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세계와 아이의 세계는 같으면서도 다르다.
가끔 너무 힘들 때는 아이의 세계에서 그냥 아이의 시선으로 살고 싶기도 하다.
엄마가 몰랐던 아이의 생각이 튀어 나오면 아이쿠, 엄마가 또 몰랐구나 하고 무릎을 친다.
늘 커다란 웃음을 안겨주는 다섯 살 울 아들의 세계~
1. 작년 크리스마스 며칠 전
형민: 엄마, 나 저거 사줘야겠다. (광고에 장난감 자동차만 나오면 하는 이야기.)
엄마: 그래? 엄마가 산타 할아버지한테 말 해볼께.
형민: 아니, 택배 아저씨한테 말해야지!!!
엄마: 택배 아저씨가 형민이 산타구나. 엄마가 몰랐네 ^^;
2. 형민이 어린이집에서 "이 도끼가 네 도끼냐?" 놀이가 유행이란다.
집에서도 해 봐야지 하고 내가 물었다. "이 도끼가 네 도끼냐?"
"아니에용~" (아닙니다도 아니고^^)
몇 번 귀엽게 아니에용~ 하더니 "네 맞아요. 짧은 도끼에요." 한다. 엥? 짧은 도끼?
"형민아, 그러면 네 도끼 아닌건 무슨 도끼야?"
"응. 큰 도끼. 큰도끼랑 큰도끼는 내거 아니고 짧은 도끼가 내거야."
핫, 금도끼 은도끼가 아니고 큰도끼 짧은 도끼였구나. ㅋ
3. 아토피가 있는 형민군, 초콜렛이랑 과자를 좀 먹고 옆구리에 뭐가 나서 간지럽고 힘들어했다.
그리고 며칠 후, 초콜렛을 산 가게 앞을 지날 때...
형민-엄마, 내가 여기서 어른들 먹는거 큰 초콜렛 사달라고 막 떼썼지.
근데 그거 먹고..(옆구리라는 말이 생각 안난듯) 오른쪽 왼쪽 막 가려웠지.
엄마-그랬지. 그러니까 형민이 더 크면, 어른 되면 초콜렛 먹자.
형민-응. 알겠어. 엄마 미안해.
엄마-아니야, 형민이가 왜 미안해?
형민-아니, 내가 초콜렛 사달라고 떼써서 미안해.
엄마-아, 그거? 그래. 미안했어?
형민-엄마. 괜찮아 해야지.
아, 미안해 하면 괜찮아 해야 하는 거구나. 훈훈한 대화를 뒤집는 반전이랄까...쩝.
4. 이제 형님반 된다고 으쓱으쓱 하는 형민군.
친구들은 형님반이 아니라길래 다같이 형님반 되는거라했더니
현서랑 솔미(여자 친구들)는 누나반 된단다.
아이쿠, 엄마가 또 몰랐구나.
5. 형민이랑 길찾기를 하는데 저렇게 까만 색연필로 줄을 그은 대로
무당벌레가 찾아 가면 된단다. 그래서 그렇게 가면 무당벌레가
연못에 빠진다고 했더니 형민군 하는 말.
"엄마, 무당벌레는 날개가 있잖아. 날아서 가면 되지."
그래, 엄마가 또 몰랐구나. ㅋㅋㅋ 엄마는 형민이 생각을 못따라 가겠네~
6. 영어로 된 책을 보는데 엄마 아빠 그림 옆에 'mommy' 'daddy'라고 써있었다.
형민이가 이 엄마 아빠 이름이 뭐냐고 물어서 이건 이름이 아니고
영어로 엄마 아빠를 ''mommy' 'daddy'라고 부른다고 했다.
그래? 하면서 의아한 표정을 짓는 형민군.
알아들었나 싶어 'mommy' 'daddy'가 우리말로 뭐라고 했지? 하고 물었더니
'여보 여보'란다. ㅋㅋㅋ 알아 들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