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엄마 - 꽃들

자유글 조회수 4113 추천수 0 2014.09.14 14:14:45

Tulips.jpg

 

 

꽃들

                                                문태준

 

모스크바 거리에는 꽃집이 유난히 많았다

스물네 시간 꽃을 판다고 했다

꽃집마다 '꽃들'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있었다

나는 간단하고 순한 간판이 마음에 들었다

 

'꽃들'이라는 말의 둘레라면

세상의 어떤 꽃인들 피지 못하겠는가

그 말은 은하처럼 크고 찬찬한 말씨여서

'꽃들'이라는 이름의 꽃가게 속으로 들어섰을 때

야생의 언덕이 펼쳐지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나는 그 말의 보살핌을 보았다

내 어머니가 아궁이에 불을 지펴 방을 두루 덥히듯이

밥 먹어라, 부르는 목소리가

저녁연기 사이로 퍼져 나가듯이

그리하여 어린 꽃들이

밥상머리에 모두 둘러앉는 것을 보았다

 

 

'들'이라는 의존명사가 주는 따뜻함과 잔인함에 대해 다시 한 번 곱씹어 본다.

꽃들, 아이들, 우리들, 백성들... 모이면 '은하처럼 크고 찬찬'하며 순한 말들이 있는가 하면,

요즘 뉴스를 장식하는 '그들' 무리들은 모여서 더 잔인하고 비열하기도 하다. 추석이 되어 온 식구들이 다 모여 반가우면서도, 마음 한 구석엔 끝내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 마음 시릴 '부모들'이 생각나 미안하고 죄스럽다. 아이를 낳고 같이 살면서 달라진 고마운 마음가짐 가운데 하나가 남의 아이가 내 아이 같이 느껴지는 것이다.(내 아이를 남의 아이 보듯 좀 더 너그럽게 지켜보는 건 내공이 부족해 아직 욕심인 것 같고. ^^;) '꽃들'이라는 간단하고 순한 간판, 잊지 말고 가슴 속에 품어 우리 밥상머리에 모두 같이 둘러 앉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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