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이가 유치원 다닐 때
친구 가족이 살고 있는 후쿠시마에 놀러 간 적이 있었어요.
고미타로의 <바다 건너 저 쪽>이란 그림책 표지처럼 찍어보자며
후쿠시마  앞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아이 모습을 향해
즐겁게 셔터를 눌러댔던 기억이 아직도 뚜렷하게 떠오르는데

몇 년 뒤 저 아름다운 바다가 지금은 전세계적으로
위험함의 대명사가 될 줄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요.
원전사고같은 일은 상상도 못할만큼,
맛나는 해산물과 과일을 실컷 먹으며 여행했던 곳인데..

3.11 대지진이 일어난 지 4년이 지난 일본은 오늘,
티비에선 하루종일 지진이 일어났던 당시와
지난 4년 동안의 변화에 대해 방송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가설주택에서 생활하는 분들의 고충과 원전, 방사능 오염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오고가네요. 4년동안 일어난 일들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자기가 선 자리에서 행동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신과 가족이 살아가는 일 외에
더 이상 무얼 신경써야 하냐는 듯, 정치 원전사고 방사능같은 문제와는 담쌓고 살아가는
사람도 많습니다. 너무 끔찍하고 큰 문제라서 속으로는 두려워도
입밖으로 꺼내길 꺼려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구요.

사회 전반적으로는
불필요한 소비와 물건을 줄이고, 꼭 필요한 일들에 시간과 물질과 정신을 쓰자는
공감대가 이전 시대보다 훨씬 광범위해진 건 확실해요.
정리정돈, 수납, 집안의 물건 줄이기 등은 완전 트렌드가 되었고
각자의 삶을 돌아보며 작은 것에 감사하고 이웃과 연대하며 만약을 대비하는,
그런 마음은 4년 전보다 훨씬 단단해진 것 같긴 한데
늘 그래왔듯이 그게 정치적인 부분으로까지 이어지는 힘이, 일본인들에게는 가장 부족해 보여요.
얼마만큼 당해야 이 사람들은 더 움직이고 변할 수 있을까요?

이제 곧 세월호 사고도 1년이 다 되어갑니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하루하루 먹고 사는 것, 자기 앞길 제대로 헤쳐가는 것만으로도
숨쉴 틈조차 없이 빠듯하다보니 너무 크고 끔찍한 일들은 그냥 모른 척하거나, 얼른 잊고 싶거나
나와 내 가족에게만 일어나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여기게 되는 것 같아요.

단순하게 힘을 모으자, 뭐라도 해보자, 그냥 있어선 안된다 하면서도
금새 무기력해지고 현실이 실망스럽기만 한데,
개인적으로 요즘 드는 생각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조금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함께 방법을 찾아나가는 일을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거예요. 현실을 제대로 보고, 나와 내 가족의 삶을 잘 돌아보며, 이웃과
함께 좀 더 행복해질 수 있는 일들을 소박하게라도 하나씩 실천해 가는 것,
그런 고민과 실천을 멈추지 않는 것만이 우리가 인간다움을 잃지 않는 것이고
아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싶어요.

지금이 좀 바쁜 시기긴 하지만, 아이들이 좀 더 새 환경에 적응하고 나면
베이비트리 엄마들과 좀 더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책도 함께 읽고
아이들 교육에 대한 공부도 함께 더 하고 싶어요.
일상적인 정보와 즐거움도 나누구요.
다큐프라임 <공부 못하는 아이> 혹시, 보신 분 계신가요?
저는 최근에 보았는데, 책은 아니지만 그런 프로그램도 함께 보고 의견나눠보았으면 했답니다.
저는 그 프로를 보며 아이들이 공부를 잘 할 수 있는 방법의 힌트를 얻기도 했지만,
부모의 본분에 대해 다시한번 마음을 다잡는 기회가 되었어요.

아! 4년 전 지진이 일어나고 원전사고가 일어난 엄청난 날이라 해도
이젠 저녁밥을 하러 가야하는 시간이네요ㅠㅠ
어여어여 바쁜 이 시기가 좀 안정되면, 좀 더 따스한 봄날이 오면
이 공간에 더 자주 다니러 올께요.
한동안 뜸하신 베이비트리 엄마들도 어떻게 지내시는지 궁금한데..
겨울잠에서 깨어나 얼른 같이 놀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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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희
배낭여행 중에 일본인인 지금의 남편을 만나 국제결혼, 지금은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도쿄 근교의 작은 주택에서 살고 있다. 서둘러 완성하는 삶보다 천천히, 제대로 즐기며 배우는 아날로그적인 삶과 육아를 좋아한다. 아이들이 무료로 밥을 먹는 일본의 ‘어린이식당’ 활동가로 일하며 저서로는 <아날로그로 꽃피운 슬로육아><마을육아>(공저) 가 있다.
이메일 : lindgren707@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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