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이만오천냥.

자유글 조회수 5814 추천수 0 2010.06.02 23:28:11
어제 저녁에 나일이와 동네 한바퀴를 돌다가, 나도 모르게 새로생긴 옷가게에 들어갔다. '나도 모르게' 들어간 이유는, 온라인으로 주로 옷을 사다보니, 오프라인으로 파는 옷들이 얼마나 비싸게 가격을 매기는지 알게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말 왠~~~만하면, 옷가게엔 발길조차 하지 않고, 무심코 지나치기 일쑤였다. 또 내 성격상, 일단 한번 발을 들여놨다 하면, 양말이라도 사가지고 나와야... 미안하지 않다는...'도가 넘치는 배려형' 이라, 애초에 그런 일을 만들지 말자는 주의다.

그런데. 곧 다가올 친구 결혼식에 입고 갈 옷이 마땅치 않아, 고민하던 요즘이었고, 매일 티쪼가리에 똑같은 바지 입는 것도 지겹다고 생각한 어제였다. 그래서, 내 발길이. 저절로 향했나 보다.

 이것 저것, 원피스며 티셔츠며 바지며.... 둘러보던 중, 맘에 드는 티셔츠 하나를 찾았다. 분홍색에 하얀 꽃이 커다랗게 장식된, 다소 화려한 느낌의 티셔츠였다.

 그런데.... 그 가게 직원 왈, "그거 말고, 이런 티셔츠는 좀 어때요? 시원해보이고 편하게 입기 좋은데.."

 나는, 그거 말고 이게 맘에 든다고, 근데 목부분이 좀 잘 늘어날 것 같다고 했다.

또 직원 왈,"그건 아무래도 손빨래 하셔야 될것 같아요. 근데 자주 빨지 않아도 되니까...."

그래서 내가 가격을 물었다. 그러자,,,, "이건 좀 비싸요.. 다른건 다 만얼만데.. 이것만 이만원대에요" 순간, 내 자존심에 흠집이 나기 시작했다.

맨발로 구부려신은 운동화, 집에서 입고 있던 티에 가디건 하나 걸쳐입고 나간 내 외모가....만얼마짜리 티셔츠나 사입을 것 같은, 딱, 동네 촌티 아줌마였던 것이다.

순간, 고민이 됐다. 이걸 사? 말어?

그러다가 그냥. "지갑을 안가지고 와서 내일 다시 올게요" 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그 찰나에 또 여직원 왈,"28000원이라 좀, 비싸죠... 아무래도 꽃 때문에.."

'아이..C. 가격얘기만 안했어도...__'"

난, 그정도 쯤은 껌값이라는 듯이 "그럼, 이걸로 주세요" 했다. 그 여직원, 입이 귀에 걸린다.

'아... 자존심이 밥 먹여주나.. 너무 비싼데... ㅠㅠ ' 나는, 옷을 비닐백에 넣어주는 순간까지 고민하다가.. 한마디 했다.

"좀 빼주세요~~~ "

"그럼 26000원에 드릴게요"

"(씽긋 웃으며)25000원....." 

아... 뭐야. 씨.나도 대학교때까진 나름 잘나갔다고... 럭셔리하다는 소리도 종종 듣고 그랬다고~~ 그런데.. 지금에와선,,,, 25000원 티한장에 살까 말까 고민하는 개미가슴 되가지고.. 씽긋 웃는 건 또 뭐야.. 왜 웃고 난리야.. 나도 참...   대체 옛날에 나는 어디간거야!!!

ㅠㅠ

사실 오늘도, 가격표도 떼지 않은 옷을 옷장에 넣었다 뺐다를 반복하며 이걸 딴걸로 바꿔 말어, 수억번 고민했다. 그러다 그냥, 그 여직원한테 다시 가서 옷을 바꾸느니, 내 자존심이나 지키겠다고... 25000냥으로 합의본 알량한 자존심이지만,나, 우습게 보지 말라고~~ 나도 그쪽처럼 결혼 전에는 나름 괜찮았다고.. 홀로 위로했다.

25000원이면 하프클럽닷컴에서 브랜드 대박세일할때 티하나, 바지하나는 살 수 있는 돈인데...ㅠㅠ 아~~ 몰라몰라!!!! 어떡해!!!!!!!!!!!!!!!!!!

속으로 아우성을 치다가... 문득, 쇼핑몰을 운영했던 친구가 한 말이 생각났다. 광고비가 너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쇼핑몰을 접고 내려온 친구에게, 내가 물었다.

"너는 옷 어디서 사?? 어디서 사면 잘사는 거야?"

그러자 친구 왈,"나, 옷 안사는데~~ "

"잉? 그럼 지금 네가 입고 있는 이 옷은? 이 자켓은? 하늘에서 떨어졌냐?"

"이거? 2년됐나, 3년 됐나.... 나 옷 안사.. 너무 비싸.. 그냥 옛날거 입어" 

그 말이, 정답이다.

====================================================

왜, 엄마들은 자기 옷 사는 돈이 아깝다고 느끼는 걸까요? 저도 좀, 아이 전집 사듯이 제 옷도 펑펑 지르고 싶은데.... 참, 그게 어렵네요. 아이에게만 맞춰져가는 엄마라..... 결혼 전에는 이런 가치관에 절대 동의하지 못하는 1인이였습니다.  멋진 커리어우먼으로, 몸매도 슬림슬림해서 애 낳은 거 요만큼도 티 안나는, 그런 여자, 아내, 엄마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참 다르네요.

그래도 둘째 낳으면 나도 다시 태어날거라고, 요가로 몸매관리하고, 마사지로 탱탱한 피부 만들거라고.. 다짐합니다. 둘째만 낳아봐라~~~ 동네 슈퍼앞에 갈 때도 하이힐에 립스틱 바르고 갈테니.... 그런데. 그게 가능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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