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식사 전 아이들에게 딸기를 씻어 주려고 바가지에 딸기 한 팩을 부었다.
물을 붓고 평소 하던대로 식초를 넣으려고 양념통에서 식초를 꺼내 들입다 부었다.
어머! 이런...... 이게 뭐야?
기름이 물 위에 둥둥둥.
내가 부은 것은 식초가 아니라 식용유였던 것이다.
이를 어째, 바가지에 있던 딸기와 물을 체에 부었다.
손으로 만져봐도 기름 범벅임을 알 수 있는 딸기를 흐르는 물에 몇 번 씻었다.
순간, 내 자신이 너무 웃겼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을 하다니.
예전에 이럴 뻔 한 일은 있었지만 정작 일을 저지르고야 만 것이다.
너무 웃겨서 첫째아이 반 엄마들 밴드에 글을 올렸다.
딸기 씻는다고 식초를 넣는다는게 식용유를 들입다 부었다고.
엄마들의 반응은 역시 뜨악이었다.
먹을 수 있는 상태인지, 샐러드로 변신은 어떤지,
피곤하셨나부다, 기름 유출 되었군요 등등.
딸기는 키친타올로 하나하나 닦고 뜨거운 물에 헹궈냈다.
셀러드라? 피곤해서 뭘 더 첨가해서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씻은 딸기를 내가 먼저 맛보고
'음. 이 정도면 뭐 먹을만 하네.' 싶어서 애들에게 주었다.
첫째에게 말했다.
내일 학교 가서 친구들이 "네 엄마 딸기 씻는데 식용유 부었다며?"라고 그러면
"맞아."그러라고.
아침에 아이 학교 앞에서 작년 같은 반 아이 엄마들을 만났다.
그 중에 한 엄마가 "선물 줄 게 있어." 그러시는거다.
어제 밴드에 초대해줘서 고맙다는 뜻으로 내게 건네신 이것은......
식용유였다.
모였던 분들이 한바탕 웃고 한마디씩 해주셨다.
어제 나의 황당한 일을 밴드에 올리면서 최근에 폰을 바꾸신 아이친구 엄마가 떠올랐고
그 분을 밴도로 초대했었는데 이렇게 뜻밖의 선물까지 받게 될 줄이야.
아침부터 흐린 날이라 주욱주욱 쳐질 수도 있는 날인데
이렇게 알뜰 선물을 받고나니 하루 종일 내 입가에서 미소가 멈추지를 않는다.
황당한 실수를 통해 사람들과 웃고 또 이렇게 선물도 받고.
집에 도착해서 선물 사진을 찍어 밴드에 올렸다.
이런게 사람 사는건가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