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아휴직 들어간다고 올렸던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5개월차에 접어들었습니다.

    그 기간동안 잠시 다른곳에 글을 끄적거리긴 했는데 너무 시간이 빨리 지나갔네요.

    앞으로는 조금 자주 소식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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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아휴직에 들어가기전 먼저 휴직을 했던 회사 후배는 자신의 경험을 시기별로 정리해서 육아휴직 잘 보내는 방법을 알려주었습니다. 후배의 경험에 의하면 육아휴직 첫달부터 두번째 달까지는 그동안 해보지 않은 육아와 집안일에 정신줄을 놓고 이리저리 뛰느라 발바닥에 불이나는 제일 힘든 시기이고, 그 시기를 잘 버텨 셋째달에 들어서면 조금씩 낯설던 생활에 익숙해져서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두어달이 지나면 그 생활도 너무 익숙해져버려 이전생활을 그리워하게 되는 권태기가 찾아오니, 4개월 이후에는 반드시 자기개발 및 취미활동을 해야만 한다고 했습니다.

 

 

어느 분야에서든 인생선배의 말은 거의 틀림이 없습니다.
두 달째까지는 '내가 왜 이러지? 한의원에 가봐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 걱정될 정도로 발바닥이 아팠었고 그 두 달을 간신히 버티자 아이들을 학교 보내고는 아침에 청소하며 라디오를 들을 정도의 여유까지 생겼습니다. 그러다가 찬바람이 불고 낙엽이 떨어지면서 '아 나만 이러구 있어도 되나'라는 생각이 슬금슬금 들었던 요즘, 육아휴직 최대의 위기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지난주 토요일, 아빠는 12일로 회사 워크숍을 가고 아이들과 무엇을 할까 하다가 집앞에 나가 자전거를 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자전거를 즐겨타는 큰아이가 오늘은 왠지 자전거 타기 싫다며 엄마가 태워주면 뒤에 타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전거를 타고 아파트 주변을 한 바퀴 돌고, 또 한바퀴 도는 사이 뒤에서 장난치던 아이가 '아악!'하고 소리치고 페달을 밟는 느낌이 이상해 자전거를 멈추고 보니 아이 발 뒤꿈치가 자전거에 끼었다 빠진 것이었습니다. 신었던 운동화는 벗겨져 뒹굴고 발에서는 이미 빨간 피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이럴 수가... 놀라서 아이를 업고 집앞 소아과로 갔지만 환절기라 그런지 입구부터 아이들로 꽉차 있었습니다. 안 되겠다 싶어 대학병원 응급실로 갔습니다. 놀라 허둥거리는 저와는 달리 상처를 보던 의사선생님은 조금 심하게 벗겨진 발꿈치쪽 살을 재빨리 소독하고, 엑스레이를 찍어본 후 뼈에도 조금 이상이 있는 듯하니 반깁스를 한다며 상황을 정리하셨습니다.


1.jpg 


치료를 마치고 병원을 나오는데 어떻게 아셨는지 아버지가 전화하셨습니다.

"! 괜찮은 거야? 왜 다쳤대? 깁스? 왜 뼈도 이상한 거야? 아니 이거 참..."

그렇게 아이의 증상에 대해서 묻으시던 친정 아버지는 정신이 번쩍 드는 벼락같은 한마디를 내려 꽂으셨습니다.

" 애 똑바로 보라구! 도대체, 뭘 한다구 애를 다치게 해? ? 애 똑바로 못볼 거면 당장 회사 나가. 애도 똑바로 못보면서 뭘.... 끊어!"

그리고는 또 저녁무렵에 전화하셔서는 아이에게 '잘 낫구 이담에 할아버지 집에 오면 맛있는 거 많이 사줄게. 빨리 나아'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저에게는 또 한번 벼락처럼 소리치셨습니다. 그 다음은 사위까지 바꾸라고 하셔서 "걱정 많았지? 엄마라는 사람이 애도 잘 못보구 말이야" 하시면서 마치 사고 친 아이대신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부모처럼 사위에게 미안한 맘을 전하셨습니다. 그 전화를 받으며 남편은 본인이 더 미안하고 죄송스러워하며 연신 '괜찮대요. 아버님 너무 걱정 마세요' 라고 답하고 있었습니다.

누구도 예측못했던 사고이긴 했지만 정말 친정아버지 말씀처럼 이렇게 애들도 제대로 못보면서 무슨 육아휴직인가 싶기도 했고, 또 이래 사고칠 바에는 회사에 나가 좀더 생산적인 일을 하는 게 더 낫지 않나 싶어 자책도 많았습니다.

일주일 후 뼈는 크게 이상없고 상처만 치료하면 될 거라는 의사선생님의 말을 듣고서야 비로소 지난 일주일 내내 놀라서 바짝 졸였던 마음을 내려놓았습니다.

"그래도 엄마가 회사 안 가도 되니까 이렇게 나 업고 병원도 가지. 엄마 회사 다녔다면 나 이 발로 돌봄교실 가야 하고 또 걸어서 학원가야 하는데... 그건 정말 힘들었겠다. 그치, 엄마?"

이렇게 말하는 아이의 말대로 어쩌면 그래도 내가 이렇게 아이들 곁에 있을 수 있어 다행이다 싶기도 합니다. 살아가면서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저마다 힘든 시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익숙해지는 생활에 묻혀 혹여나 들이닥쳤을 수도 있는 '육아휴직의 권태기', 아버지의 한마디로 단방에 날려 버렸습니다.

'애 똑바로 봐! 똑바로 못볼 거면, 당장 회사 나가라구!'

회사일이든 아이들을 키우는 일이든 쉬운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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