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1.JPG » 설을 앞두고 가족을 다룬 독립영화가 찾아왔다. 한 가족이 만난 불행을 현실적으로 그려낸 <만찬>. 인디스토리 제공.

[문화‘랑’] 영화
설을 앞두고 ‘가족’ 이야기를 다룬 신작 독립영화 두 편이 관객들을 찾아왔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이었던 <만찬>과 감독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마이 플레이스>다. “아무리 애를 쓰거나 어디를 방랑하든, 우리의 피로한 희망은 평온을 찾아 가정으로 되돌아온다”고 했던 아일랜드 소설가 올리버 골드스미스의 말처럼 두 영화는 서로 다른 영화적 문법으로 현대를 살아가는 가족의 이야기를 담아내면서도 결국 변하지 않을 가족간의 신뢰와 사랑,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한 ‘희망’을 이야기한다.

삶의 무게에 휘청이는 가족의 자화상

가족을 다룬 영화에서 식구들이 모여앉아 ‘밥 먹는 장면’은 흔하디흔한 장면이다. 하지만 제목마저 <만찬>인 이 영화에서는 “밥은 먹었냐”, “밥 먹어라”는 대사만 등장할 뿐, 실제로 가족이 다 같이 밥을 먹는 장면은 딱 한번밖에 등장하지 않는다. 돼지고기를 넣어 끓인 김치찌개를 먹으며 반주로 소주 한 잔을 곁들이는 이 소박한 식사 장면은 그래서 더욱 특별하다.

<만찬>에 등장하는 가족들은 각자가 처한 현실의 무게가 버겁다. 장남 인철(정의갑)은 성실하게 일했음에도 하루아침에 직장에서 정리해고를 당한다. 둘째인 딸 경진(이은주)은 이혼을 해 혼자 아이를 키우며 산다. 막내 인호(전광진)는 멀쩡히 대학을 나왔음에도 취업이 안 돼 대리운전 등 각종 알바를 하며 여자와 동거중이다. 이들의 부모 역시 자식들에게 기대 생활비를 받는 형편이다. 실업, 이혼, 취업난, 노인문제 등 영화 속 가족이 처한 상황은 내 가족, 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편적 문제들이어서 보는 내내 공감지수가 높을 수밖에 없다.

 가족은 이 모든 문제들을 끌어안고도 서로를 추스리며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하지만 불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죽음과 돌이킬 수 없는 범죄로까지 이어지며 가족들의 숨통을 죄어온다.

 감독은 연쇄적 불행을 한 발짝 한 발짝 아주 천천히 그려내며, 가족들이 불행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담담히 보여준다. 거듭된 불행 속에서도 가족은 열심히 일상을 살아간다.

 가족이 원한 ‘만찬’은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린 잔치상도, 산해진미도 아니다. 그저 가족들이 함께 먹는 소박한 밥상일 뿐이다. 그것을 지켜내기도 버거운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가족은 또다시 일상을 살며, 서로에 대한 사랑과 희망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 모든 가족들이 그러하듯. 현재 상영중. 

부산국제영화제 ‘만찬’ 
실업·이혼·취업난·노인문제… 
연쇄적 불행과 맞서는 일상 

자전적 다큐 ‘마이 플레이스’ 
부모의 역이민과 싱글맘 
서로를 지지해주는 사랑 


평범한 가족의 특별한 선택

<마이 플레이스>는 한 가족의 ‘특별한 선택’을 밝고 따뜻하게 그려낸 박문칠 감독의 자전적 다큐다.

영화 속 가족들은 각자 평범한 사람들이 하기 힘든 독특한 선택을 한다. 부모님은 젊은 시절 캐나다로 건너가 일궈낸 성공을 모두 포기하고 한국으로 ‘역이민’을 왔다. 아빠는 1980년대 캐나다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성공해 안정된 가정을 꾸렸지만, 한국에서 민주화 운동을 하는 가족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엄마의 ‘선택’에 한국으로 돌아온다.

부모의 역이민 결정으로 한국에 돌아와 방황했던 박 감독의 여동생은 캐나다로 떠났다가 임신을 했고, 싱글맘의 길을 선택했다. 그는 “왜 결혼을 해야 아이를 낳을 수 있느냐”며 ‘정상적인 가족’에 대한 사회적 강요를 거부한다. 박 감독 역시 유명 대학을 나와 인기 좋은 직장을 다니다 어느날 ‘재미있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직장을 때려치우고 영화판에 뛰어들었다.

가족들은 걱정하고 때로는 갈등하면서도 서로의 선택을 지지해준다. 엄마는 딸의 출산 결심에 “혼자 못 키우면 내가 키워주면 된다”고 한다. 아빠도 “벼락을 맞은 느낌”이고 “엄청난 사고”라며 못마땅해하지만, 딸을 병원에 끌고가는 따위의 행동은 하지 않는다. 부모는 자신들의 역이민 결정 때문에 딸이 방황하고 상처 입었듯, 손자가 사회적 편견에 상처 입지 않기만을 바란다. 새로운 가족 ‘소울’이가 태어나고, 양육을 위해 온 집안 식구들이 협력을 하면서 가족은 서로에게 받았던 상처를 극복하고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처음엔 이 가족들의 선택이 다소 특별해 보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실제로 그 외피만 다를 뿐 누구나 삶을 살아가며 맞닥뜨리는 ‘선택지’는 비슷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안락한 삶’이냐 ‘가족과 함께하는 삶’이냐, ‘나의 가치관’이냐 ‘사회적 시선’이냐. 때로 ‘내 자리를 찾기 위한 선택’ 때문에 다른 가족이 상처를 받는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선택의 국면에서 갈등을 겪는 가족이라면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눠볼 만한 영화다. 30일 개봉.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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