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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쉬는 제철밥상

도시의 휴가철이 시골에는 손님맞이 철이다. 손님들은 한손에 고기, 다른 한손에 술을 들고 와서 마당에서 고기 구워 먹는 걸 좋아한다. 한번은 저녁에 동네 길을 산책하는데, 집집이 고기 굽는 내음이 진동하더라. 이렇게 고기를 많이 먹는 시대이니 복날만이라도 채식을 하자는 <한겨레> 기사가 마음에 와닿는다.

고기가 아닌 복 음식이라? 복 음식 하면 이열치열인 뜨거운 국물이 떠오르는데…. 자주 해 먹는 된장국 말고 뭐 다른 건 없을까? 궁리 끝에 새로운 메뉴를 실험해보기로 했다. ‘채소 곰국’이라 이름부터 지어놓고.

첫 실험으로 감자, 당근, 양배추에 토마토를 넣고 푹 고았다. 감자수프가 되다 만 그런 맛이다. 시골로 와서 이렇게 정체 모를 음식을 많이 했더랬지! 그러면서 재료 하나하나를 알아가고 손에 익혔는데. 그렇다 해도 국은 멸치국물에, 김치는 젓갈에. 채소만으로 맛을 낼 줄은 몰랐구나.

다음에는 감자를 빼고 끓여보기로 했다. 밭을 돌며 가지, 애호박, 양배추, 앉은뱅이강낭콩, 토마토를 거두었다. 채식 국물 맛은 다시마와 표고버섯으로 내는데 표고버섯을 빼려니 어렵다. 왜 표고버섯을? 표고버섯이 성장 과정이나 건조 과정에서 세슘을 잘 흡수하는 성질이 있어 방사능 검사에 걸리곤 한단다. 일일이 방사능 검사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주변 많은 이들이 표고버섯을 먹지 않기 시작했다. 특히 아이들이 있는 집, 아이를 낳고 싶은 젊은이들이. 표고버섯 대신 대추를 넣고 채소 곰국을 끓었지만 이것도 아니다. 밑국물 삼아 전골이건 샤브샤브건 끓이면 딱 좋겠다.

거듭 실패하니 막막하다. 채식을 하는 지인에게 전화를 했다. 복날 뭐 드시나요? 채식하는 이들은 복날을 안 따진단다. 굳이 찾아 먹는 사람은 콩국수를 따뜻하게 해 먹는단다. 이 대목에서 좀 실망이다. 복 음식이라고 뭔가 특별한 걸 찾았는데, 여름이면 늘 먹는 콩국수라니….

전화 통화를 듣던 아들이 콩국수 좋단다. 내가 또 뭔 정체 모를 음식을 만들지 겁났나! 까짓것 콩국수 해 먹자. 복 보양식이니 차게 먹는 건 안 좋겠지. 콩 1컵에 물을 3컵 넣고 팔팔 끓기 시작해 5분. 불을 끄고 뚜껑을 닫고 1시간 기다렸다. 아직 따뜻한 기운이 남아 있는 콩과 콩 국물에 깨소금을 넣고 간다. 처음에는 국물을 적게 잡고 짧게 갈고 잠시 쉬었다 다시 갈면서 국물을 보충하다가 마지막으로 소금을 넣어 간을 맞춘다.

여기에 국수를 말아 먹으니 우리 몸 온도와 비슷하다. 콩국을 먹으니 몸이 편안하다. 그 편안한 몸으로 생각하니, 복 음식은 더운 여름을 잘 이겨내라고 먹는 양기 보충 음식이다. 양기를 북돋는 데 가장 손쉬운 건 고기겠지만, 곡식도 좋다. 그래서 복날 콩국수나 팥죽을 먹는가. 돌고 돌았지만 답은 이렇게 가까운 데 있었다.

글·사진 장영란 무주 농부, <숨쉬는 양념 밥상> 저자 odong174@hanmial.net

(*한겨레 신문 2014년 7월 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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