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을 돌린다

                                                  박노해

 

누구든지 가난한 사람을 외면하면

하늘도 그에게서 얼굴을 돌리리라

 

누구든지 힘없는 사람을 무시하면

하늘도 그에게서 눈길을 거두리라

 

누구든지 불의한 세력에 침묵하면

하늘도 그에게서 두 귀를 닫으리라

 

세상에서 받을 칭찬과 보상을 다 받은 자에게

하늘은 그를 위해 남겨둔 것이 아무것도 없으리라

 

조너선 코졸의 '희망의 불꽃' 마지막 장을 덮으며 생각난 시다. 그리고 이 시와 동시에 교직생활을 하던 네 해 동안 만난 몇몇 아이들 얼굴이 떠올랐다(지금은 육아휴직중이다). 태어나자마자 부모에게 버림받고 보육원에서 지내온 아이, 멀쩡하게 부모가 살아있으나 아이를 방치하다시피 하여 겨우 15살인데 벌써 소년원에 보내졌다는 아이, 지적 장애라 하기 애매한 정도지만 제대로 돌봐줄 보호자가 없어 결국엔 장애인 보육 시설로 보내졌다는 아이. 생각만 해도 가슴 한 구석이 꽉 막히고 미안해하는 것조차 미안한 아이들. 이 아이들을 생각할 때면 박노해의 이 시가 떠오르면서 죄책감에 사로잡히고는 했다.

 이번에 '희망의 불꽃'에서 가슴아픈 비극을 맞은 아이들 이야기를 읽으며 또 다시 내가 얼굴을 돌린(그땐 내가 할 수 있는게 없어 무력하다 느끼며 '돌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 아이들이 생각났다. 겨우 한 해 아이들과 같이 지내는 동안 내가 어떻게 이 아이의 삶을 '책임'지고 바꿀 수 있겠나? 더 안아주고 더 자주 얼굴 보고 몇 푼 안되는 후원금을 내는 것만으로는 아이의 삶을 어떻게 바꿀 수가 없었다. 무력감에 울기도 참 많이 울었다.

 그런데 공교육 교사인 조너선 코졸은 그의 말대로 이길 가능성이 있는 조그만 싸움부터 시작해 참으로 오랫동안 이 아이들을 지켜보고 돌본다. 이 책의 원제처럼  잿더미(ashes) 속 불씨(fire)를 살리는 방법으로 '교육'을 택한 그는 무려 이십년이 넘는 긴 세월동안 말그대로 모든 아이의 대부가 되어 끈질기게 따뜻한 눈으로 아이들을 좇는다. 밖으로는 냉철하고 비판적인 시선으로 '얼굴을 돌린 자'들을 끊임없이 각성시키고, 안으로는 힘든 삶을 사는 아이들에게 아낌없이 품을 내어준 그의 노력 끝에 파인애플, 제러미, 앤절로, 벤저민과 같은 아이들은 제 발로 우뚝 서 사회로 나왔다.

 아이들을 향한 그의 사랑과 관심도 놀랍지만 무엇보다 아이들이 자라 성인이 되는 긴 시간동안 아이들과 계속해서 관계를 이어나간 점,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세세하게 기록하여 아이들에게 또 독자에게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귀한 '이야기'를 남겨 준 것이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이라 하기도, 또 사실을 전달하는 다큐라 하기도 애매한 이 가슴 따뜻하면서도 읽는 사람을 끊임없이 깨어나게 하는 이 귀한 '이야기'들이야 말로 '희망의 불꽃'이다.

 작가가 제일 마지막으로 벤저민 이야기와 함께 인용한 시편 90장 12절 구절은 내게 제대로 희망의 불꽃을 피워 올렸다.

'우리에게 날수를 제대로 헤아릴 줄 알게 하시고 우리의 마음이 지혜에 이르게 하소서.'

아이 키우며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는 동안 연락과 후원을 본의아니게 끊었던 우리 아이들에게 다시 한 번 부끄러운 손을 내밀 때다. 이제부터라도 '날수를 제대로 헤아'리며 하루 하루 '함께' 살아가야 할 때다. 당장은 어떻게 아이들 인생을 확 바꿀 수는 없지만, 그저 서로 손을 잡고 있는 것만으로도 아이들과 내 마음속 작은 불씨를 천천히 조금씩 키워나갈 수 있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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