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안동, 영천 지역은 40도를 육박하는 폭염이라고 하는데
무더위 잘 보내고 계신가요?
저는 지난주에 휴가를 다녀왔어요. 그때도 더웠는데 이번주는 더 더운 것 같네요.
베이비트리 양선아 기자님은 광주가 고향이라 간 김에 순천에 갔다고 했는데
저는 강원도에서 태어나고 또 일생의 반을 서울에서 살다보니
남도지역을 가본 적이 없어 이번에 처음으로 가봤어요.
아이들이 조금 크고하니 여행 욕심도 생기고 매해 부모님들께 폐를 끼치기도 죄송해서
어느 순간부터 여행도 독립하게 되더군요.
물론 가끔은 부모님들과도 시간을 보내야지요.^^
순천만생태공원에 가고 싶어 갔는데
순천에는 생각보다 볼 것들이 많이 있더군요.
현지에서 순천 지도를 보고 낙안읍성을 먼저 찾았어요.
전라도 벌교읍을 지나 얕으막한 산 아래 펼쳐져 있는 논밭 사이로 난 작은 길을 지나 드디어 낙안읍성에 도착했어요.
낙안읍성은 우리나라 최초의 계획도시로 외군의 침입을 막기 위해 조선시대 낙안태생의 김빈길 장군이 흙성벽을 쌓아 만들었고, 그 이후 세종대왕 때 돌로 벽을 다시 쌓아 성벽을 만들었다고 해요.
지금은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되어 있다고 합니다.
더운 날씨에도 아이들은 성벽 위에 앉아 이야기 꽃을 피웁니다.
막상 가서 보니 생각보다 성벽 둘레가 아주 컸어요. 예전에는 성벽 안에 120가구가 넘는 사람들이 살았었는데 현재는 90여 가구가 살고 있다고 해요. 대부분 관광업에 관련된 일을 하시는 것 같아요.
성벽위의 정자는 맞바람이 불어 시웠했어요.
한여름의 무더위도 아이들의 놀이 본능을 잠재우지는 못합니다.
"언제 어디서든 즐거울테야..."
무한반복 건너뛰기 점프놀이입니다.
"얘들아 이제 그만 낙안읍성을 둘러볼까?"
성벽 위에서 성벽 안의 옹기종기 모여있는 초가집들을 구경합니다.
일본의 침입이 잦았던 남도 지역에서 외적이 쳐들어오면 주민들이 이 곳으로 대피해 들어와 생활했겠다고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해주지만 아이들은 초가집 앞마당에서 아이들을 보고 짖어대는 흰 개만 눈에 들어왔겠지요.
성벽 바깥으로는 성벽두께만큼의 너비의 깊은 개천이 성벽을 두르고 있었어요. 개천자리이지만 물은 없었어요. 옛날에 오사카 성에 갔을 때 성벽 바깥에 1차로 적의 침입을 방어하고자 성벽을 둘러싼 호수를 봤었는데 이곳도 비슷한 형태더군요.
성벽 위에서 내려와 만난 수돗가 근처에서 손톱만한 청개구리를 만났습니다.
그동안 본 청개구리 중에 가장 작은 청개구리가 아닐까 싶어요.
본격적으로 동네 구경을 해볼까요?
조용한 골목길을 말없이 걸어갑니다.
옛집 형태가 그대로 남아 있지는 않았지만 모습은 옛집처럼 보이려고 노력한 흔적이 많이 보입니다.
집들 사이사이에 도방도 보이고 민박집 간판을 붙인 초가집들도 많이 보입니다.
그리고 발견한 이것...
"우아~~ 타도 되는 거야?"
"타지 말라는 안내도 없는데...?"
땅에 뿌리를 내린 대나무를 이용해 만든 아주 큰 그네입니다.
그네를 타면 어른도 땅에 발이 닿지 않습니다.
아이는 바이킹을 타는 기분이라며 무더위를 낙안읍성의 거인 그네타기의 오싹함으로 단칼에 날려버렸답니다.
보고만 있어도 손끝 발끝이 저릿저릿...
돌아가면서 그네를 타고 앞에 보이는 중앙광장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데
어디선가 소 2마리가 걸어와 어슬렁 거립니다.
소를 모는 소모리꾼도 없이요..
놀란 황소 눈을 하고 바라보는데
사람을 보고도 아랑곳하지 않는 소는 보란듯이 길가에 '큰실례'를 하며 풀이 많은 곳으로 걸어갑니다.
아이들 눈은 더 동그래집니다.
낙안읍성 안에 있는 작은 포도청(?)에서 죄인 심문하는 장면도 체험해보고 그밖의 집들도 구경하고
낙조를 보기위해 순천만 생태공원을 찾았습니다.
아쉽게도 간만의 차이로 생태공원 꼭대기 전망대에서 황홀한 낙조 풍경은 보지 못했지만
선선하게 바람이 부는 저녁녘의 갈대밭에서 더위를 식히며 생태공원을 감상할 수 있었어요.
갈대밭이 갯벌이라 나무 다리가 길게 설치되어 있는데
그 아래를 자세히보니 아래 친구들이 있는 것이 아니겠어요?
그것도 아주 많이요~
갈대잎을 먹는 게와 짱뚱어입니다.
갈대잎 하나를 던져주니 어디선가 게가 손살같이 달려와 갈대잎을 집게발로 잡아 사각사각 먹습니다.
짱뚱어는 무엇을 먹을까요..?
가을에는 저 드넓은 갈대밭이 황금색의 벌판이 된다고 생각하니 가을에 오면 좋겠더라구요.
이번에는 잠시 맛만 보고 지나가지만 다음에 오면 시간 여유를 가지고 둘러보고 싶었어요.
다음에...
늘 다음에...를 이야기하지만 또 갈 수 있을런지...
아이들에게 말합니다.
"나중에 커서 남자친구랑 이곳을 다시 찾으면 엄마, 아빠랑 같이 온 거 기억해줄꺼지?"
"..."