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때 부터 부모님에게 편지쓰는일이 세상에서 제일 쑥쓰러운 일이 되었어요.

왠지 스멀스멀, 간질간질.. 손발이 오그라드는것 같고,

그닥 사랑한다, 감사하다 할일도 없는것 같고..

 

아빠의 존재는 엄마가 돌아가시고 난 다음 우리들에게 다가왔죠.

대화한번 제대로 나눠본적도 없고 눈한번 마주치고 웃어본 적도 없는것 같아요.

아버지는 늘 집에서 말이 없는 존재.. 밖에서 돈을 벌어오는 존재로만 생각했던건 아닌지.

 

제가 스물 세살때, 엄마가 감기 바이러스로 인해 갑자기 돌아가시고나서

아빠와 함께 생활을 하니 참 어색했었어요.

서로 위로를 해주지도 못했고 그냥 그렇게 가슴에 묻고 살아온 것 같습니다.

 

사실 아빠는 참 마음이 약한 사람이였어요.

엄마가 돌아가시고 한동안 방황하시고 차의 엄마자리에 엄마의 사진을 걸어놓고 다니셨죠.

자식들이랑 소통도 잘 안되고 참 많이 외로우셨을것 같아요.

하지만 그때는 우리 모두 각자 외로워하며 살지는 않았나 싶어요.

 

아빠한테 편지를 써야 한다니... 생각만 해도 손발이 오그라들어 하며~ 첨엔 포기했다가

곰곰히 아빠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어렸을때 표현을 거의 하지 않는 아빠가 참 어색하기도 했는데..

생각해 보니 내 가슴이 참 따뜻했었던 순간도 있더라구요.

 

새벽마다 노동일을 나가시던 아버지가

어느날 저녁 들어와 <오는길에 길에서 금붕어를 팔았는데 주머니에 돈이 하나도 없어서

못사왔다고 아쉬워 했습니다. 500원인가 했는데 사왔으면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했을지

생각하면 아쉬워 죽겠다>고 말이죠..

 

자식들 먹여살리던 것이 제일 큰 일이었기에

조금이라도 아끼려고

자신은 정작 주머니에 돈한푼 가지고 다니지 않았던 아버지..

저녁내내 아쉬워 하면서 말씀하셨죠.

<다음에 또 그런 기회가 있을지 모르니 이제부터는 돈 천원이라도 가지고 다녀야겠다..>라구요.

 

초등학교 4학년때인가로 기억하는데

그 밥상에서의 대화가 이상하게도 생생하게 기억이 나네요.

 

우리 아빠는 돈을 안가지고 다니는 사람이구나!

우리를 위해 금붕어를 사오고 싶어했구나!

우리를 생각하는 아빠긴 하구나! 

하는 뭔가 대단한 발견이라도 한 것처럼 충격적인 일이었을까요?

 

이젠 저도 아빠를 아버지라 부르는게 더 잘어울리는 나이가 되었어요.

 

다섯살, 세살 남매를 키우면서 내가 좋은 부모가 되려면

내 부모와의 관계를 잘 정립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에서 그렇게 하라고 하더라구요) 

 

서운했던것, 좋았던것을 돌이켜 보는것은 그 첫번째 발걸음 입니다.

 

저는 아버지가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인게 인정도 잘 안되고, 부끄럽기도 하고,

어디 가서 우리 아버지 직업이 뭐냐고 물어보면 참 난처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제가 나쁜짓 안하고 바르게 큰 힘은 바로 아버지의 숭고한 땀으로 번 돈으로 자랐기 때문이에요. 저의 현실을 인정하고 마주하게 된 지금은 참 평화로운 마음입니다.

 

제가 우리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가장 큰 것은  

자라면서 반칙배우고, 과정이야 어떻든 결과가 중요하다고 가르치는 세상이 아니라

착하고 바른사람,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인정받는 그런 세상을 만들어 주고 싶어요.

 

아이는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고 하죠.

앞에선 이렇게 이야기 해놓고 뒤에선 다르게 행동하지는 않은지

늘 조심하며 경계하며 살아가려고 합니다.

 

아빠! 쑥쓰럽지만 이제부터라도 우리 조금씩 다정다감한 부녀가 되어 봐요^^

해와달 남매 데리고 강서방이랑 나들이도 한번 계획해 봐야 겠네요~

 

아빠에게 처음 쓰는 편지~ 그럼 이만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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