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4월의 오후, 사무실 여기저기 “으아” 하는 소리가 들린다. 양 대리는 턱이 빠져라 큰 하품을 하고 갈비뼈에서 ‘우두둑’ 소리가 날 때까지 기지개를 펴봤지만, 눈꺼풀은 자꾸 감겼다. 결국 자리에 일어나 ‘샷 추가’를 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이켜고 자리에 앉았다. 정신이 잠깐 나는 듯했는데, 컴퓨터 모니터를 보니 엑셀 표 안의 숫자들이 겹쳐 보인다. 결국 양 대리는 자기도 모르게 의자에 몸을 기대 눈을 감았다. “회사에 자러 왔냐” 몇분 되지 않았는데 팀장의 한마디가 들려왔다. ‘아, 왕짜증.’
‘오늘은 간단히 운동하고 꼭 일찍 잘 거야’ 다짐을 했지만, 집에 도착하니 낮에 연거푸 먹은 커피 때문에 도통 잠이 오지 않는다.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만 만지작만지작. 어두컴컴한 곳에서 밝은 스마트폰 불빛은 ‘안구 테러’ 수준이다. 잠은 더 달아난다. 양 대리는 새벽 한시가 넘어서야 잠에 들었다. ‘아 오늘 또 회사에서 졸겠구나.’
봄의 상승 기운과 인체의 부조화 현상
가상의 이야기지만, 봄철 직장인이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상황이다. 특히 점심 식사 뒤 춘곤증은 직장인들의 봄철 고민거리 가운데 하나다. 춘곤증은 의학적 용어가 아니다. 쉽게 말해 ‘병’은 아니라는 얘기다. 아직 정확한 원인이 과학적으로 밝혀지진 않았다고 한다. 계절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호르몬과 중추신경 등의 작용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
한의학에서도 일단 ‘인체의 부적응’이라는 측면에서는 비슷하게 본다. 봄이라는 기운과 인체와의 부조화로 생기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하늘땅한의원 장동민 원장은 “봄은 새싹이 돋아나듯 모든 기운이 위로 올라가는 성질을 갖고 있다. 여기에 맞춰 인간의 기운도 올라가야 하는데 평소 건강관리가 잘 되지 않은 사람의 경우 기운의 상승이 더디다. 주변의 기운은 올라가는데 자신의 기운이 올라가지 못하니 꼭 가라앉는 거처럼 느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면 부족도 춘곤증의 원인이다. 피곤하다고 낮에 카페인 음료를 과잉 섭취하는 것, 봄이라는 계절 자체가 주는 들뜨는 분위기 등이 수면을 방해한다. 장 원장은 “겨울철 활동을 하지 않다가 봄에 갑자기 활동을 많이 하게 되면서 신체가 각성 상태에 놓이게 된다”고 말했다.
서로 등 근육 풀어주는 커플마사지
‘제2의 심장’ 발 마사지도 피로에 ‘특효’
두피 마사지기, 저주파 치료기 등
셀프 마사지 제품 봄철에 판매 쑥쑥
간단한 마사지 춘곤증에 도움
그렇다면 어떻게 ‘봄 피로’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을까. 본인에게 ‘병’이 있다면 당연히 의사의 도움을 받아야겠지만, 일시적인 피로 수준이라면 간단한 마사지를 통해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전문적인 스파에 가서 전문가의 마사지를 받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비용 걱정이 따른다. 이럴 땐 혼자서 하는 셀프 마사지가 해결책이다.
장동민 원장은 “머리 맨 꼭대기에 있는 ‘백회혈’이나 관자놀이 근처의 ‘태양혈’을 지그시 자극해 주면 춘곤증 극복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눈을 감고 손가락으로 이 혈들을 꾸욱 눌러 주면 눈과 머리가 시원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부부나 연인처럼 커플 마사지가 가능할 경우 ‘등’ 쪽을 주목해야 한다. 척추뼈를 중심으로 양쪽으로 4.5㎝ 부근에 ‘족태양방광경’이라고 하는 인체에서 가장 긴 경락이 흐르는데 이곳을 자극하는 것으로 인체의 오장육부가 활성화된다고 한의학에선 보고 있다. 장 원장은 “족태양방광경을 따라 척추뼈 옆 근육을 꾹꾹 눌러주면 봄철 피로 회복에 도움이 된다. 단 척추질환이 있는 경우엔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전문적인 스파에서도 봄철 피로 회복을 위해 등 근육을 풀어줄 것을 추천했다. 러쉬코리아의 스파 담당자는 “척추뼈 양옆의 기립근, 어깨 날개 뼈 안쪽 능형근과 어깨 전체를 감싸는 승모근을 마사지해주면 봄철 피로 회복에 좋다”며 “목 쪽은 너무 세게 마사지를 할 경우 두통을 유발할 수 있으니 스트레칭을 위주로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제2의 심장’이라 불리는 발도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심장에서 가장 멀고 낮은 곳에 위치한 만큼 혈액 순환이 잘 안되는 경우가 많다. 발바닥과 등을 중력의 역방향(몸쪽)으로 쓸어 올리듯 마사지를 하면 좋다. 마사지를 할 때 맨살에 하는 것보다는 오일이나 로션 등을 이용히면 힘도 덜 들고, 피부 보호에도 좋다. 건조해지기 쉬운 발의 경우 풋로션을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러쉬코리아의 ‘핑크 페퍼민트’ 풋로션은 박하의 한 종류인 페퍼민트와 스피아민트가 들어 있어 건조해진 피부를 보호하는 것과 동시에 발을 따뜻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단 “오일이나 로션 등을 사용할 땐 팔 안쪽 등 부드러운 곳에 미리 살짝 발라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는지 확인을 해보는 것이 좋다”고 장 원장은 조언했다.
빛 이용한 ‘호르몬 조절’ 제품 눈길
맨손으로 하는 마사지가 체온이 전달될 수 있어 효과적이지만, 힘이 들 땐 도구를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봄철(1/4분기)만 되면 유독 관련 제품의 판매량도 늘어난다. 인터넷 쇼핑몰 옥션에 따르면 2014년 봄철 전년 대비 47% 성장했던 마사지 관련 제품 판매율이 지난해에는 전년 동기 대비 62% 성장했다. 올 3월 기준으로도, 지난해 봄철에 비해 50% 증가 추세다. 특히 혼자서 간단하게 할 수 있고 가격도 싼(1200원) 두피 마사지기의 경우 2014년 봄철 2% 성장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엔 179% 성장하기도 했다. 눈 주위의 혈자리를 자극할 수 있는 안경형 제품이나 공기압을 이용한 다리 마사지기도 인기다.
좀 더 전문적인 마사지 제품들도 있다. 필립스의 ‘펄스릴리프’는 병원에서 물리치료 등을 받을 때 쓰는 저주파 치료기를 개인용으로 만든 것이다. 저주파가 근육의 통증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어깨, 허리, 목 뒤 등 다양한 부위에 패치를 붙여 사용하는데, 60단계의 통증 강도에 따라 20가지 코스 선택이 가능하다. 블루투스 기능이 탑재돼 있어 모바일 앱으로 무선 제어 및 사용 기록을 저장할 수도 있다.
빛을 사용해 봄철 불면증과 무기력증에 도움을 주는 제품도 있다. 필립스의 ‘에너지업’은 빛 자극으로 호르몬 조절 등을 유도하는 ‘라이트 테라피’를 표방한다. 자연광과 유사한 1만 룩스의 밝기와 파장을 가진 엘이디(LED) 빛을 통해 뇌를 자극해 ‘수면 호르몬’ 멜라토닌과 ‘행복 호르몬’ 세로토닌 분비를 조절한다. 하루 20~30분 얼굴 방향으로 쐬기만 해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위 내용은 2016년 4월20일자 인터넷한겨레에 실린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