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꿀 권리

책읽는부모 조회수 5280 추천수 0 2015.02.28 22:02:05

자주 가는 도서관에 새 책이 가득 들어왔다.

어떤 책을 읽을까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아는 분들이 요즘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이 재미있다고 하여 설연휴 전부터 읽고 있다.

연휴가 끝나기 무섭게 나머지 안 읽은 책을 빌리려고 도서관엘 갔다.

우연히 아는 언니를 새 책이 꽂힌 책장 앞에서 만났다.

언니가 이 책 읽어보라며 간단한 설명과 함께 책장에서 좀 두꺼운 책 한권을 꺼내 건네주었다. 

'아, 다음에 읽어볼게요'라고 말할 수도 있었겠지만 한 권쯤이야라며 다른 책과 함께 빌려왔다.

집에 와서 먼저 펼쳐든 책은 내가 고른 책이었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면 대출기간 내에 읽어야한다는 심적 부담감이 생긴다.

다 읽지 못하고 반납하는 경우도 많지만.

대출기간은 2주, 언니가 건네준 책은 일주일이 지나도록 그냥 덮혀있었다.

하루는 속상해서 늦은 밤에 일기장을 펼쳤다.

속상한 맘을 일기장에 쓰면서 맘을 달래려고 이 책을 펼쳤다.

실은 대출기간이 끝나기 전에 어떤 내용인지는 봐야 언니에게 덜 미안할 것 같았다.

 

'1990년 1월, 혁명이 휩쓸고 지나간 황폐한 부쿠레슈티에 적십자 트럭들이 처음 도착했을 때, 사람들은 왜 구호물품 중에 책은 없느냐고 물었다. 정보에 목마른 루마니아인들에게 책은 음식이나 약품, 담요만큼 중요했다.' -<크로니클 오브 하이어에듀케이션 The Chronicle of Higher Education>, 37 (42): B2 (1991. 7. 3) -

  

절대절망의 순간에 책을 떠올리다.

 - 꿈꿀권리, 박영숙 지음, 펴낸 곳 알마 출판사 p. 171



새로 시작하는 장의 첫 장에 이런 식으로 다른 책 내용들이 조금씩 실려있어

책을 읽는 또 다른 재미를 주었다.

 

우리는 이렇게 공공성이라는 말의 뜻을 끊임없이 해석하고 사유하면서 좀 더 적극적으로 공공성을 '실천'할 길을 상상하고 실천해나가려고 한다. 일방적으로 돕고 돌보고 교정하려 들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차이와 다양성을 존중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려고 한다. '장애인 전용' 도서관을 만들기보다는 전국 어느 공공도서관이든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자고 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보이지 않는 문턱이 생기지 않도록 하고,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을 특별한 서비스 '대상'으로 삼기보다는 함께 흔들리며 살아가는 법을 배우려고 한다. p.169

 

넘치는 우정과 배려도 일방적인 돌봄이나 지원이 되면 자유롭고 행복한 관계를 이어가기 힘들다. 생존을 보장하는 사회안전망은 언제나 미룰 수 없는 국가의 중요한 책임이다. 한발 나아가, 있는 그대로 다양성과 차이를 존중하여 어울리는 일은 일상 속에서 함께 삶으로 살아내야 할 '문화'다. 그래서 우리는 꼭 필요한 때가 아니면 '소외'라는 말도 쓰지 않으려 한다. 장애인이든 소년소녀가장이든 이주민이든 지원하거나 보호하고 치료, 교정할 대상이 아니라, 있는 그래로 다양성을 존중하고 서로 배우고 북돋우며 함께 살아가자는 것이다. p.193

 

느티나무도서관 관장으로 도서관이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온몸으로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마을에서 도서관은 어떤 곳일까? 

시간 날 때마다 쉬어 갈 수 있는 곳,

사람들을 만나는 곳,

엄마인 내가 아이와 함께 맘편히 쉬어 갈 수 있는

마을의 독보적인 공공 장소가 도서관이다. 

집 가까이에 도서관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모른다. 

아이 엄마들과 이야기 나누다보면 집 근처에 도서관이 없어 불편해하는 분들이 많은데 

마을에 작은 도서관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작년에 처음으로 마을과 품앗이에 걸음을 들여놓은 초보로서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니란 걸 조금 알았다.

학교 밖 청소년과 미혼모, 장애인, 이주민, 다문화가족에게 다가가려는

느티나무도서관의 노력은 정말 대단해 보였다.

존경스럽다는 표현이 절로 나왔다.

한 두 번 하다가 안되면 포기할 수도 있지만

 

무모하다고 할 만한 시도들을 이어올 수 있었던 힘은 두 가지로 꼽을 수 있다. 첫째, '사립'도서관이라는 사실. 평가에서 놓여나기 힘든 공립도서관이라면 이렇게 비효율적이고 소모적으로 보이는 일을 지속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둘째, 협력의 힘이다. (...) 끊임없이 흔들리고 기우뚱거리면서도 지금까지 이어온 과정에서 센터는 든든한 파트너가 되어 주었다. p.183

 

라고 계속 이어갈 수 있는 두 가지 힘을 꼽았다.

 

처음 반 정도는 메모하지 않고 읽다가 이러면 안되겠다 싶어

펜과 노트를 펴서 마음에 드는 부분을 적으면서 읽었다.

읽다가 추천해준 언니에게 좋은 책 추천해줘서 고맙다고 문자를 보냈다.

언닌 벌써 이 도서관엘 몇 번 가보았다고 했다.

다음에 아이들과 함께 책 들고 직접 찾아가보고 싶다.

이렇게 글을 올린 이유?

그렇다.

감동받은 책을 소개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꿈꿀 권리' - 박영숙 지음

 

다음주부터 어린이책 모임에 나가기로 했다.

책을 통한 새로운 만남에 가슴이 설렌다.

그리고 책꽂이에 꽂혀있는 칼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어떻게 하면 제대로 다 읽을 수 있을까?

함께 읽기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뿐이라 망설이고 있다.

다시 책과 함께 봄을 맞이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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