터나 백화점 또는 곳곳에 산타 분장을 한 산타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고 하네요. 그럼 아이들이 직접 가서 사진도 찍고 이야기도 하면서 받고 싶은 선물을 말하면, 산타는 부모에게 그 선물을 알려준다는 거에요. 그 이후로 주말에 들른 쇼핑센터에 가니 정말 산타 마을이 꾸며져 있었고, 진짜 동화 속 산타와 똑같이 생긴 산타 할아버지가 앉아 계시더라구요. 토토로네 아빠는 미국 할아버지들은 나중에 산타 아르바이트 해도 되겠어!!” 제 귀에 대고 소곤거립니다. 그러고 보니 정말 감쪽같은 산타 분장이네요! 아니 분장할 것도 없이 흰 수염, 눌러쓴 작은 안경, 볼록 나온 배 똑같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와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빨간 원피스와 턱시도로 멋지게 꾸미고 온 아이들도 보이네요. 줄을 서서 기다린 후 우리 딸들은 난생처음 진짜(!?)산타 할아버지 무릎에 앉아보았고, 받고 싶은 선물도 이야기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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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http://iyamvixenbooks.blogspot.com/2011_12_01_archive.html>

산타를 믿는 아이들의 환상과 꿈. 아직까지는 지켜주고 싶은 게 부모마음인데요, 미국은 확실하게 지켜주고 있었습니다^^

단순히 산타한테 선물받는 날? 정도로 끝나고 말았을 크리스마스가 새롭게 느껴지는 올해입니다.

모두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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